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도 한 줌 남은 에너지까지 모조리 소진시키며 고단한 하루를 보냈다.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번아웃을 경험하기도 한다. 지친 나를 다그치는 말은 많지만 따뜻한 위로는 늘 부족하고, 듣는 나도 어쩐지 낯간지럽다. 그래서 영화가 필요한 것일까? 작품이 전해주는 재미와 진심 어린 메시지는 보는 이에게 내일을 향해갈 다독임으로 다가온다. 각자의 이유로 지쳐 있을 이들에게 아래 5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괜찮아 괜찮아~ 네 잘못이 아냐”라며 이 영화들이 전하는 나긋한 목소리에 눈과 귀를 기울여보자.

바그다드 카페 – 삭막한 인생의 틈 사이, 우리 마음을 적셔줄 오아시스 같은 위로

이미지 : (주)팝엔터테인먼트

[바그다드 카페]는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한 초라한 카페, 최악의 상황에서 만난 두 여인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낸 영화다. 시애틀 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명작으로, 30년이 지난 2018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탄생했다. 소설 ‘슬픈 카페의 노래’에서 모티브를 얻었으며, 두 여성의 연대를 감성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작품의 주제곡 ‘Calling You’은 영화의 여운을 더욱 짙게 칠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배경으로, 하나같이 무의미하고 건조한 일상을 보낸다. 푼돈을 받아 살아가는 소외된 원주민, 캠핑카에서 지내는 중년의 무명 화가,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타투를 해주는 여성에게 새로움은 없다. 그 중심에서 사고뭉치 남편으로 인해 마음고생, 몸고생하던 두 여성은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해가며 점차 행복해지려고 노력한다. 황량한 사막과 건조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모든 이들에게 친절과 긍정을 베푸는 야스민의 태도는 마치 기적과 같은 오아시스처럼 보여진다. 먼지투성이 카페를 정겹고 화목한 곳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의 태도가 우리 마음을 어루만져 줄 것이다.

체리 향기 – 당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체리,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

이미지 : Artificial Eye

[체리향기]는 자동차를 몰고 거친 벌판을 달려가는 주인공 ‘바디’가 자신의 죽음을 도와줄 조력자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삶을 즐기려면 죽음이 쫓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리고 체리 향기를 맡아보아라.” 이란의 시인 오마르 하이얌이 전한 짧은 글귀가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에 의해 영화로 탄생했다. 이란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그는 이 작품으로 1997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영화의 내용을 들여다보자. 무슨 이유에서인지 삶을 끝내려는 바디는 앳된 얼굴의 군인, 신학을 공부하는 먼 나라의 신학생, 박물관에서 새를 박제하는 노인에게 자신을 흙으로 덮어 달라고 부탁한다. 이들은 큰돈 앞에서 그의 부탁을 거절하기도 하고, 고민하기도 하고, 수락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박제사 노인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주고, 귀를 막은 채 죽음만을 향해 가던 바디는 서서히 귀를 열고 세상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언젠가 끝이 날 삶이지만 아마 지금은 아닐 것이라는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죽음을 위해 떠난 길에서 향긋한 체리를 들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당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체리가 지금도 당신 가까이에 굴러다니고 있을 것이다.

아멜리에 – 인생의 위로가 이렇게 깜찍하고 귀여워도 되나요?

이미지 : (주)안다미로

‘사랑스러움’의 표본이 된 영화 [아멜리에]는 우연히 보물 상자를 발견한 ‘아멜리’가 그것을 주인에게 되돌려주는 여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프랑스 감독이자 장르 영화의 네임드 장-피에르 주네의 대표작이며, 프랑스 대표 배우 오드리 토투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린, 많은 분들의 인생 영화다. 영화는 몽마르트를 배경으로 파리 현대인의 삶을 기발하게 묘사했다. 독보적인 러블리의 매력을 품어내는 캐릭터와 다채롭고 아름다운 영상미가 분명 여러분께 힐링의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웨이트리스 아멜리는 독특한 성격을 지닌 여인으로, 세월이 흘러도 혼자만의 시간과 여유를 즐기는 자유롭고도 고독한 영혼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은 후, 아주 우연히 타일 속에서 주인 없는 장난감 상자를 발견하며 운명적인 사건에 휘말린다. 누군가의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주려던 그가 자신의 행복을 찾게 되는 것이다. [아멜리에]는 “당신 없는 오늘의 삶은 어제의 찌꺼기일 뿐.”이라는 달콤한 명대사를 남기며, 행복과 사랑에 대한 예찬을 흐뭇하게 풀어놓는다.

인사이드 아웃 – 슬픔을 다루는 법을 따뜻하게 보여준 인생 애니메이션

이미지 : 디즈니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은 사춘기 소녀의 성장통을 의인화된 ‘감정’의 모험 이야기로 풀어낸 애니메이션이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작으로, 흥행과 작품성 모두를 잡아내며 많은 분들의 인생 작품으로 다가왔다. [인사이드 아웃]은 처음으로 슬픔을 경험하는 아이를 다독여주며, 주위를 바라보게 한다. 너의 슬픔에 같이 공감할 좋은 사람들, 가령 가족들이 늘 곁에 있음을 일깨워주며 말이다. 픽사 특유의 섬세한 터치로 그것을 어른의 훈계처럼 들리지 않게 만들어내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11살 소녀 ‘라일리’의 머릿속에 사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중 쓸모 없는 감정은 없다. 슬픔 또한 성장의 밑거름이라며 그것을 다스리는 방법을 제시한다. 모든 감정들이 열렬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으니 당신이 슬픔을 느끼는 것 또한 인생의 자연스러운 순간임을 작품은 따뜻하게 말한다. 역설적으로 슬픔을 다스리는 방법, 슬픔과 친해지는 방법을 알게 되면 행복과도 가까워진다는 위로도 잊지 않는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 모난 세상 속 스스로 복을 찾아가는 찬실이가 건넨 손길

이미지 : 찬란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겨울의 피아니스트], [우리순이], [산나물 처녀] 등으로 주목받은 김초희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내 주위 좋은 사람들이 좋아할 영화를 만든다”는 김초희 감독은 한때 홍상수 감독의 프로듀서였으며,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데뷔작을 개봉할 만큼 뚝심 있는 감독이다.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로, 불행에 맞설 기회를 복으로 여기는 찬실이는 김초희 감독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찬실 역을 맡은 강말금 배우는 2010년부터 수많은 작품으로 연기 경력을 쌓아왔고, 이 작품을 통해 다수의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꿈을 포기하지 않은 감독과 배우, 극중 찬실이까지, 영화 안팎의 모든 인물이 기분 좋은 에너지를 건넨다.

극중 찬실이는 현실에 없는 장국영(?)에게 위로받는다. 누구한테나 장국영으로 대변하는 자신만의 최애나 환상이 있다면 이 세상 무서울 게 뭐가 있겠냐,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 감독의 메시지다. 누군가가 자신의 환상 안에 살고 있고 그것이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면, 그 자체가 허상이 아닌 행복의 실체가 아닐까? 그렇게 찬실은 자신의 꿈을 비웃는 세상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복을 찾아가며 이 작품을 보는 이에게 용기와 위로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