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노량: 죽음의 바다’가 베일을 벗었다. 수많은 동료를 잃고도 백성과 나라를 지켜야만 했던 장군 이순신의 다양한 이면을 조명한다. 뛰어난 전략과 지도력을 발휘하는 장군 이순신, 떠난 병사들의 얼굴을 떠올리는 동료 이순신, 부인을 홀로 남겨둘 수밖에 없던 남편 이순신, 번민과 고뇌에도 사로잡히는 외로운 인간 이순신까지. 온전히 이순신, 그리고 이순신의 이야기다.

그 많은 이순신 중에서도 임진왜란 중 왜적의 손에 막내아들을 잃은 아버지 이순신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지만 아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그를 꿈에서도 괴롭힌다. 그 순간을 결코 잊지 못하는 아버지 이순신은 마음을 아리게 한다. 영화는 이렇게 입체적인 이순신의 면모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영웅이었던 이순신에게 보다 인간적으로, 진심 어린 마음으로 다가가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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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전작들의 경험을 모두 녹여내며 더할 나위 없는 마무리를 선사한다. 특히 에너지는 밀집되고 스케일은 확장되었다. 우선 가장 중요한 해전 장면은 전작들보다 훨씬 더 길고 광활하다. 이순신의 조선 수군, 시마즈의 왜 수군, 진린의 명나라 수군까지 삼국의 수군이 한데 모여 벌인 전투였기에 엄청난 공과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역사에서도 조선군 사상자가 가장 많이 나온 전투였다.

감독은 이 치열한 전쟁의 중심에 놓인 이순신 장군을 온전히 보여주기 원테이크까지 활용하였다. 고작 횃불에만 의존해 한밤중부터 새벽까지만 치러지는 전투 장면이 100분을 넘긴다고 했을 때는 반신반의했지만, 막상 눈앞에 펼쳐진 롱테이크 씬은 전혀 지루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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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 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은 적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며 전사한다. 계속 북소리를 울리게 한 것은 적을 방심하지 않게 하는 동시에, 우리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려는 장군의 마지막 뜻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한 마디는 영화 속에 드러내지 않는 대신, 가장 심플하고 담백하게 연출되었다. 전쟁 속에서 고요하게 치러진 죽음에 대한 가장 진실한 표현법이었다.

그리하여 조선은 웅장하고 장엄한 승리를 쟁취한다. 그러나 묘하게도,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후 일제강점기가 오며 역사는 반복되었다. 영화는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활용해 그것을 설명한다. 이순신 3부작이 끝나면 ‘대일항쟁기’ 3부작을 제작하겠다던 김한민 감독의 또 다른 프롤로그일까? 무엇이든, 배우는 잘해야 본전이고 감독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부채감을 지울 수 없었을 이순신 3부작의 여정은 무사히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