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꾸준히 등장하며 호평을 얻고 있는 가운데, MBC 금토극 [내일]이 방영을 시작했다. [내일]은 죽은 자를 인도하는 기존의 저승사자와 달리, 죽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살리는 저승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김희선, 이수혁, 로운의 출연과 흥미로운 소재, 그리고 [카이로스]를 연출했던 성치욱 감독이 연출에 참여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그러나 7.6%라는 준수한 시청률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타 방송사의 작품에 차츰차츰 자리를 내어주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지: MBC

[내일]이 시청자를 사로잡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연출이 소재가 주는 매력을 반감시킨다. 드라마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저승사자와 관련된 설정이다. 이들은 저승을 독점하는 대기업 ‘주마등’ 소속으로, 회장 옥황의 경영 아래 인도관리팀, 위기관리팀 등 다양한 부서로 나뉘어 각자 역할에 맞게 활동한다. 여러모로 현대적인 오피스물에 가까운데, 주마등 회사의 내부를 비추는 풍경은 영화 [맨 인 블랙] 시리즈의 MIB 조직 건물 내부를 연상시킨다. 으레 저승을 떠올릴 때, 동양 설화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특유의 신비하고 몽환적인 느낌이 어우러지기를 기대했던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주마등뿐 아니라 저승사자들을 보여주는 장면들 역시 만족감을 채워주기엔 역부족이다. 사자들은 시간을 멈추거나 순간이동을 하는 등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도 특수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고, 주마등 회사에서 지원하는 기억의 열쇠, 시간여행 자동차 같은 각종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 발현 장면에서 판타지물의 매력을 한껏 선보일 수 있음에도 신선함을 보여주기보다는 특정 영화가 연상되는 익숙한 연출을 고수해 아쉬움을 남긴다. 그 예시로 1화에서 기억의 열쇠를 활용해 임무 대상의 기억으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불안정하게 어그러지는 주변 배경이나 흔들리는 공간을 탈출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닥터 스트레인지], [인셉션] 같은 영화를 바로 떠올릴 만큼 비슷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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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개그 코드도 작품과 멀어지게 하는데 한몫한다. 드라마 속 코믹한 장면들은 불쾌감을 주는 요소가 없어 시청하는 데는 전혀 부담이 없지만,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할 요량으로 등장했을 개그신들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겉돌기만 한다. 웃음코드는 사람마다 다르니 저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해도, 일부 장면들은 감정선을 무너트리고 극의 흐름을 깰 정도로 부자연스럽게 끼어들며, 에피소드의 마지막에 다다를수록 심해진다. 특히 엔딩에 등장하는 짤막한 에필로그는 본편에 등장하는 사소한 내용의 뒷이야기처럼 그려지며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앞서 전개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전까지는 묵직한 주제의 내용을 다루다가 화면이 순식간에 전환되면서 가벼운 톤의 에필로그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아 올린 감정선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은 당연하고, 이 과정이 연이어 반복되니 다음 에피소드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진다.

그럼에도 시청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른 듯싶다. [내일]은 언뜻 보면 저승사자들이 주인공인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주인공은 이들이 살려야 할 임무 대상으로 등장하는 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드라마는 주로 우리 현실에서 소외되기 쉬운 이들의 사연을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이야기로 그리는데, 특히 4화 중반부터 이 작품만 장점이 제대로 드러난다. 5화에서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강우진(강승윤)과 남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허나영(이노아)이 서로를 구하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내 잔잔한 울림을 안겼다. 6화에서는 한국전쟁에 참가한 국가유공자인 독거노인 이영천을 통해, 나라를 위해 헌신했지만 현재는 소외된 이들을 조명하고 기리는 에피소드를 코끝 찡하게 담아냈다.

여전히 덜컹거리는 부분들이 여기저기서 보이긴 해도, [내일]은 죽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곁에서 이들이 삶을 선택하길 바라는 마음을 따뜻하게 담아내는 이야기의 방향만큼은 안정적인 노선을 탄 것처럼 보인다. 이제는 슬슬 구련(김희선), 박중길(이수혁), 임륭구(윤지온) 등 저승사자의 과거를 본격적으로 풀어낼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쉬운 부분들을 보완해서 이들의 서사 역시 잘 풀어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