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세 남자와 가난하지만 당차고 밝은 여자의 로맨스가 다시 한번 펼쳐진다. “또?”라고 하기에는 드라마를 이끌 주연이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이준호와 가수보다 믿보 배우로 거듭난 임윤아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닥터 차정숙]의 후속작으로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킹더랜드]는 웃음을 경멸하는 킹그룹의 후계자 구원(이준호)과 괴로워도 슬퍼도 항상 웃어야만 하는 호텔리어 천사랑(임윤아)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의 이름부터 작품의 목적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사랑’이 모든 것을 ‘구원’한다!

이 같은 작명 센스와는 다르게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그리 좋지 못하다. 킹호텔에 갓 입사한 사랑이 자신을 희롱한 손님을 구원으로 착각하면서 작은 소동이 벌어진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같은 직장에서 또 만난다. 구원은 킹호텔의 본부장으로, 사랑은 고객이 뽑은 우수 사원으로 말이다. 이번에는 악연이 아니라 새로운 인연으로 다가온다. 두 사람은 업무적으로 함께하면서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를 조금씩 알아간다. 그러면서 마음이 두근거린다. 그렇게 ‘킹더랜드’는 두 사람의 ‘라라랜드’로 변해간다

[킹더랜드]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역시 이준호와 임윤아 로맨스 케미다. 이준호는 남부러울 것 없는 금수저로 자랐지만 이복누나의 정신적 학대와 집안 문제로 냉정해진 구원 역을 맡았다. [옷소매 붉은 끝동]처럼 이지적이고 시크한 모습 사이로 드러나는 인물의 외로움을 흡입력 있게 보여준다. 구원은 사람들의 거짓 웃음에 트라우마가 있는데, 이때 이준호의 표정과 감정 연기가 드라마의 가볍고 밝은 분위기를 일순간에 바꿀 정도로 인상 깊다.

이미지: JTBC

임윤아는 호텔에서 꿋꿋이 근무하는 사회초년생 사랑 역을 맡았다. 이름 그대로 사랑스럽게 캐릭터의 매력을 그려낸다. 캐릭터 설정상 얼핏 수동적이고, 약한 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자신의 직업에 늘 프로의식을 가지며, 때때로 불합리한 처사에 목소리를 당당히 높이기도 한다. 구원과의 첫 인연은 썩 유쾌하지 못했지만, 거짓 웃음에 응어리진 그의 마음을 진실된 미소로 풀어줄 예정이다.

두 사람의 케미는 웃음과 달달함을 동시에 자아낸다. 두 주인공이 티격태격거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코믹하다. 특히 4화에서 킹더랜드로 승진한 사랑을 챙겨주려고 거하게 회식을 마련한 구원과 이 때문에 동료에게 눈치를 받는 사랑의 모습이 가장 코믹하다. 드라마의 목적인 로맨스도 잊지 않는다. 3화에서 뜻하지 않게 술자리를 한 두 사람이 웃음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의미 심장하면서도 설렘 가득하다. 두 배우의 훈훈한 비주얼과 서툴면서도 귀여운 썸은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그렇다고 [킹더랜드]는 구원과 사랑의 로맨스만 있는 게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사랑과 함께 사는 친구들의 에피소드다. 이들은 사회생활에 지친 사랑을 응원하면서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특히 직장에서 겪는 진상 고객, 서열 문제 등을 풍자하면서 사회초년생을 향한 응원도 함께 건넨다. 신분초월 로맨스를 그리면서도 오피스 드라마의 재미도 함께 잡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이미지: JTBC

다만 이 같은 구성에도 [킹더랜드]는 올드하고 유치한 인상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다. 구원이 아버지의 회사에 입사할 때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 객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던 사랑과 구원이 마주치는 모습 등은 웃음보다는 억지스럽고 비현실적이다. 주인공 구원과 사랑의 관계 역시 식상하다. 구원이 사랑에게 빠지는 부분, 모든 것을 가진 금수저에게 늘 있는 출생과 가문의 비밀, 학벌로 인해 직장 동료에게 무시당하는 모습 등은 비슷한 소재의 작품에서 봤던 레퍼토리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않는다. 대사는 틀에 박혔으며, 사건을 풀어가는 방법 역시 진부하다.

4화까지 진행된 [킹더랜드]는 두 배우가 빚어내는 로맨스는 흥미롭지만, 장점보다 단점이 더 커 보인다.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헐겁고, 분위기는 너무 가볍다. 가끔은 그 도가 지나쳐서 오글거릴 정도다. 이런 약점을 완화시켜줄 서브 주연이나 감초 조연이 없는 점도 아쉽다. 물론 아직 극 초반이며, 향후 전개에 따라 나아질 가능성은 분명 있다. 다행히 3-4화는 1-2화보다 무리수는 줄었고, 캐릭터의 개성도 조금씩 살아났다. 또한 4화의 우산엔딩은 두 배우의 비주얼과 감정이 가장 고도에 올라서며 보는 이를 설레게 했다. 아직 할 이야기가 더 많은 [킹더랜드]가 지금의 단점을 상쇄하고 제목처럼 로맨스 드라마의 킹으로 등극할 수 있을지, 조금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사랑’이 드라마를 ‘구원’할 시간은 충분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