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웹]은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베놈], [모비우스] 등 소니 픽처스에서 제작한 [스파이더멘] 관련 캐릭터 영화들)의 또 다른 축을 차지할 작품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북미에서 뚜껑을 연 뒤 반응은 처참했다. 제작비에 한창 못 미친 흥행 성적과 좋지 못한 평가로 세계관의 미래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마담 웹]은 우연한 사고로 미래를 볼 수 있는 구급대원 캐시 웹(다코타 존슨)이 거미줄처럼 엮인 운명을 마주하며, 같은 예지 능력을 가진 적 ‘심스’에 맞서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심스와 웹의 악연이 있으며, 더 나아가 ‘스파이더맨’ 세계에 큰 변화를 건넬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이미지: 소니 픽처스

미국에서 아쉬운 반응과 다르게 [마담 웹]의 첫 인상은 나쁘지 않다. 캐시 웹이 큰 사고를 당한 뒤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지는데, 그 소재가 흥미롭고 다음을 궁금하게 만든다. 이후 캐시 웹은 심스가 노리는 세 명의 10대 소녀들 줄리아(시드니 스위니), 아냐(이사벨라 메르세드), 매티(셀레스테 오코너) 지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의 특징이 잘 드러내고, 간간히 괜찮은 웃음 타율도 자랑한다. 특히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추격씬은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사한다. 

이미지: 소니 픽처스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좋아한 팬들을 위한 작은 선물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명대사를 남긴 젊은 시절의 벤 파커가 캐시 웹으로 동료로 나와 많은 활약을 펼친다. 메리 파커도 피터를 임신한 모습으로 등장해 ‘스파이더맨’의 탄생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미지: 소니 픽처스

하지만 영화는 한 차례 추격전이 끝난 뒤 방향을 잃는다. 캐시 웹과 심스의 반복적인 예지 능력 대결만 되풀이할 뿐, 이렇다할 긴장감을 주지 못한 채 힘없이 끝을 향한다. 이야기를 너무 쉽게 이어간다는 인상도 많다. 캐시는 예지 능력을 통해, 자신이 실제로 선택하지 않은 미래도 볼 수 있다. 분명 그 능력은 영화의 재미를 빚어내지만, 때때로 작품의 미스터리를 이렇다할 위기 없이 풀어내서 허무하게 할 때도 많다. 

슈피히어로의 탄생을 다루면서도 장르 특유의 박진감도 없는 점도 아쉽다. 주연 인물들이 아직 자신의 능력을 깨닫지 못한 채 빌런에게 쫓기는 과정이지만, 이렇다할 대결 장면이나 눈길을 끌 액션 장면들이 거의 없다. 이야기 막바지에 가장 야심을 들인 순간이 있지만, 이것도 슈퍼히어로보다는 재난 영화의 익숙한 패턴을 반복 관람하는 느낌이다. 이렇다할 고뇌나 야심 없이 캐시 웹 일행을 뒤쫓기만 하는 빌런 역시 존재감이 많이 약하다. 

[마담 웹]은 이 작품을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인 [스파이더맨]과의 연계성도 느슨하게 놓아버린다. 초반부 벤 파커와 메리 파커의 등장은 이 세계관을 다음을 매우 궁금하게 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캐시 웹이 피터 파커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나 영향을 끼쳤다는 부분이 영화 한정으로 봤을 땐 찾아보기 힘들다. 쿠키 영상조차 없기에 의도적으로 [스파이더맨]과 관련된 부분을 삭제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든다. 다코타 존슨의 첫 번째 슈퍼히어로 나들이와 시드니 스위니, 이세발레 메르세드, 셀레스테 오코너 등 앞으로 할리우드를 이끌 라이징 스타들을 활약상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이 작품의 미덕이다. 미약하지만 [스파이더맨] 세계관을 넓히려는 모습 또한 나쁘지 않다. 다만 이 모든 것을 묶어 다음을 나가기엔 [마담 웹]의 거미줄이 너무 헐겁다. 매력 없는 빌런, 긴장감 없는 이야기 등 [베놈]의 성공 뒤로 야심 차게 준비한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행진이 영 미덥지 못하다. 하반기 개봉 예정인 [크레이븐 더 헌터], [베놈 3]는 지금의 아쉬움을 날릴 수 있을까? 솔직히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