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열풍에 국내 영화배우들의 글로벌 진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 출연진들이 작품상을 거머쥔 데 이어 이듬해인 2021년에는 ‘윤여정’ 배우가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까지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기념비적인 사건이 기록되었다. 2022년에는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이정재)을 비롯한 6개 부문을 석권하는 등 한국 영화/드라마와 배우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심은 매우 커지고 있다.

이렇게 한국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도 눈여겨볼 만하지만, 이미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인 한국계 배우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유명 영화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배우들의 필모를 보다가 한국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그렇다면 2023년에 할리우드에서 활약한 한국계 배우들은 누가 있었을까? 그들의 올해 작품을 살펴보고 다음 계획도 미리 만나보자.

애슐리 박

<조이 라이드> 이미지: 판씨네마㈜

최근 개봉한 영화 <조이 라이드>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통해 얼굴을 알린 ‘애슐리 박’이 주연으로 등장한다. 그는 초고속 승진을 위해 친엄마를 찾아야 하는 황당한 미션을 받은 알파걸 변호사 ‘오드리’ 역을 맡아 엉뚱하고 신선한 매력을 전달한다. 애슐리 박을 포함하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주목받은 ‘스테파니 수’, 코미디언 출신의 ‘셰리 콜라’, ‘사브리나 우’ 네 사람의 찰떡같은 ‘찐친 케미’가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영화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대표성에 대한 장벽을 허무는 메시지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작가와 감독의 저력을 엿볼 수 있는 균형감 있는 유머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애슐리 박은 어머니가 한국인인 한국계 미국인 배우로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배우의 꿈을 가지게 되었고 졸업 후 브로드웨이에서 <맘마미아>, <왕과 나>, <민 걸즈>(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뮤지컬 버전) 등의 무대에서 뮤지컬 배우로 입지를 다지게 된다. 그는 브로드웨이 활동으로 그래미와 토니 어워즈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으며,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통해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도 노미네이트되는 등 라이징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최근 <조이 라이드>로 당당히 주연배우로 등극하며 다음 활약을 예고한다. 이렇듯 애슐리 박이 지닌 탄탄한 연기력과 수준급의 댄스와 노래 실력은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한국계 배우로 주목받는 이유일 것이다. 내년에는 뮤지컬 영화로 리메이크 된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 출연해 자신의 재능을 맘껏 보여줄 예정이다.

폼 클레멘티에프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폼 클레멘티에프’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의 ‘맨티스’ 역으로 우리들에게 이미 친숙한 배우이다. 맨티스라는 신체 접촉을 통해 상대의 감정을 조종하는 개성 있는 캐릭터로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도 출연해 그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런 그가 올해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에서 주인공 ‘에단 헌트’(톰 크루즈)를 궁지에 몰아넣는 강력한 빌런 ‘파리’를 맡아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격투 장면을 선보였다. 그가 연기한 파리는 화려한 액션으로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위기의 순간에 에단 헌트를 도와주기도 하는 등 신비하고 수수께끼 같은 암살자 캐릭터로 폼 클레멘티에프의 역대급 변신을 볼 수 있다.

폼 클레멘티에프는 외교관인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프랑스 국적의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이다. 프랑스에서 드라마 스쿨에 진학해 배우 수업을 받은 그는 졸업 후 LA로 향하고, 영화 <올드보이>의 미국 리메이크 작품에서 보디가드 ‘행복’ 역으로 할리우드에 얼굴을 알리게 된다. 이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맨티스 역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하게 된다. 어머니가 한국어 ‘봄’과 ‘범’의 어감으로 지은 그의 이름처럼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강한 의지력으로 꿈을 위해 매진한 그의 연기 인생의 ‘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의 다음 시리즈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니, 다시 한번 그의 화려한 액션 퍼포먼스를 만나길 기대해본다.

아콰피나

<렌필드> 이미지: 유니버설 픽쳐

마블의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주인공의 친한 친구 ‘케이티’로 친숙한 ‘아콰피나’가 2023년에도 두 편의 영화로 관객들과 만났다. 올 초 개봉한 <렌필드>에서는 거침없는 입담으로 인생 참교육을 시전하는 경찰로, 최근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된 영화 <퀴즈 레이디>에서는 퀴즈쇼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인 괴짜 퀴즈 마니아로 우리에게 큰 웃음을 줬다. <퀴즈 레이디>는 언니 제니 역의 ‘산드라 오’ 와 함께 나란히 주연을 맡아 할리우드에서의 한국계 배우들의 위상을 증명한다. 영화는 어머니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모인 자매들의 좌충우돌 우애 회복기를 그리며 가족 간의 정과 소중함을 유쾌한 코미디로 잘 버무려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한다.

아콰피나는 중국계 미국인인 아버지와 뉴욕으로 이민 온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김치찌개를 예명으로 삼으려 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어린 시절부터 트럼펫과 클래식을 공부하며 뉴욕의 저명한 라과디아 예술고등학교 출신으로 이후 래퍼로 활약하게 된 그의 뛰어난 음악적 재능의 토대가 되었다. 유튜브를 통해 래퍼로 데뷔한 그는 <오션스 8>으로 배우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통해 그의 존재감을 알리게 된다. 2020년에는 골든글로브에서 영화 <페어웰>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배우로 성장한다. 아콰피나는 이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인어공주> 등 화제작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할리우드에서 점차 자신의 입지를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내년에도 아콰피나는 굉장히 바쁜 활동을 보여줄 듯하다. <쿵푸팬더 4>에 새롭게 합류하며, 내년 5월 개봉 예정인 존 크래신스키 감독의 판타지 코미디 영화 <이프>에서도 여러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그리고 스티븐 연

<미나리> 이미지: 판씨네마㈜

여담으로 <미나리> <놉> 등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인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은 국내 영화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12월 개봉 예정인 다큐멘터리 영화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에서 그는 내레이터를 맡아서 이야기를 이끌어갈 예정이다. 해당 영화에서 백남준이 남긴 글을 백남준으로서 읽는다고. 스티븐 연은 2023년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이어갔다. 올해는 스크린에서 그를 볼 기회가 없었지만, 내년에 개봉될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미키 17>에 출연한다고 하니 2024년 그의 활약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