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사건이다. 나라를 위해, 인간을 위해, 때로는 야욕으로 인해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그 참혹함과 생존의 절박함, 역사적 사실까지 알려주기 때문에 흥미롭다. 아래 다섯 편의 전쟁 영화를 통해, 역사에 기록된 중요한 전쟁들을 만나본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1998)

드림웍스 픽처스, 파라마운트 픽처스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 작전. 오마하 해변에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은 특별한 임무를 맡게 된다. 적진에서 실종된 유일한 생존자인 막내 ‘라이언’ 일병을 구출하라는 임무다. 단 한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여덟 명이 위험을 감수해야 할 상황에서, 대원들은 과연 라이언 일병 한 명의 생명이 그들 여덟 명의 생명보다 더 가치가 있는 것인지 끊임없는 혼란에 빠진다. 그럼에도 마침내 극적으로 라이언 일병을 찾아낸다. 하지만 라이언은 다리를 사수해야 할 동료들을 사지에 남겨두고 혼자 돌아가는 것을 거부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하고 톰 행크스, 맷 데이먼이 출연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전쟁 영화의 교과서로 불린다. 이전까지 전쟁 영화가 허황되게 묘사해온 지점들을 모두 뒤엎고, 전쟁의 참혹함과 허무함에 집중한 작품이다. 특히, 영화 초반 30분간 펼쳐지는 오마하 해변 상륙 장면은 최고의 전쟁 시퀀스로 꼽힌다. 영화의 웅장함과 치밀함, 적막한 전장의 분위기는 개봉한 지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 봐도 완벽하다. 이렇듯 높은 완성도를 선보였고, 당시 시들어가던 2차 세계대전 전쟁 영화가 부활하는 계기가 되었다.

[블랙 호크 다운] (2001)

컬럼비아 픽처스

1993년 동아프리카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 UN 평화유지작전의 일환으로 모가디슈에 파견된 최정예 미군 부대원들이 소말리아 민병대에 의해 공습당하면서 19명의 사상자를 낸다. 당시 소말리아에는 UN이 제공하는 구호식량을 착취할 목적으로 동포를 굶어 죽이는 민병대장이 전횡을 휘두르고 있었고, UN은 정예부대를 파견해 민병대장의 두 최고 부하를 납치하려다 실패한다. 제임스 장군은 “단 한명의 생존자도, 단 한점의 살점도 남기지 말라”고 명령하고 정예대원들은 최후의 순간까지 자존심을 건 전투를 펼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랙 호크 다운]은 1993년에 벌어진 모가디슈 전투를 소재로 한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다. 차갑고 사실적인 현대전의 양상을 디테일하게 그려낸 최초의 영화로, 이후 미디어가 현대전을 다루는 방식에 큰 영향과 영감을 주었다. 여기에 극도의 팽팽한 긴장감과 전우를 잃어버린 허탈감, 그 속에서도 이루어지는 협조, 전우애와 인간애의 진정한 면모까지 담아내며 진한 감동을 준다.

[태극기 휘날리며] (2004)

쇼박스, 다자인 소프트, 콘텐츠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진태’(장동건)는 약혼녀 ‘영신’(이은주)과의 결혼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동생 ‘진석’(원빈)의 대학진학을 위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생활을 해나간다. 1950년 6월의 어느 날,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호회가 배포되고, 두 형제는 평온한 일상에서 갑작스레 전쟁터로 내몰린다. 이내 ‘진태’는 동생의 생존을 위해 총을 들며 영웅이 되기를 자처한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운명의 덫이 두 형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쉬리]의 강제규 감독이 연출하고 장동건, 원빈이 출연한 [태극기 휘날리며]는 6.25 전쟁을 다룬다. 전쟁기념관에 있는 ‘형제의 상’의 실화와 최승갑 일병의 유품을 모티브로 한다.  [실미도]에 이은 두 번째 천만 관객 돌파 영화로,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린 작품 중 하나이다. 우리의 역사적 이야기와 정교한 연출, 웅장한 스케일, 가슴을 울리는 테마곡 등을 잘 활용하여 흥행과 비평 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뒀다. 강제규 감독은 이 작품을 계기로 ‘블록버스터의 규모와 스토리 모두를 다룰 줄 아는 명감독’으로 자리잡게 된다.

[명량] (2014)

CJ ENM MOVIE

1597년, 임진왜란 6년. 무서운 속도로 한양으로 북상하는 왜군에 의해 국가존망의 위기에 처하자 누명을 쓰고 파면당했던 이순신 장군(최민식)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건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가득 찬 백성, 그리고 12척의 배 뿐. 마지막 희망이었던 거북선마저 불타고, 잔혹한 성격과 뛰어난 지략을 지닌 용병 구루지마(류승룡)가 왜군 수장으로 나서자 조선은 더욱 술렁인다.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배가 속속 집결하고 압도적인 수의 열세에 모두가 패배를 직감하는 순간,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를 이끌고 명량 바다를 향해 나선다.

우리 역사를 바꾼 이순신 장군의 가장 위대한 전쟁을 그린 [명량]. 명량대첩은 이순신 장군의 대표적 전투 중 거북선 없이 출전해 커다란 승리를 거둔 전쟁이다. 영화는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백성들의 삶과 인간미가 살아숨쉬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까지 잘 보여주었고, 역대 대한민국 영화 시장 관객수 1위를 지켜내고 있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은 늘 큰 감동을 주었기에, 12월 개봉하는 [노량: 죽음의 바다] 또한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덩케르크] (2017)

 워너 브라더스

해변에서, 보이지 않는 적에게 포위된 채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위기의 일주일을 보낸다. 바다에서, 군인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 배를 몰고 덩케르크로 항해하는 하루를 보낸다. 하늘에서, 적의 전투기를 공격해 추락시켜야 하는 한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해변에서, 상륙지에서, 들판에서, 거리에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 살아남는 것만이 승리인 전쟁에서 항복은 없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는 제2차 세계 대전 중 일어난 됭케르크 철수작전을 다루며, 실화의 시간을 재구성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시간대 분열은, 전쟁이라는 재앙이 시간의 질서정연한 흐름까지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릴 만큼 혼란스럽고 충격적이었다는 것을 의도한다. 바다와 하늘, 육지를 오가는 동시에 밀리터리, 전투기의 상세한 부분까지 훌륭하게 구현하여 호평을 받았다. 이렇게 정교한 비주얼에 거대한 스케일을 입혀, 당시의 황량하고 급박한 전쟁을 새롭고도 완벽하게 완성했다. 덕분에 19년 간 깨지지 않았던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흥행 기록을 넘어서며, ‘가장 흥행한 제2차 세계대전 영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