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모어 찬스] 이미지: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2023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아시아의 별 ‘주윤발’ 배우가 참석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윤발은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받을 예정이며, 신작 [원 모어 찬스]와 함께 그의 대표작인 [영웅본색]과 [와호장룡]을 상영하는 특별전도 열린다. 벌써부터 그의 방문으로 부산이 뜨겁다.

14년 만에 방한하는 주윤발은 1980~90년대 홍콩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아이콘으로 ‘성룡’, ‘장국영’, ‘왕조현’ 등과 함께 한국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홍콩 반환 이후 중화권과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이며, 검소한 생활과 전 재산 기부 등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는 톱스타로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

신작 [원 모어 찬스]에서 자폐증이 있는 아들을 가진 아버지 역을 맡은 주윤발은 영화를 통해 뜨거운 가족애의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 함께 소개될 [영웅본색], [와호장룡]을 비롯하여 홍콩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그의 대표작들을 살펴보고 그 시절의 진한 향수를 느껴보자!

영웅본색(1987) – 마크 레이 역

이미지: 조이앤시네마

1987년 국내 개봉한 영화 [영웅본색]은 홍콩 누아르의 전성기를 가능케한 대표작이다. 1967년에 제작된 동명의 흑백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1997년 중국 반환을 앞둔 홍콩의 불안을 액션과 영웅 서사로 표현하여 홍콩 누아르의 붐을 일으켰다.

영화는 한때 암흑가의 보스였지만 새 삶을 시작한 자호(적룡)와 경찰인 동생 아걸(장국영) 그리고 자호와 의형제 같은 사이인 마크(주윤발), 세 남자의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다. 오우삼 감독은 [영웅본색]을 남자들의 유대와 의리, 암흑가의 배신과 복수를 스타일리시한 액션 장면과 감성적인 음악으로 구성했다. 마치 현대판 무협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극의 주인공은 자호와 아걸이지만, 영화 팬들의 가슴을 사로잡은 건 마크 역의 주윤발이다. 화려한 액션과 우정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마크의 모습은 롱코트에 성냥개비를 물고 싸우는 상남자의 비주얼로 표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런 까닭으로 ‘주윤발’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이 [영웅본색]이며, 그의 엄청난 인기는 2편에서 죽은 마크의 쌍둥이로 다시 등장했을 정도다.

이 영화는 주윤발에게 홍콩금상장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주었고, ‘오우삼 감독, 주윤발 주연’이라는 흥행 보증수표를 만들었다. [영웅본색]의 어마어마한 파급력은 영화 [매트릭스]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홍콩 갱스터 무비 붐을 일으켰다.

와호장룡(2000) – 리무바이 역

이미지: 소니 픽처스

[와호장룡]은 여러모로 기존 홍콩 무협과는 달랐다. 중국과 할리우드의 자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기존 무술 영화의 틀을 벗어난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영화는 청나라 건륭제 시기에 명검으로 이름난 청명검(靑冥劍)을 둘러싼 등장인물 간의 음모와 갈등, 배신을 다룬다. 기존의 무술영화는 협객들의 의리와 우정, 복수, 권선징악을 그리는 반면, 이 영화는 세속적인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주며 도가적인 주제의식을 전한다.

[와호장룡]은 아카데미에서 4개 부문을 수상하며 무술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동양의 신비를 간직한 아름다운 영상미와 화려하지만 정적인 와이어 액션을 통해 서구 문화권의 관객들에게 크게 호평을 받았다. 영화의 성공에는 중국계 미국인인 이안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주연배우들의 숙련된 액션과 연기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무술연기에 익숙한 다른 배우들과 달리 서툴렀던 주윤발은 극 중에서 뒷짐을 지고 한 손으로 검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모습이 되려 최고의 검술 달인으로 표현되며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소화해냈다.

이 영화는 서구는 물론 국내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뛰어난 흥행 성적을 거두었지만, 정작 중국 현지에서는 비평과 흥행 모두 실패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그럼에도 [와호장룡]은 환상적인 액션과 주제의식으로 타임지에서 2000년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는 등 서구권에 동양 무술영화의 매력을 알린 대표적인 영화로 현재까지 회자되고 있다.

첩혈쌍웅(1989) – 아쏭 역

이미지: 조이앤시네마

앞서 소개한 [영웅본색]이 홍콩 누아르의 화려한 탄생을 알렸다면,[첩혈쌍웅]은 이 장르의 정점을 찍은 완성형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비장미 넘치는 영상과 음악, 새드엔딩이 주는 비극의 카타르시스는 개봉 당시 많은 남성 영화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주윤발은 이 영화에서도 쌍권총을 선보이며 매력적인 살인청부업자를 연기한다. 주윤발이 맡은 ‘아쏭’은 킬러이기는 하지만 사랑과 의리를 지키는 영웅적인 면모 역시 잘 살려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흥행 보증수표인 ‘오우삼 감독, 주윤발 주연’이 만든 또 하나의 걸작인 [첩혈쌍웅]은 명예와 우정, 사랑과 연민을 화려한 총기 액션과 심금을 울리는 명대사, 슬픈 선율의 음악으로 가득 채운다. 오우삼 감독의 역량을 최대치로 보여준 명작이라 할 수 있다.

용호풍운(1988) – 고추 역

이미지: (주) 케이알씨지

영화 [용호풍운]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에게 영감을 준 영화로 알려진 작품이다. 영화는 삼류 건달로 위장한 경찰인 주윤발과 은행 강도단의 행동대장인 이수현과 감정적인 교류와 갱단과 경찰 등 조직 내의 부패를 비판 가득한 시선으로 그린다. 위에 소개한 [첩혈쌍웅]과 대칭되는 구도로 자주 비교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주윤발은 이 영화에서 수사에 충실해야 할 경관, 평범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시민, 언더커버로서의 조직원 등 복잡한 아이덴티티 사이에서 고뇌하는 처절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는 이후 등장하는 수많은 언더커버 영화의 모범이 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한다. 이처럼 주인공의 내적 갈등이 여실히 나타나는 [용호풍운]은 오우삼 감독으로 대표되는 누아르와는 또 다른 심리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영화다. 홍콩 누아르 영화의 역사에 기억될 또 한편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도신 – 정전자(1989) – 고진 역

이미지: 한국영화배급㈜

중국 귀속을 앞둔 홍콩은 허무주의를 반영한 도박물이 대거 등장하게 된다. 이를 반영하듯이 주윤발도 1989년에 영화 [도신 – 정전자]를 통해 도박 영화 시리즈에 합류한다. 국내에는 [정전자]란 이름으로 개봉한 이 영화를 시작으로 [도신], [도협], [도성], [도성풍운] 등의 시리즈를 양산하며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한다.

영화는 사고로 기억상실에 빠진 전설적인 도박사 ‘고진'(주윤발)이 기억을 되찾고 조직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다. 주윤발은 영화에서 냉혈한 카리스마의 ‘고진’과 기억상실에 빠진 바보스러운 ‘초콜릿’을 연기한다. 천진난만함과 카리스마로 대비되는 양면적인 성격의 캐릭터를 훌륭히 표현한 주윤발의 매력을 맘껏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