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에서 새롭게 선보인 [낮에 뜨는 달]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살해 당한 남자와 전생의 기억을 잃은 여자의 위험하고 애틋한 환생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여전히 회자되는 동명 인기 웹툰이 원작인데, 방영 전에 공개된 캐릭터 설정부터 원작과 확연히 다르게 각색된 부분들이 드러나면서 드라마로 잘 구현해 낼 수 있을지 염려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컸다. 과연 [낮에 뜨는 달]은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고 있을까?

이미지: ENA

소방관 강영화(표예진)는 출동한 현장에서 사망자 없이 모두를 구해내 ‘기적의 소방관’으로 불리며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방송으로 얼굴이 알려진 영화는 명예 소방관 공익광고를 촬영하게 되고, 그곳에서 톱스타 한준오(김영대)를 만난다. 영화는 제멋대로에 무례한 준오와 첫 만남부터 부딪힌다. 이후 준호가 탑승한 차량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한강에 빠지고 영화가 몸을 던져 그를 구해내지만 끝내 사망한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영화의 곁을 맴돌던 지박령 도하(김영대)가 준호의 육체에 빙의하면서 그가 다시 깨어난다. 준호의 몸에 들어간 도하는 천오백 년 전 자신을 죽인 한리타(표예진)의 환생인 영화를 제 손으로 죽이기 위해 다가가기 시작한다.

드라마는 왕의 명으로 대가야를 침공해 결국 멸망에 이르게 하는 신라 대장군 도하와, 홀로 겨우 목숨을 부지해 가족들이 처형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가야 대장군의 딸 한리타의 모습으로 출발한다. 아쉽게도 1화는 쉬이 몰입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간다. 먼저, 가야인들에게 연설하는 도하의 첫 장면에서는 어색하게 과한 발성을 하는 김영대의 연기가 시작부터 몰입을 방해한다. 이후 현대 배경에서 등장하는 한준오 캐릭터는 어떻게 톱스타가 된 건지 의아할 정도의 안하무인으로, 오로지 여자친구 정이슬(정신혜)과 시간을 보낼 궁리를 하며 모든 일을 내팽개치고 사라지는 등 쉽게 정을 붙이기 어려운 모습들을 보여준다. 사고로 준오가 사망하고 도하가 몸을 차지한 후의 모습에 간극을 준기 위해 극단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러한 준오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이 휩쓸려 가듯이 사건이 전개되니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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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드라마는 준오의 몸에 도하가 빙의하고 점차 흥미를 유발한다. 도하는 준오의 육체에 남겨진 기억을 가진 채로 성격도 능력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신라인으로서 사극 톤의 발성을 하고 괴한들에게 납치된 상황에서는 장군의 액션을 구사하며 위기를 벗어나는 장면 등이 재미있다. 타인의 생명을 구하려 하는 영화에게 복직과 자신의 시한부 목숨을 매개로 관계의 초석을 쌓아가는 부분도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현대보다는 전생에서 둘의 이야기이다. 원작에서 도하와 한리타는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만나고 주인과 노비의 관계로 시작해 가까워지는데, 반면 드라마에서는 처음부터 한리타는 도하가 자신의 가족들을 죽인 장본인임을, 도하는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달려든 한리타가 대가야 장군의 딸임을 아는 채로 시작한다. 절대로 사랑에 빠질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의 관계는 드문드문 보여주는 전생의 기억을 통해 서로에게 애틋한 연인이 되고 한리타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는 도하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두 사람이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 그 과정이 궁금해진다.

총 14부작인 [낮에 뜨는 달]은 이제 막 도하-준오와 리타-영화의 관계가 얽혀 들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발걸음을 뗀 상태다. 표예진과 김영대가 보여주는 비주얼 케미는 참 매력적인데, 배우들의 매력에 힘입어 둘의 로맨스를 인상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기다리게 된다. 원작과는 확연히 다른 시작점에서 과연 앞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많은 사랑을 받았던 원작만큼이나 매력적이면서도 색다른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