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2일, 이성경과 김영광이 주연을 맡은 디즈니플러스 새 시리즈 [사랑이라 말해요]가 공개됐다. 감성 로맨스를 내세운 이 작품은 공개 전부터 두 배우의 훤칠한 비주얼 합으로 만들어나가는 로맨틱한 케미스트리로 기대감을 높였다. 드라마는 과연 그 기대를 충족했을까?

이미지: 디즈니+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미친 짓을 하기로 결심한 심우주(이성경)는 화려한 미니 원피스에 빨간 구두를 신고 장례식장을 찾아간다. 그곳에서는 우주의 학창 시절에 외도를 저지르고 돈이 되는 것은 모두 쓸어 모은 뒤에 집을 떠났던 아버지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다. 조용하지만 강렬한 방식으로 죽은 아버지와 불륜 상대인 마희자에게 망신을 주면서 작은 복수가 성공하는 듯했던 것도 잠시, 우주는 희자가 아버지 명의였던 집을 팔아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20년 동안 살았던 집에서 쫓겨난다. 희자가 집을 판 돈으로 아들 한동진(김영광)의 회사에 투자했다는 소식을 들은 우주는 태연히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동진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회사에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로 들어가 동진에게 접근한다.

고교 동창의 남편이자 세 남매의 아버지를 빼앗고, 그것도 모자라 겨우 남은 집까지도 빼앗아 간 희자는 우주에게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굴 정도로 뻔뻔한 사람이다. 동진은 바로 그 사람의 아들이다. 두 사람의 서사를 처음 봤을 땐, 어찌나 깊은 악연으로 얽혀 있던지 우주와 동진이 과연 사랑에 빠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말랑해 보이는 영상 톤과는 상반되게 로맨스가 아니라 복수 스릴러가 더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점점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둘의 관계는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흥미진진하면서도 매력적으로 얽혀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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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언제나 차가운 표정으로 날카롭게 벼린 속마음을 곧이곧대로 입 밖으로 꺼내지만, 사실은 마음이 여린 사람이다.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상처받지 않기 위해 강해 보이는 외피를 뒤집어쓴 것뿐이다. 타인에게 무관심해 보이는 동진은 사실 참는 데 익숙해진 사람이다. 비록 희자와 모자지간이긴 하지만, 그는 어머니를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타인처럼 대한다. 우주에게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동진 역시 희자가 아버지와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린 사람이라고 여긴다고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그는 오래 사귄 여자친구 강민영(안희연)의 바람을 1년 동안이나 모른척했던 경험도 있다. 우주는 참다 참다 울분을 쏟아내고야 만다면, 동진은 답답할 정도로 그저 견뎌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우주와 동진의 공통점은 바로 ‘외로움’이다. 우주는 타인을 상처 입히기보다 홀로 삭이며 감내하기를 택한 동진의 외로움을, 동진은 다정하고 여린 마음씨를 날카로운 말들로 가린 우주의 외로움을 발견한다. ‘누군가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것이 사랑이 시작이 아닐까’라 말했던 드라마의 첫 대사처럼, 두 사람은 점차 상대방의 외로움을 이해하면서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조금씩 서로를 신경 쓰기 시작한다.

우주와 동진의 은은한 관계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이성경과 김영광 모두 이전 필모에서는 잘 보여주지 않았던, 웃음기 없이 메마르고 버석한 표정을 그리며 깊이 있는 감정선을 보여준다. 푼수 같을 정도로 답이 없는 ‘얼빠’, ‘금사빠’ 심혜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김예원의 연기는 드라마에 새로운 자극을 더하고, 성준이 연기하는 윤준의 해맑고 명랑한 모습은 끝없이 가라앉을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타이밍 좋게 환기하면서 숨통을 트여준다.

4회를 지난 [사랑이라 말해요]의 로맨스는 이제야 시동이 걸린 상태다. 그 외에도 망하느냐 마느냐 아슬아슬한 줄타기 중인 한동진의 회사의 운명, 심우주의 복수의 행방, 또 한동진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강민영의 이야기 등 흥미로운 부분들이 가득하다. 로맨스도 복수도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