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큰 눈과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배우 엠마 스톤. 그의 필모그래피는 지루할 틈이 없다. 평범하게 1960년대를 살아가다가 별들의 도시에서 꿈을 꾸기도 하고, 스파이더맨의 연인이 되었다가 흑백을 품은 악마가 되었다가, 삶과 죽음을 초월한 유일무이한 피조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신작 [가여운 것들]로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에 도전하는 엠마 스톤의 대표작을 살펴본다.

[헬프] (2011) / 유지니아 스키터 펠런 역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

흑인 가정부는 백인 주인과 화장실도 같이 쓸 수 없는 1963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잭슨.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정원과 가정부가 딸린 집의 안주인이 되는 게 최고의 삶이라 여기는 친구들과 달리, ‘스키터(엠마 스톤)’는 대학 졸업 후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역 신문사에 취직한다. 흑인 가정부 ‘에이블린(바이올라 데이비스)’과 가까워진 스키터는 흑인 가정부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폭로하고자 책을 출간하기로 한다. 그들의 아슬아슬한 반란은 곧 세상을 바꾼다.

엠마 스톤은 [슈퍼배드], [좀비랜드], [이지 A]와 같은 코미디 영화로 유명해졌다. 그러던 2011년, 캐서린 스토킷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헬프]에 출연하며 하이틴 스타에서 배우로 성장하게 된다. 영화는 1960년대 초 미시시피를 배경으로, 인종차별을 뛰어넘은 여성들의 우정과 연대를 그린다. 영화는 호평을 받어 제84회 미국 아카데미상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며, 흥행에도 성공하였다. 원작자는 ‘스키터’ 역에 엠마 스톤 이외의 다른 배우를 생각하지 않았다고 언급했고, 엠마 스톤 자신도 극중 캐릭터에 실제 성격을 어느 정도 반영하였다고 밝혔다. 엠마 스톤의 건강하고 당찬 에너지가 캐릭터에 그대로 녹아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012)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2014) / 그웬 스테이시 역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

피터 파커(앤드류 가필드)는 여느 고등학생처럼 평범한 학교 생활을 하며 일상을 보내고, 같은 학교 학생 그웬 스테이시(엠마 스톤)와 첫사랑에 빠져 우정과 사랑, 그리고 둘만의 비밀을 키워나간다. 그러던 중, 세상을 위협하는 세력이 나타나고 피터는 ‘스파이더맨’이라 불리우는 영웅이 되기로 결심한다.

[500일의 썸머]의 마크 웹 감독이 연출한 ‘스파이더맨’ 실사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 ‘그웬 스테이시’를 연기한 엠마 스톤은 앤드류 가필드와 호흡을 맞췄다.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성격을 가진 그웬 스테이시는 피터 파커의 첫사랑이자 든든한 지원군으로, 기쁨과 슬픔과 함께 나누며 성장한다. 엠마 스톤은 원작과 동일하게 금발로 출연하였고, 원작을 초월이식했다는 호평 세례를 받았다. 이렇게 원작에 가까운 싱크로율과 두 배우의 케미가 영화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었다.

[라라랜드] (2016) / 미아 돌런 역

판씨네마㈜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 ‘라라랜드’. 성공을 꿈꾸는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는 화려한 도시에 흔히 보이는 배우 지망생으로, 현재는 어려운 시절을 견뎌내고 있다. 당차고 낭만적인 성격이지만, 여느 젊은이들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다. 그러던 중, 꽤나 고집스럽고 어딘가 로맨틱한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을 만난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만난 두 사람은 미완성인 서로의 무대를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영화가 선사할 수 있는 모든 면에서 완벽함을 선사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라라랜드]. 아름다운 음악과 현대적인 감각의 영상을 통해, 194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의 고전을 오랜만에 관객들에게 다시 선사했다. 주연을 맡은 엠마 스톤은 이 작품으로 라이언 고슬링과 세 번째 커플 연기를 선보였다. 함께 공원에서 탭댄스를 추는 장면, 오래된 카페에서 재즈의 매력을 알려주는 장면, 팔짱을 끼고 긴 다리를 건너는 장면 등에서 두 사람의 완벽한 로맨스 케미가 돋보인다. 엠마 스톤은 이 영화로 2016년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 제74회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시기를 보냈다.

[크루엘라] (2021) / 크루엘라 드 빌 역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처스

반은 검고 반은 하얀 머리칼을 가진 평범하지 않은 소녀 에스텔라. 우여곡절 런던에 오게 된 에스텔라는 재스퍼와 호레이스를 운명처럼 만났고, 뛰어난 패션 감각을 이용해 완벽한 변장과 빠른 손놀림으로 런던 거리를 싹쓸이 한다. 도둑질을 하며 거리를 떠돌았지만 패션을 향한 열정만큼은 언제나 진심이었다. 그러던 중, 런던 패션계를 꽉 쥐고 있는 남작 부인을 만난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에스텔라는 남작 부인의 브랜드 디자이너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누군지 보여주기로 하며 ‘크루엘라’로 다시 태어난다.

디즈니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의 실사 영화 [크루엘라]에서 엠마 스톤은 매력 넘치는 악녀 ‘크루엘라 드 빌’ 역할을 맡았다. 광기 어린 헤어스타일과 펑크록 패션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배우로서, 패셔니스타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뿜어낸다. 이는 1970년대 런던 주류사회에 대한 반항과 전복으로, 전형적인 디즈니의 감성을 벗어나 새로운 쾌감을 선사했다. 착하고 순수한 주인공 대신 빌런을 주역으로 내세웠음에도 작품은 흥행에까지 성공했다. 순수한 열정을 가진 소녀가 광기 어린 악녀로 변해가는 과정을 매혹적으로 표출해낸 엠마 스톤의 첫 빌런 연기는 호평을 받았고 [크루엘라] 속편 출연도 확정지었다.

[가여운 것들] (2024) / 벨라 벡스터 역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최근의 엠마 스톤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뮤즈가 된 듯하다. 2018년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서 협업한 후 신작 [가여운 것들], 차기작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와 제목 미정의 후속작까지 포함해 무려 다섯 편이나 함께했기 때문이다. 신작 [가여운 것들]은 고드윈 벡스터 박사로 인해 새로운 삶을 선물받은 벨라 벡스터의 이야기를 그린다.

엠마 스톤은 투신한 성인 여성의 시체와 태아의 두뇌가 결합하여 탄생한 유일무이한 피조물 ‘벨라 백스터’를 연기한다. 자유분방한 태도로 세상사를 흡수해 나가는 기묘하고 아름다운 존재다. 엠마 스톤은 이 작품으로 제81회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고, 다가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강력한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엠마 스톤의 강렬한 연기가 담긴 영화 [가여운 것들]은 3월 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