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만 보고 있어도 그저 기분 좋은 영화 ‘멍뭉이’

이미지: (주)키다리스튜디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약 24만 마리의 동물이 유기 혹은 유실되었다. 한 해에 10만이 넘어가는 유기 동물이 생겨난 셈. 그러나 국내 유기 동물 보호소는 280곳에 그쳐, 단순 셈법으로 계산하면 매일 한 보호소에 최소 한 마리의 유기 동물이 추가된다고 볼 수 있다.

보호소는 턱없이 부족한데 버려지는 동물은 줄어들지 않는다. 결국 새 보금자리를 찾지 못한 동물들은 안락사된다. 지난 10년간 약 22만 마리의 유기 동물이 안락사 되었다고 한다. 이 수치는 국내 지방자치단체의 통계로,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

강아지 유치원, 반려동물 전문 암 센터, 펫시팅 등 반려동물을 위한 서비스는 나날이 늘어가는데, 동시에 수많은 동물이 버려지고 있다. 씁쓸하고 모순적인 현실이다. 그런데 반려동물을 둘러싼 사회적 명과 암을 우울하지 않게 그려낸 영화가 있다. 강아지들의 순수함에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 [멍뭉이]다. 극장 개봉을 마치고 최근 왓챠에서 공개되어 영화팬은 물론, 반려동물을 기르는 이들의 관심을 다시 받고 있다.

영화 ‘멍뭉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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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뭉이]는 반려견 루니를 동생과 다름없이 여기던 민수(유연석)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더 이상 루니를 기르지 못하게 되면서 사촌 형 진국과 함께 새 주인을 찾으러 나서는 이야기다. 민수에게 골든 리트리버 루니는 애완동물 그 이상을 의미한다. 11년을 함께 살았을 뿐 아니라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힘들어하는 순간에도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수와 루니의 동거는 예상치 못한 이유로 위기를 맞게 된다. 여자친구가 프로포즈를 받아들이면서 강아지 침 알레르기를 고백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알레르기 약을 복용하며 참아 왔지만 함께 사는 것까지는 불가능하다면서.

이로써 민수는 여자친구와 반려견을 두고 운명의 기로에 선다. 이 사실을 사촌 형 진국(차태현)에게 털어놓자, 진국은 흔쾌히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자신의 SNS로 입양 신청을 받고, 그 주인이 루니를 맡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 함께 면접을 봐주겠다는 것. 이렇게 민수와 진국, 루니의 로드 트립이 시작된다.

반려견을 키워줄 새로운 주인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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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입양을 희망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어린 아기를 기르는 주부부터 죽은 반려견을 잊지 못하는 청소년,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고소득자까지. 이들과 민수-진국의 만남은 대체로 코믹하게 그려진다. 빵빵 터지는 웃음까지는 아니더라도 피식 웃게 만드는 지점이 골고루 분포돼있다. 그러나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도 영화는 중요한 메시지를 잊지 않는다. 반려동물을 기른다는 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당연하지만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점을 전달한다.

적합한 주인을 찾지 못한 민수와 진국은 결국 제주도로 향한다. 그곳에 강아지를 사랑하고 큰 마당도 보유한 이상적인 애견인이 있다는 말에 둘은 한줄기 희망을 품고 남쪽으로 간다. 시원한 바람과 청량한 바다에 여행 분위기를 즐기던 것도 잠시, 도로 위를 달리던 민수와 진국은 고초를 맞닥뜨린다. 이번엔 길가에 버려진 네 마리의 새끼 강아지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휴양지이지만(어쩌면 대표 휴양지이기에) 유기견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제주도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낑낑거리는 강아지들을 차마 외면할 수 없던 민수와 진국은 핸들을 돌려 유기견 보호소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민수와 진국은 보호소의 열악한 환경을 목격한다. 보호소 관리자는 이들에게 씁쓸한 현실을 들려준다. 어미 강아지가 출산하기 전에는 이어졌던 입양 문의가 믹스견이 태어나자 뚝 끊겼다는 이야기. 전반적으로 발랄한 톤을 유지하던 영화에서 손에 꼽히는 가라앉는 분위기이자,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또 다른 목소리가 묵직하게 들리는 대목이다.

마음 약해진 민수와 진국은 강아지들을 두고 나오기는커녕, 안락사 위기의 믹스견을 품에 들고나온다. 이렇게 총 8마리로 늘어난 강아지와 함께 민수와 진국은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토록 찾던 집사를 만난 민수와 진국. 마지막 면접을 치르면서 반려견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웃음과 따뜻함 뒤로
반려동물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도 돋보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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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뭉이]는 반복적으로 딜레마를 강조한다. 극의 시작점이자 중심축인 루니와 여자친구라는 양자택일부터 유기견 증가와 안락사라는 윤리적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는데 흥미로운 점은 문제 동물이 없다는 점이다. 사람을 물거나 공격적이어서 파양된 강아지는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 버려진다는 말은 고려할 가치조차 없다는 듯이 말이다.

민수와 진국은 8마리의 강아지를 떠안게 된다. 그러나 직간접적으로 그려진 여러 현실적인 요소들은 끝내 마법처럼 해결된다. 루니의 집사를 간택하려다 갈 곳 없는 강아지들을 줍고 끝내는 모두가 행복한 엔딩을 맞는 것까지. 이 일련의 일이 원래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일어난다. 다르게 말하면 개연성을 쌓는 과정이 부족하다. 서사가 깊지 않고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모두 이해 가는 비판이다. 하지만 가정의 달에 소중한 사람과 같이 보기에 무난한 영화라고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연신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청년경찰]을 연출한 김주환 감독의 코믹한 대사도 매력을 더한다. 유연석은 루니의 형이자 여자친구를 아끼는 사랑꾼이며 진국 앞에서는 철부지 동생인 민수를 연기하며 다채로운 면모를 선보인다.

사실 루니를 누구보다 아낀다면서 결국 타인에게 맡기려는 민수의 결심은 언뜻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유연석은 답답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민수라는 배역을 매끄럽게 소화했다. 기쁨과 슬픔, 짜증 등 수많은 감정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맡은 캐릭터의 이중성을 중화한다. 조력자 역할을 맡은 차태현도 무한 오지랖과 찰떡같은 티키타카를 보여주며 형제 케미를 완성한다.

누군가는 [멍뭉이]를 두고 강아지를 빼면 볼 것 없는 영화라고 말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전하고 싶다. 결국 ‘유기 동물’이란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다. 스크린을 훈훈함으로 채운 강아지들의 귀여움을 만끽하되 영화가 제기하는 이슈들을 잊지 말자. 동화 같은 이야기 뒤에 영화가 꼬집는 현실과 주제의식을 같이 본 이들과 논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것을 다 떠나 극중 강아지들만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