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기대작들이 저조한 흥행을 거둔 디즈니, 이 같은 부진을 뒤집을 카드는 무엇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마블 히어로나, 스타워즈가도 아닌 픽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2015년에 개봉해 많은 인기를 얻은 [인사이드 아웃]의 속편 [인사이드 아웃 2]가 내년 6월에 개봉하기 때문이다.

이미지: 디즈니

최근 예고편과 티저 포스터를 공개한 영화는 여러모로 전편보다 많은 점이 업그레이드되었다. 1편 말미에 예고했던 라일리의 사.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역대급 재난 사태를 예고한다. 스케일도 더욱 커질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감정 터줏대감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 외에도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해 더 큰 재미를 전할 듯하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이 있다. 전편의 감독인 피트 닥터가 이번에는 연출로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꾸준히 픽사에서 활동한 켈시 만 감독이 맡아서 13살 라일리의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픽사 속편이 [토이 스토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편보다 못한 평가나 성적을 거둘 때가 많은데, 그럼에도 [인사이드 아웃 2]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워낙 컨셉과 설정이 뛰어난 작품이라 어느정도 기본만 갖춘다면 여전히 흥미로운 작품으로 다가올 테니깐.

그렇다면 무엇이 띵작 자판기 픽사에서도 [인사이드 아웃]은 1티어급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을까? 내년 개봉 예정인 2편의 기대감을 안고서, 9년 전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를 알록달록 감정 색깔로 물들게 한 1편의 매력포인트를 다시 한번 짚어본다.

폼미쳤던 픽사로 부활시킨 [인사이드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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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인사이드 아웃]의 기록적인 흥행에 다들 박수를 보내지만, 개봉 당시만 해도 분위기가 썩 좋지는 못했다. [토이 스토리 3] 이후 픽사 작품 대부분 평가와 흥행이 기대 이하였고, 특히 오리지널 이야기들은 영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이 2015년 여름 시장 개봉을 앞뒀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이 작품은 ‘슬픔이’와 ‘버럭이’에 빠진 픽사에게 모처럼 ‘기쁨이’ 가득한 ‘핵심기억’을 만들어줬다.

[인사이드 아웃]은 미네소타에서 행복하게 살던 라일리 가족이 아빠의 일 때문에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라일리를 비롯한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다섯 감정들은 서로의 취향과 행동은 다르지만, 모두다 라일리의 행복을 바라며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하지만 라일리가 샌프란시스코로 오고 나서부터 뜻 밖의 일들이 벌어진다. 감정 본부의 실질적인 리더 기쁨이가 아무리 애를 써도 라일리가 예전처럼 즐거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민폐 덩어리라고 생각했던 슬픔이가 계속 라일리의 핵심 기억들을 슬프게 하면서 두 감정은 대립각은 더욱 커진다. 이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던 기쁨이와 슬픔이가 감정 본부 밖으로 떨어지면서, 라일리의 머릿속은 최대 위기를 맞는다.

피트 닥터 감독

[인사이드 아웃]은 [몬스터 주식회사] [업] 그리고 [소울]까지, 그 대단한 픽사에서도 걸작이라고 일컫는 레전드를 만들었던 피드 닥터 감독의 연출작이다. 그의 작품은 재미는 물론, 삶을 돌아보는 감동과 메시지도 함께 있어 많은 영화팬들에게 사랑받았다. 미소를 띠며 눈물을 흘리게 하는 경지라고 할까? [인사이드 아웃]도 그렇다.

그가 이 작품을 만들기 된 사연이 꽤 흥미롭다. 평소 밝고 활발했던 딸이 어느 날부터 말수도 줄고, 시무룩해졌다고 한다. 이에 피트 닥터는 “딸에게 무슨 일이 생겨서 이런 걸까?”걱정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이 작품의 원안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극중 라일리의 아빠로 등장하는 빌 앤더슨의 모습에 피트 닥터가 자연스럽게 오버랩된다. 참고로 [소울]은 결혼을 앞둔 아들을 보고 “어쩌면 사람의 성격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닐까?”라는 호기심으로 접근했다고 한다. 자식들을 향한 애정 덕분에 픽사의 대표작을 만들다니, 이쯤 되면 피터 닥터의 가족 사랑은 계속되어야 한다. 쭈욱~

어쨌든 그렇게 만든 [인사이드 아웃]은 칸에서 처음 공개되어 엄청난 호평을 받았다. 픽사가 다시 부활왔다는 극찬과 함께 박스오피스에서도 대단한 성적을 거뒀다. 전세계적으로 8억 5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토이 스토리] 시리즈 다음으로, 역대 픽사 흥행 3위에 올랐다. 고무적인 것은 국내 흥행이다. 자사 최고의 작품이라 평가받은 [토이 스토리 3]조차 국내 140만 관객에 그칠 정도로 픽사 작품은 한국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인사이드 아웃]은 먼저 본 관객들의 입소문과 열광적인 반응 덕분에 496만 관객을 동원, 흥행에 성공했다. 이 성적은 2023년 [엘리멘탈] 국내 개봉 전까지 역대 픽사 국내 흥행 1위 기록이었다.

이과적 설계도로 문과적 감성을 다루는 방법

이미지: 디즈니

다른 픽사 작품에 비해 유독 [인사이드 아웃]이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설정 자체가 알기 쉬우면서도 기발하며, 흥미를 자연스럽게 자아낸다. 우리 모두에게는 감정이 있다. 대부분 감정들은 즉흥적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사이드 아웃]은 그 패러다임을 바꾼다. 감정들은 살아있는 인격체며, 나름 체계적이고 정확한 시스템으로 우리 머리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 문과적인 소재에 이과적인 설정을 집어넣어 공감대와 장르적인 재미를 동시에 잡는다.

특히 단순히 감정들을 의인화시킨 것에 그치지 않았다. 우리의 수많은 기억 중 지금의 나를 만들게 한 것들은 극중 ‘핵심기억’으로 따로 지정한다. 그것들이 더욱 발전되어 스스로의 성격을 상징하는 섬모양을 만들어, 이것을 유지하느냐 파괴하느냐에 따른 긴장감도 적절하게 집어넣었다. 실제 여러 아동학자와 심리학자의 자문을 구해 구축했다는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 시스템은 많은 사람들이 상상했던 이미지를 체계적으로 현실화시켜 작품의 완성도를 책임진다. 컨셉과 설정을 워낙 탄탄하게 다졌기에 [인사이드 아웃] 속편이 걱정보다 기대가 큰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각자 어린시절 추억 속에 빙봉 하나쯤은 있잖아요

이미지: 디즈니

[인사이드 아웃]에서 가장 슬펐던 순간을 꼽자면 무슨 장면이 있을까? 대부분 라일리의 상상 친구 빙봉이 사라질 때라고 한다. 유아기 시절의 라일리가 자신의 상상으로 만든 이 친구는 귀여운 동물들과 여러 요소들이 결합된 판타지적인 존재다. 우리도 어렸을 때 혼자만의 상상으로 특수한 존재를 만들어 함께 놀던 기억들이 있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것들이 하나 둘씩 사라졌는데, [인사이드 아웃]은 그런 감수성을 건들이며, 아이는 물론 어른 관객들의 눈물도 빚어낸다.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애잔하고 그리운 그 시절의 공감대를 자극하고, 관객과 함께 호흡한 점 역시 [인사이드 아웃]이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슬픔이 기쁨에게

이미지: 디즈니

잘 만든 픽사 작품에는 우리가 알고 있던 보편적인 가치를 뒤집는 경우가 있다. [토이 스토리 3]에서는 이별의 눈물보다 웃음과 미소의 중요성을 이야기했고, [업]에서는 멀리 있는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더 소중하다고 말한다. [인사이드 아웃]도 마찬가지다. 마냥 부정적이고 힘든 것이라고 생각했던 ‘슬픔’이 인생에 필요한 이유, 그리고 거기에만 함몰되지 않고 우리가 나아갈 수 있었던 위로와 격려를 깨닫게 한다. 마지막 라일리가 부모에게 울음을 터트리며 자신의 속마음을 토로하지 않았다면, 이 작품의 속편은 없을지도 모른다. 부모 역시 그런 딸의 모습을 보고 꾸중하기 보다는 따뜻하게 안아줬기에, 슬픔은 또 다른 기쁨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인사이드 아웃]의 마지막 대사가 꽤 마음을 울린다.

“힘든 일이 많았지만 우린 여전히 라일리를 사랑해요. 새 친구들에, 행복한 것들이 많은데, 이제 더 바랄 게 없죠. 게다가 이제 겨울 12살인데 또 무슨 일이 생기겠어요?”

우리는 알고 있다. 이 대사대로 라일리의 인생은 흘러가지 않을 것임을. 분명 지금의 이 일보다 더 힘들고 슬프고 어려운 일이 찾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라일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기억이 있다면 슬픔이 슬픔으로 머물지 않을 것이다. 감정들의 이 같은 희망찬가가 인생의 굴곡에서도 살아가야 할 이유가 아닐까 싶다.

여러모로 [인사이드 아웃]은 인생사 희로애락에 대한 픽사 다운 대답이 담겨 진 작품이다. 하루 빨리 13살이 된 라일리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사춘기라는 감정 본부 센터 건립 이후 역대 최악의 재난이 발생하겠지만, 1편의 마지막 대사는 여전히 유효할 듯하다. 이건 비단 라일리 뿐 아니라 [인사이드 아웃]을 본 모든 분에게도 외치는 답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