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적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오거나 로봇에게 심장이 생겨나거나, 갑자기 산타클로스나 엘프가 되거나, 어쩌면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 아래 영화들은 이 모든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담아낸다. 영화처럼 기적을 믿는 이들을 위해, 따뜻하고 포근한 크리스마스 판타지를 선물한다.

[멋진 인생] (1946) ㅡ 그럼에도 세상은 아름답죠?

RKO 라디오 픽쳐스

미국의 작은 마을에 사는 조지 베일리(제임스 스튜어트)는 한평생을 마을 주민들을 위해서 성실히 살아왔다. 크리스마스 이브, 그의 친구들과 그의 딸은 그를 위하여 간절히 기도한다. 하늘의 천사들이 그들의 기도를 들었는지, 천사장은 아직 날개를 얻지 못한 천사인 클라렌스(헨리 트레버스)에게 지상에 내려가 조지 베일리를 구할 것을 명령한다. 모두가 축제를 즐기고 있을 크리스마스 이브에 과연 조지 베일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70년이 넘도록 울려 퍼지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고전 영화 [멋진 인생]. 한평생 성실하게 살아온 주인공에게 수호천사가 내려온다는 이 동화 같은 이야기는 아주 선하고 따뜻하다. 제2차 세계 대전 직후 만들어진 작품으로, 전장에서 할리우드로 복귀한 프랭크 카프라 감독 특유의 낙관주의가 담겨 있다. 세상은 아름답고 살 만한 곳이며, 이런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의 인생 또한 값지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너무나도 낙관적인 이 이야기는 신기하게도 인간의 선함을 믿게 만든다.

[가위손] (1990) ㅡ 인간보다 따뜻했던 그의 손

 20세기 폭스

어느 크리스마스, 발명가는 자신이 만든 인조인간 에드워드(조니 뎁)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평범한 손을 선물하려 한다. 하지만 손을 교체하려던 순간 발명가가 심장 마비로 사망하며, 에드워드는 날카로운 가위손을 갖게 된다. 화장품 외판원 펙(다이안 웨스트)은 상처투성이 창백한 얼굴과 날카로운 가위손 때문에 외롭게 살고 있는 에드워드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평범한 일상에 무료해하던 마을 사람들에게 에드워드는 큰 관심거리가 된다. 이후 펙의 딸 킴(위노라 라이더)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킴의 남자친구 질투와 이웃들의 편견으로 더 큰 오해에 빠지게 된다.

팀 버튼의 작품세계를 단번에 설명하는 판타지 로맨스 영화 [가위손]은 팀 버튼이 조니 뎁을 만난 첫 작품이다. 영화는 가위손을 가졌지만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는 에드워드를 통해, ‘인간은 과연 인조인간보다 따뜻한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가위손’이라는 최악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에드워드가 인간 사회에서 기쁨과 슬픔을 배워가는 모습도 애틋하다. 마을 사람들의 냉대 속에서 홀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에드워드가 가위손으로 얼음을 조각하며, 킴에게 아름답고 황홀한 풍경을 선물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산타 클로스] 시리즈 ㅡ 크리스마스는 이 분만 믿고 가시죠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완구 회사의 마케팅 팀장 스캇(팀 알렌)은 ‘희한한’ 운명의 장난에 의해 졸지에 산타 클로스가 되어버린다. 12개월 동안 몸무게가 늘더니 급기야 엄청나게 비대해져 버리고, 아침에 말끔히 면도를 해도 오후가 되면 덥수룩하게 턱수염과 구렛나루가 자라난다. 그는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모습을 변호하려고 애쓰지만 결국 산타의 모습을 인정하고 만다. 이후 아들 찰리, 그리고 여덟 마리의 순록과 함께 산타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신나는 모험을 펼친다. 그리하여 마침내 스캇은 진짜 산타가 되어버린다.

‘산타’에 대한 유쾌한 판타지가 담긴 [산타 클로스] 시리즈. 1편에서는 이혼한 아빠 스캇이 산타 클로스가 된 이후부터 서먹한 아들 찰리와 따뜻하고 다정한 관계를 이어간다. 2편과 3편에서는 북극 요정 마을을 이끌며 행복한 산타 생활을 한다. 산타 옷을 입은 아빠가 진짜 산타가 된다는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준다. 산타를 믿는 이유는 곧 기적을 믿는 힘을 기르는 것과 같다고 했다. [산타 클로스] 시리즈는 아이에게는 기적을 믿는 힘을, 어른에게는 잊고 있던 순수한 마음을 선물한다.

[패밀리 맨] (2000) ㅡ 크리스마스 이브에 펼쳐지는 인생게임

유니버설 픽처스

하얀 눈이 소담스럽게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 월스트리트를 주무르는 최고의 사업가 잭 캠벨(니콜라스 케이지)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일로만 보낸 후 잠이 든다. 그러나 잠에서 깬 그의 곁에는 13년 전 야망을 위해 헤어졌던 애인 케이트(티아 레오니)가 누워 있고, 그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뉴저지 타이어 가게의 영업사원이 돼 있다. 잭이 편의점에서 우연히 만난 캐쉬(돈 치들)에게 “난 필요한 것이 없어”라고 했던 말이 화근이 되어, 그의 또 다른 삶 속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독신 부자에서 소시민 가장이 된 잭은 과연, 이 삶에 적응할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다시 보고 싶은 가족 판타지 영화 [패밀리 맨]. 사랑을 포기하고 성공을 좇았던 주인공이 다시 과거에 떨어지고, 그때는 미처 몰랐던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평행우주를 소재로 하여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욕망과 후회를 건드리는 동시에, 진정한 행복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매년 연말, 올 한 해를 돌아보며 무언가를 후회하게 될 즈음 생각나는 작품이다. 영화는 어느 쪽이 더 나은 삶이라고 판단하는 것 대신, 그저 후회 없는 선택들로 삶을 꾸려나가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엘프] (2003) ㅡ 아빠를 찾아 세상 속으로 떠난 엘프

워너브라더스

크리스마스 이브, 한 고아원의 아기가 산타의 선물 보따리에 들어가고 그대로 북극의 산타 마을로 옮겨진다. 600살이 넘은 노총각 엘프는 자신이 아기를 키우겠다고 선언하고, 버디(윌 페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버디는 파파 엘프의 다정한 보살핌으로 무럭무럭 건강하게 성장한다. 유난히 키가 크고 목소리가 굵어져도 자신이 엘프라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는 버디는 우연히 자신이 인간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나쁜 어른’ 리스트에서 친아빠의 이름을 발견하고, 친아빠를 찾기 위해 다시 인간 세계로 돌아온다.

소박하고 따뜻한 영화 [엘프]는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 준다. 메마른 감성으로 가족의 의미조차 잊고 지내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마법 같은 영화이다. 더불어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보살피고, 가까운 사람들을 신뢰하며, 함께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것이 어느 시대에나 변치 않는 진실한 가치라고 덧붙인다. 이렇게 축복 가득한 영화 [엘프]는 기쁨이 넘쳐야 할 크리스마스를 우울하게 맞이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행복과 사랑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