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마블 코믹스의 수많은 대표 캐릭터들 중에서도 데드풀과 울버린은 자주 콤비로 활약하는 편이다. 실질적으로는 울버린은 1974년에, 데드풀은 그보다 한참 늦은 1991년에 처음 코믹스에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독자가 둘이 함께 한 것을 본 기간은 그리 긴 편은 아니다. 더욱이 데드풀은 케이블과도 진한 우정을 맺는 파트너가 되었고, 스파이더맨과도 다수의 모험을 함께 했기에 울버린과의 활동은 생각보다 적을 수도 있다.

두 사람은 슈퍼 솔저를 개발하려는 웨폰 X 프로그램의 대상자였다는 공통점으로 인해 함께 얽히게 되었는데, 웨폰 X 프로그램은 울버린의 뼈를 아다만티움 금속으로 강화한 다음에 그의 무적의 치유력인 힐링 팩터를 복제하여, 암환자인 데드풀에게 이식했다. 이런 남다른 인연을 맺은 후로 둘은 여러 이유로 맞붙었는데, 때로는 우울증을 치료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데드풀이 싸움을 걸기도 했다. 그러다 돌연변이도 아니면서 자꾸 엑스맨에 기웃거리고 울버린에게 집적대더니, 둘은 친구인 듯 아닌 듯한 사이가 되었다.

첫 만남, 첫 싸움

이미지: 마블 코믹스

마블 유니버스의 역사로 볼 때, 둘이 처음 만난 것은 2008년에 발행된 [울버린 오리진스] 시리즈를 통해서였다. 이것은 나중에 추가된 설정으로, 윈터 솔저가 하이드라에게 세뇌된 요원이던 시절과 관련이 있다. 이때 윈터 솔저는 로건을 제거하기 위해 암살자인 데드풀을 고용했고, 이때가 울버린과 데드풀이 처음 싸운 순간이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울버린이 아들인 다켄을 유인하기 위해 데드풀을 이용한 작전이었다. 

실질적으로 독자가 둘의 첫 만남을 본 것은 1994년 [울버린] #88을 통해서였다. 데드풀은 여자친구였던 바넷사를 되찾기 위해, 바넷사의 새 남친인 개리슨 케인을 공격하면서 울버린과 처음 만났다. 울버린이 개리슨의 친구였기 때문이다. 울버린이 개리슨을 죽이려는 데드풀에 맞서 싸우면서 그야말로 선혈이 낭자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힐링 팩터가 없었다면 무사히 살아 돌아갈 수 없었을 정도로 서로 찌르기를 반복하는 싸움이었다. 

누가 더 강할까?

이미지: 마블 코믹스

데드풀과 울버린은 비슷한 면이 많다. 둘 다 어마어마한 재생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헤아릴 수 없는 수의 전투를 다양한 방식으로 치러왔고, 이는 그대로 둘의 전투 기술에 플러스가 된다. 저런 특별한 능력이 없더라도 기본 전투력이 뛰어난 것이다. 둘이서 작정을 하고 공정한 일대일 결투를 벌인다고 가정했을 때, 승부는 어떻게 날까?

울버린의 힐링 팩터야 대단한 수준으로, 폭탄이 터져서 뼈만 남아도 시간을 두고 재생이 가능할 정도의 파워를 지녔다. 그러나 그의 DNA를 이식받은 데드풀이 더 강력한 힐링 팩터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온몸이 마구 썰리고 녹아내려도 금세 재생이 가능하다. 캐릭터 특성상 이런 상황이 자주 보이는데, 아무리 반복되어도 재생에 한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울버린은 재생능력이 뛰어난 것이지 불사의 존재는 아니라 그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이에 비해 데드풀은 타노스에게서 저주를 받는 바람에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런 조건 아래서 데드풀이 울버린보다 상당히 유리하다.  

같은 팀이 된 두 사람

이미지: 마블 코믹스

그런 썩 좋지 않은 만남이 이어지던 중, 웨폰 X 프로그램의 희생자라는 유대감이 싹트면서 우정이 시작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둘은 반복적으로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지만. 아크엔젤이 데드풀을 울버린의 엑스 포스 팀에 영입하면서 마침내 같은 팀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이 팀의 일원들은 모두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으며 살인도 불사할 각오가 되어 있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엑스 포스의 비정함에 환멸을 느끼고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놀랍게도 데드풀이었다. 

울버린과 데드풀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캡틴 아메리카와 함께 셋이서 웨폰 X를 상대로 싸웠다. 처음엔 울버린과 캡틴 아메리카는 데드풀과 함께 하기를 꺼렸지만, 점차 그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달리 보게 되었다. 나중에 캡틴 아메리카가 데드풀을 그의 새로운 어벤저스 팀에 합류시킨 것도 이때의 영향이 컸다. 이 작품은 세 사람의 관계 뿐만 아니라, 데드풀의 비극적인 과거가 밝혀지기도 하고, 북한을 무대로 한다는 점에서 특별하고 재미있는 요소가 있다.  

스크린 속 데드풀과 울버린

이미지: 디즈니

실사 영화에서 둘이 만난 것은 2009년에 개봉한 엄청난 영화, [엑스맨 탄생: 울버린]이었다. 라이언 레이놀즈가 연기한 이 데드풀은 원작과 달리 돌연변이로 묘사되었으며, 베트남 전쟁 동안 윌리엄 스트라이커 장군의 밑에서 울버린(휴 잭맨), 세이버투스(리브 슈라이버), 에이전트 제로(다니엘 헤니) 등과 함께 팀 X라는 특수부대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이때는 돌연변이 군인이긴 했지만 아직 “데드풀”은 아니었다.

훗날, 스트라이커 장군은 여러 돌연변이들의 DNA를 그에게 몽땅 집어넣어 살상병기 웨폰 XI이자 데드풀로 만들었다. 사이클롭스처럼 눈에서 광선을 발사하고, 울버린과 비슷하게 팔뚝에서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진 칼이 튀어나오는 어색한 능력을 보이는데, 동료들조차 질색하는 쉴 새 없이 떠드는 수다를 막기 위해 아예 입을 제거해버렸다. 캐릭터의 매력을 왜 저렇게 파괴해버릴까 싶을 정도로 용서 못할 짓이었다. 또한 순간이동 능력과 재생능력, 전자장치를 제어하는 능력까지 얻었다. 다시 만난 울버린과의 치열한 싸움 끝에 패배했지만, 목이 잘리고도 살아있는 모습을 보였다. 

데드풀 영화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 MCU로 들어오면서, [데드풀과 울버린]이란 제목을 달고 돌아온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지만, 라이언 레이놀즈의 데드풀이 휴 잭맨의 울버린과 함께 한다는 것에서 많은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두 인기 캐릭터를 어떻게 관계 설정할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인데, 원작에서의 둘의 관계를 보자면 서로를 피투성이로 만드는 버디 무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이미 원작과는 또 다른 폭넓은 인기를 자랑하는 영화 속 두 히어로들이기에 기대 이상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MCU를 구하는 임무를 맡아 휴 잭맨의 울버린을 다시 스크린으로 데려온 것만으로도 이미 데드풀의 성과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