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개봉하는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신작 [바튼 아카데미]는 사람 냄새 나는 휴먼 코미디 영화이다. 1970년, 크리스마스를 맞아 학생과 교사들이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려고 다 떠나 텅 빈 ‘바튼 아카데미’에 외로이 남게 된 폴과 학생 앵거스(도미닉 세사), 주방장 메리(더바인 조이 랜돌프)의 이야기를 그린다.

평범한 소시민의 고된 현실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탁월하게 묘사해온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또 한 번 서글픈 블랙코미디의 정수를 선보인다. 그 달콤하고 씁쓸한 인생의 맛을 제대로 음미해 본다.

남겨진 자들의 씁쓸함

유니버설 픽쳐스

1970년 크리스마스 연휴, 미국 뉴잉글랜주의 니름 명문고등학교인 ‘바튼 아카데미’. 역사 교사로 재직 중인 폴, 낙제생이자 사고뭉치 앵거스, 아들과 사별한 기숙사 주방장 메리는 각자의 사정으로 텅 빈 학교에 남겨지게 된다. 이내 현장학습이라는 명목하에 보스턴으로 떠나는데, 여기서 뜻하지 않게 각자의 아픔을 들켜버린다.

‘바튼맨’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던 폴은 보스턴에서 우연히 마주친 하버드 동창에게 망설임 없이 거짓말을 한다. 해외로 강연도 다니며, 책도 집필하고 있다는 허풍이다. 논문을 도용했다는 누명을 쓰고 하버드에서 퇴학당한 과거가 큰 상처로 남은 것이다.

앵거스와 메리에게도 애달픈 사연이 있고, 모두 그 상처로 인해 과거에 머물고 있다. 영화의 원제인 ‘The Holdovers’라는 단어가 와닿는 지점이다. ‘The Holdovers’는 이전 시간이나 상태에 남아 있는 사람이나 사물을 의미한다. 남겨진 자들은 이토록 씁쓸한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체리쥬빌레의 달콤함

유니버설 픽쳐스

이들이 크리스마스 연휴를 함께 보내게 된 것은 그저 우연이었고, 불운이었다. 완성된 체리쥬빌레가 아닌, 체리와 아이스크림, 알코올이 볼품없이 섞인 모양새처럼 말이다. 이들은 비록 완성된 체리쥬빌레를 먹지 못했지만, 자신들만의 레시피로 특별한 체리쥬빌레를 만들어냈다.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이기에 어떤 디저트보다 달콤하다.

고지식한 폴과 자유로운 영혼 앵거스, 사람과 거리를 두는 메리가 이렇게 서로의 간격을 좁혀간다. 외로움이 어디에나 있다면, 그것을 함께 나눌 온기도 어디에나 있을 것이라는 따뜻한 의도가 엿보인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늦겨울의 난로처럼 은은하고 따뜻한 정서를 품고 있다. 앞서 감독은 이 영화가 외로움과 대안 가족에 대한 고찰을 담은 영화라고도 설명했다. 경쾌한 농담들 속에 인간애를 잔뜩 품고 있는 영화 [바튼 아카데미]는 새로운 스테디셀러 크리스마스 영화가 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