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X형사]는 철부지 재벌 3세가 모종의 사건 때문에 강력반 형사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러시아 드라마 [Silver Spoon]이 원작이며,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공동 연출했던 김재홍 감독과 [마이네임]의 김바다 작가가 손을 잡았다.

개성 넘치는 주인공과 컨셉부터 독특한 이 작품은 기존 형사 드라마의 답답한 클리세를 비틀며 통쾌한 재미를 매화마다 자아낸다. 현재 8화까지 방영한 [재벌X형사], 과연 무엇이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크게 두 가지 요소로 작품을 짚어본다.

돈에는 돈, 빽에는 빽! 고구마 없는 사이다 수사

이미지: SBS

많은 형사 드라마에는 이런 장면이 꼭 있다. 재벌 혹은 사회 권력층이 범죄를 저지르지만, 공권력은 법 위에 군림한 그들의 힘 때문에 함부로 건들지 못한다. 물론 정의감으로 가득 찬 몇몇 주인공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지만, 그럴 때마다 꼭 이런 말을 듣는다. “너 감당할 수 있겠어?”

하지만 이러한 레파토리는 [재벌X형사]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못한다. 여기 주인공은 범법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돈에는 돈, 빽에는 빽으로 밀어붙이는 통쾌한 수사를 펼친다.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진이수(안보현)는 대한민국 대표 재벌, 한수그룹 일가의 막내아들이다. SNS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그는 경찰이 놓친 강력 범죄자를 우연히 자신의 손으로 검거한 일 덕분에 서울강하경찰서 강력 1팀의 형사로 배속된다. 물론 강력 1팀 멤버들은 낙하산으로 온 이수를 곱게 보지 않는다. 여러 이유를 대며 업무에서 그를 배제한다. 벌써부터 내부 갈등의 예고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수는 자신의 든든한 배경과 마르지 않는 자산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들을 하나둘씩 해결한다.

이때마다 이수의 수사 방법이 요즘 말로 ‘플렉스’를 제대로 보여준다. 자신의 돈 10억 정도를 들여서 암거래 시장의 보물을 사고, 공권력은 들어가지도 못하는 럭셔리 비밀 클럽에 쉽게 입장하는 등 기존 경찰 수사의 한계를 쉽게 넘나들며 범인을 체포한다. 그 과정이 살짝 미덥지 못하지만, 통쾌한 기분이 더 크다. 이전의 형사물이었다면 돈과 권력의 압박 때문에 답답했던 순간을 이수가 ‘플렉스’하게 해소한다.

물론 돈과 빽이 넘치는 자들을 잡기 위해 더 많은 힘을 앞세워야 하는 점이 씁쓸하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재벌X형사]가 건네는 통쾌함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불편한 진실을 풍자하는 시선이 꽤 독특한 맛을 자아낸다.

우리 이수가 달라졌어요! 재벌 금쪽이가 베테랑 형사로 거듭나는 이야기

이미지: SBS

[재벌X형사]의 또 다른 재미는 이수가 철부지 재벌 3세에서 형사로서 착실하게 성장하는 과정이다. 갑작스럽게 형사로 부임한 이수는 지금의 상황을 ‘놀이’쯤으로 인식한다. 이 때문에 형사 1팀과 많은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여러 사건을 함께 해결하면서 이수 역시 달라진다. 정시 출근, 보고 체계 엄수 등 직장인이라면 기본적으로 지키는 것들을 이수가 잠자코 하는 게 무언가 색다르고 흥미롭다. 이때부터 이야기도 탄력이 붙는다. 이수 역시 초반의 가벼운 이미지 대신 어엿한 형사로 시청자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간다.

이수와 동료들의 팀플레이도 회가 거듭될수록 빛을 발한다. 특히 시종일관 대립각을 세우던 강력 1팀장 이강현(박지현)과의 케미가 돋보인다. 처음에는 서로를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함께 수사를 하면서 속 싶은 이야기도 나누며 감정적인 교감을 이어간다. 이런 모습을 불필요한 멜로 라인이 아닌 동료애로 그려내는 드라마의 선택이 인상적이다. 형사 일이 서툴던 이수에게 강현이 멘토가 되어 하나씩 가르쳐주는 점도 훈훈하다. 이 같은 관계 발전 덕분에 초반 이수에게만 집중했던 시선이 어느새 강력 1팀 전체로 뻗어간다.

[재벌X형사]는 8부까지 방영되며 반환점을 돌았다. 지금까지는 강력 1팀이 맡은 사건을 수사하고 해결하는 개별 에피소드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수 엄마의 의문사를 다루면서 본격적인 메인 스토리를 예고한다. 특히 이 사건은 뇌물 수수 문제로 불명예 은퇴했던 강현의 아버지(권해효)와 관계가 있다. 그동안 ‘플렉스’의 재미에 기댔던 드라마가 ‘형사’의 진정한 의미를 말해야 할 시간이 왔다. 남은 8화 동안, 이 과정을 어떻게 흥미롭게 보여줄지 애청자로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