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 액션이 주는 쾌감이 시원하고 짜릿하다. 우도환과 이상이가 복싱 선수로 나선 넷플릭스 새 시리즈 [사냥개들]은 뜨거운 액션과 브로맨스를 앞세워 8부작을 거침없이 질주한다. 작품 공개 전에 김새론의 음주운전 여파로 잡음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군더더기 없는 만듦새로 킬링타임 장르물의 매력을 무난하게 전한다.

이미지: 넷플릭스

[사냥개들]은 사람 목숨보다 돈이 먼저인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이 이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다. [청년경찰], [사자]에서 악한 세력에 대항하는 남자들의 브로맨스를 선보였던 김주환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며,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감독은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주인공이 하는 운동을 유도에서 복싱으로 바꾸고 코로나 팬데믹을 반영해 액션의 타격감과 이야기의 현실감을 높였다. 전매특허 같은 브로맨스는 이전 작품보다 더 다채롭게 펼쳐내며 시선을 붙든다.

건우(우도환)와 우진(이상이)은 둘이 함께할 때 완벽하다는 점에서 청년경찰의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을 닮았다. 두 사람은 기준과 희열이 그랬듯이 젊음의 에너지와 정의감으로 불의에 맞선다. 거친 세상에 맨몸으로 부딪히며 좌절하고 절망에 빠지기도 하지만 함께 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고 그러면서 성장해 간다. 두 청년은 피비린내 나는 울퉁불퉁한 여정 속에서도 따뜻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곧잘 유쾌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시청자들이 그들을 응원하도록 이끈다.

우도환과 이상이는 전에 본 적 없는 모습으로 익숙한 브로맨스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사자]에서 서늘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우도환은 올곧은 심지를 가진 순진한 청년 건우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조금 어눌한 목소리에 선해 보이는 눈빛을 장착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를 우직하게 그려낸다. 캐릭터의 진솔한 모습에 배우의 진심이 담긴 것 같다. 이상이는 적당히 허세 있고 뺀질거리는 우진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며 밸런스를 맞춘다. 복싱선수에 걸맞은 외형적인 변화도 놀랍고 신선하다. 

이미지: 넷플릭스

극의 배경에 지난 몇 년간 서민경제를 위축시켰던 코로나 팬데믹 현실을 녹여낸 점도 이채롭다. 다분히 만화적인 캐릭터들이 드라마에 안착할 수 있게 이끌면서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사채업자 명길 역을 맡은 박성웅의 악역 연기에 거부감이 크게 들지 않는 데는 팬데믹이라는 배경도 한몫할 것이다. 코로나 19로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오직 자신 탐욕을 채우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짓밝는 명길은 다른 어떤 빌런보다 악랄해 보인다. 비열함이 더해진 명길은 박성웅이 이전에 맡은 악역과 확연히 구분되는 악독한 존재감을 남긴다. 

액션은 이야기 못지않게 작품에서 중요한 한축을 차지한다. 사채업자 무리에 맞서는 건우와 우진의 맨주먹 액션은 날렵한 몸놀림으로 타격감에 리듬을 입힌다. 우도환과 이상이는 복서의 비주얼뿐 아니라 민첩한 액션을 탁월하게 소화한다. 복싱을 모르는 사람도 푹 빠져들 만큼 움직임이 멋지다. 최근 흥행몰이 중인 [범죄도시3] 속 마동석의 묵직한 핵주먹과 다른 재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해영, 류수영, 허준호, 박성웅도 액션에 가세해 검과 오토바이 등을 이용한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그중 이해영과 류수영은 분량이 아쉬울 정도로 멋진 액션을 보여준다. 

[사냥개들]의 흠이라면 공개 전부터 우려를 낳았던 김새론일 것이다. 김새론이 맡은 현주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건우, 우진과 함께 움직이는 주요 캐릭터다. 현주는 사채업자 때문에 곤경에 처한 건우가 우진과 함께 무자비한 세계에 휘말리는 데 큰 역할을 하며 동시에 이들과 함께 삼총사 케미스트리를 만들어간다. 그러니 극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도 그렇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에는 난감했을 터다. 감독은 중반 이후 극적인 사건을 겪은 뒤에 퇴장하는 것으로 처리했지만, 아무래도 이야기의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드라마가 줄곧 잘해왔던 케미스트리의 한축이 흔들리면서 마무리도 다소 헐겁게 느껴진다. 그러나 우도환과 이상이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작품 외적인 논란으로 생긴 아쉬움을 상쇄한다. 이들의 노력이 더 큰 결실을 맺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