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소니픽쳐스코리아

기발하면서 소름이 끼친다. 다양한 디지털 포맷으로 무장한 주인공은 고성능 컴퓨터처럼 질주한다. 연이은 반전에 과부하가 오지만, 끝까지 기발함을 잃지 않는다. 현실과 맞닿은 섬뜩한 스토리로 찾아온 [서치 2] 이야기다.

[서치 2]는 2018년에 개봉한 [서치]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 작품이다. 전작인 [서치]는 스크린 라이프라는 낯선 장르에도 불구하고 295만 명 관객을 동원했다. 그런 [서치]의 흥행에 힘입어 기획된 [서치 2]는 연출진도 그대로다. [서치]의 감독이 펜을 들고 편집자가 메가폰을 잡았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실종 인물을 찾는다는 설정도 동일하다. 다만 앞선 작품에서는 디지털 기기에 서툰 아버지가 딸을 찾아 나섰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대학생 딸이 어머니를 찾아 나선다.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을 안고 [서치 2]를 감상했다. 전작과 유사하게 전개되어 식상하지 않을까 우려한 한편, 주인공이 디지털에 친숙한 Z세대로 바뀌었으니 보다 시원시원한 전개를 보여주기를 기대했다.

예상대로 주인공 준은 쉼 없이 달린다. 물론 다리가 아닌 손가락으로 움직인다. 준은 노트북과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엄마의 흔적을 좇는다. 이야기는 콜롬비아로 여행을 떠난 준의 엄마가 귀국 예정일에 공항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시작한다. 곧바로 준은 대사관에 도움을 청하지만, FBI가 수사 권한을 바로 적용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강제성이 없으니 수사 진전도 느리다. 그래서 준은 직접 행동에 착수한다.

이미지: 소니픽쳐스코리아

1편보다 확장된 스케일이 재미를 배가한다. 딸의 평소 행동반경에 머물렀던 1편과 달리 [서치 2]의 사건 배경은 미국과 콜롬비아를 오간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언어적 장벽을 준은 손쉽게 극복한다. 스페인어만 구사하는 호텔 직원과 번역기로 소통하고, 구글 위성지도로 도시를 샅샅이 파헤친다. 콜롬비아에 갈 수 없다는 한계도 심부름 어플로 극복한다. 이 모든 과정이 몇 번의 클릭 또는 터치로 이루어진다. 아이디 생성과 결제가 순식간에 이루어져 소위 ‘고구마’라고 일컫는 답답함을 느낄 새가 없다.

어플을 통해 접촉한 하비에르는 준 대신 엄마가 머물던 호텔과 상점을 방문하면서 단서를 제공한다. 직접 만난 적도 없고 시간당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관계지만, 하비에르는 패닉한 준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조언을 건네며 든든한 조력자로 거듭난다. 이런 둘의 관계 변화는 긴장된 분위기를 풀고 계속되는 의심에 지쳤을 관객에게 숨 쉴 틈을 선사한다.

한편 영화는 기술의 부작용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현실을 꼬집는다. 엄마의 실종이 SNS에서 화제가 되어 준의 일상을 위협한다. 인플루언서들은 조회 수 올리기에 혈안이고 유저들은 자작극인지 아닌지 댓글로 설전을 펼친다. 준의 가까운 인물조차 사건의 진위를 의심하면서 준을 압박한다. [서치 2]는 주인공이 능수능란하게 기술을 사용하면서 분투하는 모습으로 대부분 채워져 있다. 그런 와중에도 초연결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포착해 생각거리를 건넨다.

[서치 2]는 기발한 발상으로 시작해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주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무리하게 집어넣은 반전이 옥에 티다. 반전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현실감을 줄이고 전개를 늘어트린다. 반전 자체의 완성도를 떠나 스포츠카처럼 달리던 영화에 제동을 거는 점이 문제다. 반전이 무리수처럼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빈약한 결말에 있다. 반전에 비해 싱거운 결말은 전체적인 개연성을 떨어져 보이게 만든다. 비록 반전을 다루는 방식은 아쉬웠지만, 복선 회수는 만족스럽다. 곳곳에 뿌려진 힌트와 복선을 남김없이 거두면서 충격과 희열을 선사한다.

이미지: 소니픽쳐스코리아

기술 발달의 위험성을 경고한 공포 영화 [메간](2023)처럼 [서치 2]도 기술의 어두운 면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후자는 기술의 가능성을 더 부각했다. 달라진 모녀의 관계를 화면 안에서 표현한 엔딩도 그렇다. 하지만 준의 활약을 보고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는 내가 Z세대가 아니라서 그런 걸까? 능숙하게 타인의 비밀번호를 찾아내는 준의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섬뜩하게 다가왔다. 거침없는 준의 행보가 지금은 픽션에 머물지만 조만간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기술의 진보가 연출가의 상상력을 자극해 [서치 2]처럼 기발한 작품을 탄생시킬 것이라는 기대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