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3월 6일에 개봉된 영화 [가여운 것들]은 은 천재적인 과학자 ‘갓윈 벡스터 박사’(윌렘 대포)로 인해 새로운 삶을 선물받은 ‘벨라 벡스터’(엠마 스톤)의 아름답고 놀라운 삶의 여정을 그린 영화이다. 세계 최고의 연기파 배우 엠마 스톤, 마크 러팔로, 윌렘 대포가 주연을 맡고 거장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연출한 [가여운 것들]은 지난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곧 있을 아카데미에서도 수상의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가여운 것들]은 기발한 상상력이 만든 새로운 경험이었고 기괴하고 파격적인 미장센이 강렬하게 뇌리에 남는 작품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 ‘프리다 칼로’를 연상케하는 진한 눈썹의 벨라 벡스터의 스틸컷에서 페미니즘의 아이콘이 된 프리다 칼로처럼 여성을 억압하는 전통과 관습을 거부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는 영화가 말하는 주제이긴 하지만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은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가여운 것들]을 감상하며 느낀 점을 3가지 요약하여 영화를 리뷰하고자 한다.

“어린아이의 성장과정을 통해 본 색(色)이 지닌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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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20대 임산부의 시신에 태아의 뇌를 이식해 새롭게 태어난 ‘벨라 백스터’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다. 몸은 성인이지만 지능과 사고는 영락없는 갓 태어난 신생아와 다름이 없다. 영화는 아이의 사고를 지닌 벨라가 ‘프로이트의 심리 성적 발달단계’에 맞춰 성장하는 모습을 순차적으로 흑백 화면에 담았다. 음식에 집착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모습의 구강기와 항문기를 거쳐 이성의 부모를 향한 성적 애착과 성기에 집중되는 남근기를 겪는다. 이후 벨라는 외부 세계에 관심이 집중되는 잠복기를 지나 진정한 의미에서 성욕이 나타나는 생식기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영화는 성적 본능을 다루며 색(色)을 탐닉하는 벨라를 통해 빅토리아시대에는 불가능했던 여성의 주체적 해방으로 묘사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흑백으로 시작되었던 화면은 벨라가 세상에 대한 깨달음을 얻으며 비로소 색을 입은 세상으로 변하게 된다. 남편의 학대를 받던 여인이 전통적인 굴레에서 벗어나 새롭게 리셋되어 욕망의 주체로서 성장하는 벨라의 색(色)에 대한 변화는 디테일한 연출로 표현된 인간성에 대한 근원적 고찰이 아닐까?

“굴레를 벗고 자아를 찾아 떠난 호기심 가득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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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과학자이자 결핍된 의사인 갓윈 벡스터의 보호를 받으며 집 안에서만 생활하던 벨라는 갈수록 집 밖의 외부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경험을 하고픈 갈망이 차오른다. 이에 벨라는 갓윈이 정한 약혼자 ‘맥스 매캔들스'(라마 유세프)와 갓윈을 남겨두고 그녀에게 반한 변호사 ‘덩컨 웨더번'(마크 러팔로)과 더 넓은 세계를 느끼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렇게 떠난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에서 벨라는 처음 보는 광경과 새롭게 만난 사람들을 통해 놀라운 변화를 겪으며 성적 욕망에 더해 지적 욕망을 갈구하며 파격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여정을 보내게 된다.

억압되고 고립된 환경에서 태어나 자란 벨라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모습을 통해 경이로움과 아름다움 속에 웅크린 추악하고 더러운 모습이 공존하는 바깥세상은 우리들에게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물음을 던진다.

“기괴한 상상력과 미친 연기력이 낳은 파격적인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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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소재가 된 뇌 이식을 비롯하여 여행 중에 만난 동화와 같은 도시의 비주얼이나 개 머리를 한 닭은 초현실적이다 못해 기괴한 상상력의 최고봉을 보여준다. 이렇듯 특이하고 비현실적인 스토리에도 관객들을 빨아드린 흡인력은 주연배우들의 미친 연기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걸음마 하는 아이의 미성숙한 모습부터 시간의 변화와 함께 세계관이 확고한 성숙한 여성으로 성장하는 벨라의 모든 순간을 완벽하게 소화한 엠마 스톤은 그녀의 인생 작을 만들어 냈다. 여기에 덩컨 웨더번을 능청스럽게 연기한 마크 러팔로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영화에 코믹함을 곁들여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기괴한 상상력과 신들린 연기를 감상하며 141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고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가여운 것들]은 아카데미 시상식 전에 감상하는 것이 의미 있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