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소년시대]는 [열혈사제], [어느날]을 연출한 이명우 감독과 임시완이 만난 학원 드라마다. 1989년 충청남도, 모든 일진들의 먹잇감인 병태(임시완)가 모종의 사건을 겪은 뒤 부여짱으로 둔갑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드라마는 임시완의 열연과 레트로 분위기 물씬 풍기는 이야기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쿠팡플레이의 시청량을 견인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소년시대]에 푹 빠져들게 할까? 크게 세 가지 요소로 작품을 살펴본다.

오해와 거짓말로 아산 백호가 된 온양 찌질이

이미지: 쿠팡플레이

[소년시대]의 재미의 중심에는 하루아침에 계급이 역전되는 설정에 있다. 온양의 약골 병태는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로부터 도망가기 바쁘다. 그러던 중 막 싸움을 끝낸 전설의 주먹 아산백호 경태(이시우)와 부딪히고 만다. 병태와 경태, 하필 두 사람은 이름도 비슷하다. 이 덕분에 병태는 전학 간 학교에서 ‘아산 백호’로 오해를 받고 순식간에 일진들의 히어로가 된다.

드라마는 병태가 소문 하나로 인생역전을 하는 과정에서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병태가 그럴듯한 화술로 자신이 아산 백호임을 증명하는데, 뻔히 보이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는 주변인을 보면 웃음을 참기가 힘들다. 천운과 우연으로 강자를 하나씩 깨는 병태를 보면 묘한 통쾌함과 대리만족도 느껴진다. 언제 들켜도 이상할 것 없는 병태의 위장전술은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자아내면서도, 끝까지 그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은 임시완의 열연

임시완은 능청스러운 연기로 극의 재미를 배가한다. 주로 반듯하고 착한 모범적인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그는 [소년시대]에서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엉뚱한 모습을 선보인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는 기본, 찌질하지만 묘한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을 찰지게 소화하며 이야기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어떻게 해야 덜 아프게 맞는지 터득하고, 자신을 아산 백호로 계속 속이기 위해 잔머리를 굴리는 모습들이 절로 웃음을 유발한다. 그런가 하면 소피마르소 선화(강혜원)와의 서툰 로맨스에서는 순박한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임시완은 망가짐을 불사하지 않은 연기로 드라마의 웃음과 재미를 확실히 책임진다.

레트로와 충청도 바이브의 만남

충청도 바이브와 레트로의 만남 또한 [소년시대]의 매력이다. 특유의 느릿하면서도 정곡 사투리는 웃음과 통쾌함을 동시에 자아낸다. 80년대 후반을 묘사한 레트로 분위기도 눈길이 간다. 병태가 80년대 후반 인기가수 박남정의 춤을 완벽히 소화하거나, 캐릭터들의 촌스럽지만 정감 가는 패션, 그리고 롤러장과 동네 오락실 같은 지금은 쉽게 만나기 힘든 장소 등이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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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소년시대]는 하루아침에 약자가 강자가 된다는 재치 있는 설정과 통쾌하면서도 부담 없는 유머 코드, 임시완의 맛깔난 연기로 유쾌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80년대 분위기가 물씬한 프로덕션과 구수하고 정겨운 사투리 역시 극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가짜 아산 백호로 승승장구하던 병태는 6화에서 정체를 들키면서 큰 위기를 맞는다. 그를 따르던 친구들은 등을 돌리고, 이제는 일진들의 우상이 아닌 샌드백이 되었다. 진짜 아산 백호인 경태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병태는 학교를 계속 다닐지 말지 고민에 빠졌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가짜 아산 백호 행세를 하면서 병태가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도망갔을 병태는 뭔가 모를 오기로 이 험난한 상황에 당당히 맞서기로 한다. 드라마는 이제부터 강자 앞에 당당히 맞설 한 소년의 성장기를 진지하게 그릴 듯하다. 모래성 위의 위태로운 가짜 주먹왕의 행세가 아닌,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폭력 앞에 고통받는 친구들을 위해 진정한 용기를 낼 병태를 말이다. 그의 반란이 부디 성공하길 바라며 [소년시대]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