tvN [지리산]은 넷플릭스에서 흥행한 국내 드라마 [스위트홈]을 연출한 이응복 감독과 장르물에 능한 김은희 작가의 만남으로 기대감을 모은 작품이다. 게다가 [킹덤] 시즌 3에서 대치할 예정인 전지현과 주지훈이 주연을 맡아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과연, 공개된 드라마는 기대에 부응하며 만족감을 충족시켜줬을까.

이미지: tvN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지리산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사건들과, 그 안에서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구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레인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1화에서는 베테랑 레인저 서이강(전지현)과 특정 장소에서 앞으로 벌어질 사건을 예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신참 레인저 강현조(주지훈)를 소개하는 사건이 펼쳐진다. 죽음을 암시하는 듯한 묘한 문자 메시지를 남긴 채 산에서 실종된 학생을 구하는 이야기는 마치 90년대 소년만화나 스포츠 드라마가 생각나게 경쾌하고 생동감 있게 전개되며 사건은 무사히 해결된다. 그런데 배경이 2020년 현재로 바뀌면서 휠체어를 탄 서이강과 코마 상태에 빠진 강현조의 모습이 등장해 시청자에게 예상치 못한 충격을 안긴다.

2화에서는 본격적으로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오가며, 특이한 능력으로 사람을 구하던 강현조와 서이강이 대체 어떤 사건을 겪고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불어넣는다. 지리산에서 실종자를 찾는 과거 시점의 사건은 1화와 비슷한 형식으로 흘러가는데 반해, 현재 시점의 이야기는 장르 변동에 가까운 혼란이 가득하다. 피투성이에 레인저 후드를 뒤집어쓴 산속 귀신처럼 보이는 인물이 강현조의 생령으로 드러난 것이다. [지리산]은 첫 주부터 예상을 뛰어넘은 엔딩을 선보이면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아 10.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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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후 에피소드부터 점차 시청률 추이가 하락하면서 좀처럼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시청에 발목을 잡은 큰 부분 중 하나는 음악이다. 이응복 감독의 전작 [스위트홈]은 주요 장면에서 이매진 드래곤스의 “Warriors”가 등장해 엇갈린 반응을 얻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첫 화부터 클라이맥스 장면마다 다른 의미로 정신이 번쩍 들게 할 만한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이야기는 미스터리 스릴러답게 산속에서 겪는 긴박함을 보여주며 감정선을 차곡차곡 쌓아가는데,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강렬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더 이상 긴장감을 이어가지 못하고 허무하게 흩어져버리는 경험을 반복하니 서사에 집중이 어렵고 맥이 빠진다.

드라마는 서이강과 강현조의 과거와 현재 모습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먼저 시사하고, 두 시간대 사이의 간극을 채워나간다. 여기서 남들과 다른 능력 있는 신참 레인저 강현조를 이 같은 전개에 적극 활용한다. 강현조는 군인 시절에 후임이 독극물이 든 요구르트를 먹고 사망한 후에 지리산에서 벌어질 죽음의 환영을 보는 능력이 생겼다. 그는 레인저가 된 후에 같은 곳에서 같은 방식으로 요구르트를 이용한 살인사건이 계속되고 범인이 여전히 활보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뒤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선다. 과거 시점의 지리산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곧 벌어질 일들을 암시하는 것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아쉬움이 발생한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해소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복선이 등장하지만, ‘서이강과 강현조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힌 범인은 누구이며 그의 목적은 무엇인가’에 도달하기까지는 아득하게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절반이 흘러가는 동안 과거 시점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이 서이강과 강현조를 위기에 빠뜨린 진범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는 정도만 드러난 상태다. 명쾌한 해답이나 터닝 포인트 없이 복선을 계속해서 따라가야 하다 보니 점차 피로감이 쌓인다.

그러나 많은 아쉬움에도 매력적인 요소도 뚜렷하다. 다양한 면모를 선사하는 전지현의 연기는 여전히 독보적임을 증명하듯 빛난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을 뛰어넘으며 강인하고 멋진 레인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코믹한 장면과 대사를 [엽기적인 그녀], [별에서 온 그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찰지고 맛깔나게 소화하는가 하면, 차분하고 성숙해진 모습의 메마른 톤으로 스릴러 장르가 주는 긴장감을 탁월하게 쌓아 올린다.

그러나 주연배우의 매력에만 기댄다면, 지금의 [지리산]은 시청자의 하산 욕구를 억누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남은 절반의 이야기에서는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그래서 끝까지 함께 정상을 향해 달려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