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마지막을 장식할 마블 히어로 [더 마블스]는 캡틴 마블을 비롯해 미즈 마블 그리고 모니카 램보가 힘을 합쳐 우주를 위협하는 크리족의 리더 다르-벤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개봉 전부터 스위칭 액션, 즉 주인공 세 사람이 알 수 없는 힘에 연결되어 에너지를 쓸 때마다 공간을 바뀌는 과정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오프닝에서 이 설정을 이용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우주와 지구에서 각자의 싸움을 하던 세 사람이 에너지를 쓸 때마다 위치가 바뀌어 소소한 볼거리를 자아낸다. 이 과정에서 티격태격하는 모습 또한 많이 코믹하다.

이미지: 디즈니

팀을 이룬 히어로들의 활약이라 액션 역시 풍성하다. 초반 스위칭 액션을 시작으로, 여러 우주를 탐험하며 전투를 벌인다. 이 과정에서 세 히어로의 능력 또한 화려하게 펼쳐진다. 캡틴 마블의 엄청난 힘을 시작으로, 상상한 대로 몸을 변형시키는 미즈 마블, 자신의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상대의 공격을 무력하게 만드는 모니카 램보의 활약까지, 세 주인공의 특징을 잘 활용해 신나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그렇다면 세 사람이 함께 싸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과정은 마블 영화가 늘 그랬듯이 어느 정도 복습이 필요하다. [더 마블스]의 전편 [캡틴 마블]을 비롯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미즈 마블]과 [완다비전]까지 시청해야 세 주인공의 비하인드를 알 수 있다. 특히 [미즈 마블]에 등장한 ‘뱅글’이 이번 편에서 매우 중요한 소재로 나오기에 철저한 예습을 요한다. 다행히 [더 마블스]에서 이런 번거로움을 줄이려고 설명은 추가하지만, 100% 다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 매 영화가 나올수록 복잡한 세계관과 높은 진입장벽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어쨌든 그렇게 모인 세 주인공은 크리 족의 리더 다르 벤의 야망을 저지하기 위해 뭉친다. 초반 아수라장 같았던 스위칭 액션도 서로 호흡을 맞추며 그 장점을 절묘하게 활용한다. 그리고 이 때 [더 마블스] 캐스팅으로 많이 궁금했던 박서준이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냉정하게 말해 박서준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다. 분량 역시 많지 않다. 하지만 영화에 색다른 볼 거리를 제공하며 많은 웃음을 건넨다. 노래가 곧 언어인 알라드나 왕국의 왕자로 등장해 짧은 분량 속에서도 브라 라슨과 멋진 가무를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왕국 이야기가 영화의 기본적인 톤과 많이 달라서 살짝 민망하다. 그럼에도 박서준이 나름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흥미를 이끌어간다.

이미지: 디즈니

다만 빌런의 존재감이 떨어진 점은 아쉽다. 이번 편은 [캡틴 마블]에서 몰락한 크리족의 리더 다르 벤이 출연해, 종족의 부활과 번영을 위해 우주를 위협하는 인물이다. 나름의 사정이 있음에도 그런 감정이 영화에서 잘 전달되지 못한다. 이후 세 영웅과 격투 역시 마블의 다른 빌런에 비하면 화려하거나 스피디하지 않아서 흥미를 떨어트린다. 이외에도 몇몇 유치한 설정과, 다른 마블 영화에 비해 세계관에 큰 변화를 줄만큼 흡입력 높은 서사가 아니라는 점도 아쉽다.

그럼에도 마지막 쿠키 영상은 엄청난 충격을 건네며 다음 시리즈의 기대감을 높인다. 어쩌면 이 쿠키를 위해 [더 마블스]가 존재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결정적인 스포일러라 말할 수 없지만, 그동안 페이즈 4,5를 오가며 진정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마블의 청사진이 드러나는 듯하다. 여러모로 위기에 처한 MCU에 이 쿠키 영상이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다음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