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터로이드 시티’

지독하게 미학을 추구하는 웨스 앤더슨 감독이 신작 [애스터로이드 시티]로 돌아왔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1955년 가상의 사막 도시이자 운석이 떨어진 도시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예측불허 상황들을 그린다. 또 어떤 색과 구도, 배치를 통해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선사해줄지,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미학으로 수많은 팬을 확보한 웨스 앤더슨의 연출 특징은, 특이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을 직관적으로 담아낸다는 것이다. 선과 색, 구도와 배치, 의상과 소품 등 모든 작은 요소들이 그의 세계를 완성한다. ‘그와 함께 여행하면 온 세상이 영화가 된다’는 말처럼 그는 세상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고, 세상 모든 곳을 모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신작 또한 즐거운 모험이기를 바라며, 아름답고 완벽한 웨스 앤더슨의 세계는 어떻게 구축되어 왔는지 살펴본다.

다즐링 주식회사(2007)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시끌벅적한 형제들의 신비스러운 인도 여행을 그린 코미디 영화 [다즐링 주식회사]는 3인 3색 휘트먼 형제의 행복 찾기 프로젝트이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서먹한 형제 사이가 돈독해지길 바라는 맏형 ‘프랜시스’(오웬 윌슨), 아내가 임신하자 구체적으로 이혼을 계획하는 둘째 ‘피터’(애드리언 브로디), 헤어진 애인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막내 ‘잭’(제이슨 슈왈츠만)까지. 소원했던 삼형제는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인도에 있는 엄마에게 전하기 위해 1년 만에 뭉친다.

사고만발 인도 여행을 그린 [다즐링 주식회사]는 웨스 앤더슨만의 유머와 더불어 인도의 특색까지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제목 ‘다즐링 주식회사’란, 선로가 있어도 길을 잃어버리는 대책 없는 인도 기차를 뜻한다. 삼형제는 이 열차를 타고 험난한 여행을 펼치며, 당황스러운 사건들에 휘말린다. 영화는 황량한 인도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곳곳에 붉은색, 초록색 등 선명한 채도의 소품들을 사용했다. 균형 잡힌 분위기 속에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 지점이다.

판타스틱 Mr. 폭스(2009)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생존권을 되찾고 동물 사회 전체를 구하기 위한 ‘Mr.폭스’의 판타스틱한 작전을 그린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Mr. 폭스]. 과거를 청산한 후 가정적인 남편이자 지역 신문 칼럼니스토로 활동하고 있는 ‘Mr.폭스’는 인간 마을의 3대 농장 앞에서 야생 본능이 살아난다. 닭, 거위, 칠면조와 사과 주스를 훔쳐내며 삶의 활력을 되찾아가던 ‘Mr.폭스’는 결국 농장주들의 반격으로, 식량 하나 없는 지하 세계에 갇혀 버리고 만다.

고전적인 수공 기법으로 탄생한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Mr. 폭스]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등을 집필한 ‘로알드 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한 웨스 앤더슨은 원작을 더욱 역동적이고, 유쾌한 가족 드라마로 재탄생시켰다. 색감은 전체적으로 갈색, 주황색, 노란색을 사용하여 따뜻하고 아늑한 시골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여우, 닭, 거위, 칠면조 등 동물들의 모션은 매 프레임마다 직접 손으로 조정하는 까다로운 작업을 통해, 생생하고 생명력 넘치는 움직임을 구현하였다.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문라이즈 킹덤(2012)

이미지: 영화사 진진

여름의 끝, 뉴 펜잔스 섬을 발칵 뒤집어놓은 기상천외한 실종사건을 그린 영화 [문라이즈 킹덤]. 사고로 가족을 잃고 위탁가정을 전전하는 카키 스카우트의 문제아 ‘샘’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친구라곤 라디오와 책, 고양이밖에 없는 외톨이 ‘수지’와 가까워진다. 소울메이트가 되어 서로를 보듬어주던 두 사람은 둘만의 아지트를 찾아 떠나기로 결심하지만, 이내 샘과 수지가 실종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달이 뜨는 왕국’이라는 의미를 가진 [문라이즈 킹덤]은 몽환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배경이 되는 뉴 펜잔스 섬은 과거에서 그대로 옮겨온 듯한 마법 같은 섬이고, 두 아이가 여름을 함께 지낸 바닷가 또한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또한 등대, 캠핑장, 카누 등 사람과 시간의 역사를 공간적으로 재현해 놓은 소품들은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 모든 신비롭고 애틋한 연출은 ‘첫사랑’이라는 주제를 더욱 상기시킨다.

이미지: 영화사 진진
이미지: 영화사 진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이미지: 피터팬픽쳐스

세계 최고 부호 마담 D.의 피살사건을 그린 미스터리 어드벤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1927년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세계 최고의 부호 마담 D.가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전설적인 호텔 지배인이자 그녀의 연인 ‘구스타브’는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고, 그는 누명을 벗기 위해 충실한 로비보이 ‘제로’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 사이, 마담 D.의 유산을 노리던 아들 ‘드미트리’는 무자비한 킬러를 고용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찾는다.

웨스 앤더슨 스타일이 가장 잘 녹아 있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완벽주의자가 구현한 환상과 낭만의 세계이다. 자로 잰듯한 대칭 구조부터 독특한 소품과 의상, 시대를 반영한 고풍스러운 무대 미술, 경쾌한 음악, 시대에 따라 변하는 화면 비율까지, 미장센의 절정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장르의 틀을 넘은 ‘아트 버스터’로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또한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애드리언 브로디 등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의 환상의 호흡까지 만나볼 수 있다.

이미지: 피터팬픽쳐스
이미지: 피터팬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