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 방영한 드라마 [카지노]는 2022년 디즈니+가 거는 최고의 배팅이 아닐까? 국민배우 최민식의 근 25년 만의 드라마 출연이자,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앙의 아이콘’ 손석구까지 합류해, 그야말로 디즈니+의 흥행 잭팟을 기대케 한다. 현재 4화까지 공개되어 시청자의 마음에 재미의 칩을 쌓아가는 이 작품의 면모를 정리해본다.

다양한 타임라인으로 풀어가는 차무식 연대기

이미지: 디즈니+

[카지노]는 수많은 고생 끝에 카지노의 큰 손이 된 차무식이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드라마는 차무식이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되는 모습을 시작으로, 그가 어떻게 이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를 말한다. 드라마는 독특한 전개 방식으로 이 과정을 풀어간다. 차무식의 10~20대 청년 시절, 2000년대 그의 중년 시절 그리고 현재까지, 세 가지 타임라인을 상황에 따라 전개한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도 총명한 머리로 돈을 끌어 모으고, 대학에 진학해 얼떨결에 민주 투사가 되고, 성공한 영어학원 원장에서 도박에 빠져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되는 등 흡사 최민식 버전의 [국제시장] 같은 전개로 주인공의 삶을 보여준다. 타임라인을 순차적으로 풀지 않고, 상황에 따라 배치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각 시절에 주인공이 했던 행동들이 나비효과처럼 다른 시대에 영향을 끼치는데,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재미를 건넨다.

세월의 한계를 뛰어넘는 최민식의 존재감

[카지노]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역시 최민식의 존재감이다. 25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 최민식은 굴곡 많은 차무식의 인생을 자신만의 연기철학으로 이야기에 완벽하게 녹여낸다. 여기에 페이스 디에이징과 AI 음성합성기술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린다. 최민식의 연기 내공과 작품의 기술력이 조화를 이루어 서사의 몰입감을 높인다. 타임라인에 따라 달라지는 최민식의 퍼포먼스를 만나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최민식의 활약상만으로도 대단한데, [카지노]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차무식의 오른팔 정팔 역의 이동휘를 비롯해, 향후 그와 이권을 다툴 태석 역의 허성태, 차무식의 20대 청년 시절을 맡은 이규형, 그리고 짧은 출연이지만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은 진선규와 류현경까지, 보는 내내 ‘이 배우가 여기에도 출연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캐스팅의 무게감이 디즈니+의 이전 드라마와 차원이 다르다. 믿보급 배우들의 다채로운 열연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여기에 차무식의 범죄를 쫓으며 서사의 한 축을 담당할 승훈 역을 맡은 손석구가 가세할 예정이라 작품의 기대감은 더더욱 높아간다.

주인공의 밋밋한 자화자찬, 손석구 등장이 반전의 히든카드가 될까?

이미지: 디즈니+

흥미진진한 소재와 역대급 캐스팅임에도 [카지노] 역시 아쉬운 점이 있다. 가장 큰 약점은 서사의 전개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4부에 걸쳐 차무식의 성공 신화에 공을 들이는데, 그 과정을 반복하고 늘어뜨려 서사의 리듬감이 단조롭다. 차무식이 국세청과 여러 이해 집단에 노출되어 위기를 맞는데, 그 극복 과정이 단순하다. 상대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이다. 범죄 스릴러의 극적 긴장감이나, 누아르 같은 묵직한 분위기를 찾기 힘들다. 이 때문에 주인공이 위기를 이겨내도 짜릿한 카타스시스가 없다. 캐릭터의 카리스마 역시 빛을 보지 못한다.

다행인 점은 이 상황을 만회할 반전 카드가 대기 중이라는 것이다. 5화부터 손석구가 등장해 차무식의 자화자찬 인생담만 보여주느라 지지부진했던 진행 속도에 박차를 가할 듯하다. 차무식이 왜 살인 용의자가 되었고, 그 과정에 어떤 음모와 이해관계가 얽혔는지, [카지노]의 진짜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드라마의 지금까지 배팅은 탐색전에 불과했다. 최민식과 손석구의 불꽃 튀기는 레이스가 시작될 후반부부터는 천천히 쌓아가던 재미의 잭팟을 터트리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