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장인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가 지난 2월 20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되었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 오컬트 영화를 꾸준히 만들었던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며, 얼마 전 베를린 영화제에도 초청되어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리 만나 본 [파묘], 작품에 파(!)며드는 관전포인트 세 가지를 정리해본다.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오컬트 케미 폭발

이미지: 쇼박스

[파묘]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믿보 배우들의 활약상이다.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이 출연해 오컬트 케미를 선보인다. 풍수사 상덕 역을 맡은 최민식은 연기 인생 35년 만에 첫 공포영화에 출연했다. 실질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의외로 힘쓰는 장면이 많은 작품에서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를 펼쳤다.

무당 화림 역을 맡은 김고은은 굿을 비롯해 신들린 연기를 선보이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고은은 이 같은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촬영내내 무속인에게 레슨을 받고, 방대한 양의 경문까지 외우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함께했던 배우들 역시 김고은의 열정에 큰 인상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장의사 영근 역을 맡은 유해진은 극 전체를 관망하며 관객의 시각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무거운 분위기에 때때로 웃음을 건네며 극의 작은 숨통을 마련하기도 한다. 이 작품으로 첫 장편영화에 데뷔한 이도현은 화림의 제자이자 젊은 무당인 봉길 역을 맡았다.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극 후반부에는 중요한 역할을 훌륭히 소화한다. [파묘]는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어느 하나 사족인 인물 없이 극의 재미를 유지한다.

장재현 감독 오컬트 중 가장 큰 스케일

이미지: 쇼박스

오컬트를 주로 만들었던 장재현 감독은 장르 특유의 깜놀 연출과 으스스한 분위기로 긴장감을 쉴 새 없이 자아낸다. 특히 앞의 두 작품보다 [파묘]는 직접적이고 체험적인 영역이 많아서 보다 여러모로 스케일을 크게 키운다.

특히 후반부 클라이막스는 [검은 사제들]의 구마의식이 떠올릴 정도로 압도적이다. 다소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극중 상황과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해 굉장한 몰입감을 준다. 장재현 감독은 코로나 힘든 극장가에 관객들이 제대로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이 같은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파묘, 그 이상의 이야기 – 승부수가 될까 무리수가 될까

이미지: 쇼박스

[파묘]는 이야기의 층계가 두터운 작품이다. 처음에는 한 집안의 묫자리 이장에 관련된 공포와 미스터리를 촘촘하게 보여준다. 그렇게 달려가던 영화는 꽤 중요한 변곡점을 내놓으며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스포일러 관계로 자세하게 말할 수 없지만 이 때부터 판은 넓어지고, 말하고자 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 같은 장치에 장재현 감독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아픔과 상처를 그야말로 파묘하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다만 이 점은 양날의 검으로도 다가온다. 오컬트 장르의 진득한 공포를 원했다면 다소 맥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부분을 통해 네 주인공들의 팀 플레이가 더욱 견고해지고, 볼 거리와 몰입감도 한층 더 높아진다. 장르의 벽이 어느정도 있었던 앞의 두 작품보다 이해하기 쉽다는 의견도 있다. 영화의 핵심 메시지이자 승부수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