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임지연과 2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김태희가 한자리에서 만났다. [마당이 있는 집]은 전혀 다른 삶을 살던 두 여자가 남편들이 얽힌 사건으로 인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는 임지연과 김태희의 만남과 더불어,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통해 아름다운 영상미를 뽐냈던 정지현 감독이 연출을 맡아 기대감을 자아냈다.

문주란(김태희)은 넓은 마당이 딸린 커다란 집에서 다정한 의사 남편 박재호(김성오), 모범생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남부러운 것 없는 모양새지만, 어느 날 주란이 마당에서 이상한 악취를 맡으면서 완벽해 보이던 일상이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죽은 언니를 발견했던 사건을 겪고 시체가 부패하는 냄새를 기억하는 주란은 마당에 무언가가 묻혀있다고 의심하고, 그저 다정한 줄만 알았던 재호는 모든 것이 주란의 상상인 양 세뇌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면서 혼란을 더한다.

추상은(임지연)은 임신한 몸으로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남편 김윤범(최재림)에게 시달리며 죽을 만큼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윤범에게서 벗어날 길을 찾던 상은은 윤범이 재호에게 접근해 협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윤범은 재호와 만나기 위해 밤낚시를 제안하는데, 다음날 그가 낚시터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이에 상은이 재호를 살인 용의자로 지목하면서 상은은 주란과 재호 부부와 직접적으로 얽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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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까지 [마당이 있는 집]은 꾸준히 시청률 상승세를 타며 한국 넷플릭스에서도 TV 부문 1등을 기록한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청자를 사로잡은 비결을 꼽자면, 스릴러 드라마로서의 묘미가 잘 살아있다는 점이다. 끔찍한 사건을 겪은 트라우마로 불안정한 상태의 주란과, 마치 아내가 일을 벌여놓고 기억을 못 한다는 듯한 말로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을 하는 재호의 모습을 교차하면서 시청자에게 혼란스러움과 긴장감을 안긴다.

주란의 집과는 대조적으로 노골적으로 폭력적인 환경에 놓인 상은의 집 또한 경계를 늦출 수 없다. 언제 또 폭행을 당할지 모를 상황에서 상은이 재호와의 연결고리가 될 핸드폰을 발견하고 숨기는 장면에서는 절로 숨을 멈추게 된다. 폭력의 원흉인 윤범이 사망한 후에는 긴장감의 결이 사뭇 달라진다. 윤범이 몰래 전셋집 보증금을 빼다 쓰고, 투자한답시고 거액의 빚을 지고, 거기다 협박으로 고소까지 당했다는 사실이 상은에게 끊임없이 몰아닥친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암담한 현실 속에서 상은은 윤범이 재호를 통해 한몫 잡으려 했던 것처럼 그의 뒤를 따라 재호를 협박하는 길을 택하면서 드라마에 새로운 긴장감을 부여한다. 4화 동안 이 모든 이야기를 다루면서 늘어질 새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점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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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물이 주는 매력도 한몫하지만,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원동력을 고르라면 단연 배우들의 연기다. 임지연은 전작 [더 글로리]에서 보여줬던 악랄한 모습을 감쪽 같이 지우고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초반에는 윤범 곁에서 자포자기한듯 생기라고는 전혀 없던 상은이 남편이 사망한 후에 점차 살고자 하는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을 탁월하게 표현한다. 특히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음식을 먹는 장면에서 상은의 심리 변화를 뚜렷하게 그려낸다. 놀라운 연기 덕분에 임산부인데도 폭력적인 남편 때문에 제대로 된 음식을 거의 먹지 못했던 상은이 윤범이 죽자 식욕이 돌아 짜장면과 탕수육을 집어삼키고, 그와 비슷한 선택을 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눈물을 흘리면서 사과를 씹어 삼키는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김태희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다. 트라우마로 인해 연약하고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도자기 인형 같았던 주란이 점차 진실을 마주하기 위해 갇힌 새장 밖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안정적으로 보여준다.

중반으로 향하는 드라마는 마당에 묻혀 있던 시체와 재호의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서로 바라보는 방향은 다르지만, 모든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싶어 하는 주란과 상은의 공조는 과연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앞으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명연기를 통해 드라마의 매력을 뽐내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