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 코믹스를 대표하는 슈퍼 히어로 ‘플래시’의 첫 단독 실사 영화 [플래시]가 지난 6월 14일 극장에서 공개되었다. 혼란했던 감독 선임과 연예면보다 사회면에 더 자주 나왔던 주연 배우의 부정적 이슈, 줄거리 유출 등으로 잡음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플래시]는 DC의 확장 유니버스의 마무리이자 또 다른 유니버스의 시작을 장식하게 되었다. 액션, 구성, 매력적인 캐릭터의 밸런스로 호평을 받고 있는 [플래시]를 만나보기에 앞서, DC 유니버스 속 플래시의 주요 행적들을 파헤쳐 본다.

플래시는 누구인가?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우선 슈퍼 히어로 ‘플래시’에 대해 알아본다. ‘플래시’라고 불리는 ‘배리 앨런’은 시간을 역행하고, 언제든지 초고속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전기 방출 능력에 천재적인 두뇌까지 가진 ‘인간’이다. 배리는 고운 피부, 파란 눈, 짙은 갈색 머리를 가진 청년으로 묘사되고, 플래시로서는 가슴에 번개 표식이 있는 빨간색 바디 수트와 부츠, 장갑을 착용한다. 여기에 번개를 닮은 노란색 벨트까지 더해지면, 플래시의 초인적인 속도가 강조되는 착장이 완성된다.

플래시는 슈퍼 히어로답게 강한 정의감과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열망에 의해 움직이지만, 그의 성격은 아주 낙관적이고도 명랑한 편이다. 빠른 재치와 경쾌한 유머, 긍정적인 사고는 주변인들까지 변화시킨다. 또한 사람의 타고난 선함을 믿으며 다른 사람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플래시는 이러한 장점들로 동료들과 원만한 상호 작용을 하며,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행보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 DC 확장 유니버스의 첫 등장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플래시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통해 DC 확장 유니버스에 최초 등장했다. 배경은 다름 아닌, 브루스 웨인이 꾸던 악몽 속이었다. 꿈속에서 브루스 웨인은 슈퍼맨이 타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평행세계에 있었고, 이를 막기 위해 시간을 역행한 플래시는 브루스 웨인에게 “그놈을 두려워해야 돼” “로이스 레인이 열쇠야”라며 경고를 건넨다. 앳된 배리와 달리 수염이 자란 얼굴과 “내가 너무 빨리 왔군”이라는 대사를 통해 그가 미래에서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빨라도 너무 빨랐던 플래시의 첫 등장은 다소 뜬금없이 이루어져서 극중 브루스 웨인도 그의 경고를 이해하지 못했고, 관객 또한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 떡밥은 무려 5년 후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일명 ‘스나이더 컷’에서 회수되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 숙적과의 만남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수어사이드 스쿼드]에도 카메오로 짧게 등장한 플래시는 속물적인 빌런 캡틴 부메랑과 대립한다. 캡틴 부메랑은 호주 등지에서 범죄를 저지르다가 미국으로 넘어와 다이아몬드를 털기로 한다. 캡틴 부메랑이 동료를 공격하고 보석이 든 보따리를 들고 가려던 순간, 푸른 스파크를 튀기며 플래시가 등장한다. 이내 “도둑들 사이엔 의리도 없나 보지?”라는 말로 캡틴 부메랑을 도발한다. 원작 코믹스에서 캡틴 부메랑이 플래시의 숙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보면 흥미로운 장면이다.

또한 쿠키 영상에서도 플래시의 존재가 등장한다. 미드웨이 시티 사태에 대한 비밀을 덮어주는 조건으로, 아만다 월러가 브루스 웨인에게 메타 휴먼들의 정보가 담긴 기밀문서를 전달하는 장면이다. 그 기밀 정보 속에는 아쿠아맨과 함께 플래시의 데이터가 담겨 있었고, 이는 배트맨과 플래시가 이미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렇게 플래시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짧게 등장했지만, 이는 후에 더 매끄럽게 DC 유니버스를 연결하기 위한 큰 그림이었다.

저스티스 리그 – 이제부터 내 이야기 들어볼래?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저스티스 리그]에 등장한 플래시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센트럴 시티에서 태어난 배리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그 죄를 뒤집어쓴 아버지는 감옥에 갇히게 된다. 배리는 목격자였지만 어른들은 어린 배리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고, 아버지가 그랬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배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경찰 수사관이 된다. 그렇게 과학 수사대에서 일하던 어느 날, 낙뢰 사고를 당하며 화학 약품을 뒤집어쓴다. 이 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소생함과 동시에 ‘스피드 포스’라는 힘을 얻게 되며 히어로로서 활동을 시작한다.

비슷한 유년의 아픔을 겪어서인지, 플래시는 배트맨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다. 배리가 저스티스 리그 팀에 합류할 때도, 처음으로 사람을 구하며 히어로로서 각성할 때도 배트맨은 마치 플래시의 멘토, 스승처럼 옆에 있었다. 플래시는 이런 배트맨의 응원과 조언 덕분에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에즈라 밀러는 배트맨과 플래시의 관계에 대해, “천진난만한 배리와 모든 공포를 지나와 지쳐 있는 배트맨이 서로를 보며 많은 걸 배우는 매력적인 관계”라고 표현했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스승과 기특하고 훌륭한 제자’ 정도로 볼 수 있겠다.

[플래시]의 연출을 맡은 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는 인터뷰를 통해, 배트맨과 플래시의 관계를 더 자세히 언급했다. “배리와 브루스는 우리가 지금까지 본 적 없었던 감정적 단계에 도달할 것이며, 배트맨은 영화에서 상당한 역할을 맡을 것이다. 이것은 배리의 영화이고, 배리의 이야기지만, 두 캐릭터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깊게 연결되어 있다. 두 사람 다 어머니가 살해당했고, 그것이 영화의 중요한 연결선 중 하나이다”라고 밝히며, [플래시]에서 둘의 깊은 관계성을 풀어낼 것을 예고했다.

크라이시스 온 인피닛 어스 – 또 다른 나를 만난 플래시

이미지: CW

플래시는 CW버스 크로스오버 이벤트인 [크라이시스 온 인피닛 어스] 4부에도 짧게 등장했다. 스피드 포스 속에서 갑자기 맞이한 낯선 풍경에 당황하던 플래시(그랜트 거스틴)는 또 다른 세계의 배리(에즈라 밀러)를 만나 서로 경악한다. 이내 자신을 ‘플래시’라고 소개하는 그의 이름을 곱씹는다. 아직 히어로 닉네임을 정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는 배리가 자신의 이름을 플래시라고 짓게 되는 계기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 후 드라마판 플래시는 영화판 수트를 보며 “멋있어 보인다”하고 영화판 플래시는 드라마 수트를 “편해 보인다”는 유쾌한 칭찬을 주고받은 후 악수를 나눈다. 본래 [크라이시스 온 인피닛 어스]는 촬영이 다 끝난 상태였으나, 급작스럽게 에즈라 밀러에게 카메오 출연을 제안해 탄생한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