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롯데엔터테인먼트

8월 9일에 개봉하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풍부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연출로 주목받는 ‘엄태화’ 감독의 신작으로,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되었다. 

생존자들이 유입되면서 입주민들은 위협을 느끼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하지만 새로운 주민대표 ‘영탁’(이병헌)이 등장한 뒤 모든 것이 바뀐다. 영탁을 구심점으로 입주민들은 외부인을 몰아내고, 그들만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아파트를 구축한다. 그러나 이들의 유토피아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의 평화를 유지하려고 만든 생존 규칙과 끝없이 닥쳐오는 생존 위기로 입주민들은 조금씩 분열한다. 과연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유토피아를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재난 상황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는 것이다. 엄태화 감독은 세트, CG, 의상, 분장 모든 방면에서 리얼리티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작품의 주요 배경인 황궁 아파트는 실제 3층까지 세트를 짓고, 생활감 넘치는 아파트 내부 디자인까지 완성해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배우들 역시 강추위가 불어닥친 폐허 속 생존자를 표현하기 위해 거친 피부와 헝클어진 머리 등으로 디테일하게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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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극한 상황 속 여러 인간 군상을 현실적이고도 치열하게 그려낸다. 이병헌은 첫 등장에서부터 마지막까지 영화 내내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다. 이병헌은 아파트 안에서 점점 영향력을 넓혀가는 ‘영탁’의 변화를 치밀한 감정선으로 표현한다. 처음에는 그를 보고 웃다가 서사가 지날수록 점점 공포를 느낄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병헌은 강렬한 연기를 펼친다. 

젊은 입주민 부부 ‘민성’과 ‘명화’의 시선도 흥미롭다. 수정후:젊은 입주민 부부 ‘민성’과 ‘명화’의 시선도 흥미롭다. 이들을 맡은 박서준과 박보영의 덕이 크다. 두 배우는 섬세한 연기로 고민과 갈등을 반복하며 점차 변해가는 ‘민성’과 무너진 현실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으려는 ‘명화’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들 외에도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을 비롯한 쟁쟁한 조연들이 뜨거운 열연을 쏟아낸다. 그들의 연기는 극중 황궁 아파트처럼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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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볼거리 위주의 재난 블록버스터를 기대했다면 영화는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하지만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이후의 이야기를 극강의 리얼함으로 녹여내어 이 같은 약점을 상쇄시킨다. 독창적인 스토리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재난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까지 제시한다. 특히, 인간 군상들의 반복되는 갈등과 다툼은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부조리한 현실과 인간 본성에 대한 사유도 심도 있게 펼친다.

대한민국에 만연한 집단 이기주의와 혐오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영화 감상 내내 씁쓸함과 우울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중간중간 이 상황을 비꼬는듯한 블랙코미디는 무거운 분위기를 완화해 주며 작품의 집중력을 높인다. 전체적으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신선한 소재와 뛰어난 연출력, 여기에 배우들의 견고한 연기력으로 웰메이드 한국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