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 네임]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위장 경찰이 된 인물의 이야기다. 어디서 많이 본 듯 익숙한 시놉시스다. 멀게는 [무간도], 가까이는 [신세계]까지 경찰에 침투한 조직원의 사연은 이제 흔하다. 그러나 [마이 네임]은 상당한 몰입감을 자아내며, 작품의 진정한 완성도는 소재의 신선함이 아니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음을 증명한다. 과연 무엇이 [마이 네임]을 웰메이드 액션 누아르로 완성하도록 힘을 보탰을까? 세 가지 특징으로 살펴본다.

기우가 환호로 바뀐 한소희의 연기 변신

이미지: 넷플릭스

[부부의 세계], [알고있지만,]의 한소희가 복수를 다짐하며 경찰에 잠입하는 지우 역을 맡았다. 처음에는 그의 캐스팅에 의문이 앞섰다. 예쁘고 화려한 비주얼을 가진 한소희가 서슬 퍼런 복수극의 주인공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이 같은 걱정은 드라마가 시작되고 10분이면 모두 사라진다. 한소희는 아버지를 눈앞에서 잃은 지우의 울분과 분노를 완벽히 소화해내며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모두 지워낸다. 경찰이 된 후 자신의 진짜 정체를 속여야 하는 지우의 불안한 모습 또한 섬세한 감정 연기로 표현해 보는 이와의 거리감을 좁힌다. 

한소희의 변신이 돋보이는 부분은 연기만이 아니다. 액션 역시 상당히 공을 들였음을 보여준다. 그는 완벽한 퍼포먼스를 위해 10kg를 증량하고 동료들과 액션 스쿨을 다니며 합을 맞췄다고 한다. 그의 노력이 캐릭터에 고스란히 묻어나니 액션은 더욱 극에 밀착한다. 지우의 액션에는 분노, 슬픔, 복수 등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기에 단순한 볼거리로 그치지 않는다. [마이 네임]에서 지우는 복수를 위해 자신의 이름을 지웠고, 한소희는 작품을 위해 연기보다 외모가 우선시 됐던 수식어를 밀어내고 배우로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복수에 집중하는 이야기

[마이 네임]은 ‘언더커버’라는 범죄물의 익숙한 소재를 끌어왔으나, 이야기의 집중력을 유지해 지루할 틈이 없다. 지우의 복수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불필요한 서브플롯을 배제한다. 8부작의 에피소드는 늘어지는 구간 없이 극적 흥미를 유발하며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한다. 지우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도 적절하게 이어진다. 주인공의 사연만 과도하게 따라가 극이 단조롭지 않을까, 혹은 주변 캐릭터가 존재감이 없을까 걱정도 잠재운다. 지우의 이야기에 조직 보스 최무진, 마약수사과 팀장 차기호, 동료 형사 전필도 등 주변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극 전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캐릭터의 감정을 담은 19금 액션

이미지: 넷플릭스

마약 조직과 경찰의 대결이라는 배경 때문에 [마이 네임]은 액션신이 많이 등장하고, 표현 수위 또한 높다. 칼과 총은 기본이며, 신체의 일부분을 절단하는 잔인한 연출이 전개된다. 몇몇 장면은 보는 이에 따라 호볼호가 갈라질 정도로 시청하기가 부담스럽다. 그러나 이 같은 거친 장면에도 빠져드는 이유는 캐릭터들의 특징과 감정이 액션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마이 네임]에서 액션은 자신의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인물들의 냉혹하고도 절박한 모습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우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무진은 자신의 야망을 방해하는 모두를 제거하기 위해, 차기호와 전필도는 어떠한 방법을 쓰더라도 악의 세력을 잡고 싶은 바람으로 폭력을 수단으로 내세운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대결은 승패보다 생존을 향한 야수들의 본능처럼 다가온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이 갖고 있는 복잡한 내면과 감정을 피비린내 나는 액션과 결합시켜 극의 분위기를 더욱 밀도 있게 다진다.

[D.P.]와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의 전성시대를 맞이한 이때, [마이 네임]은 이 기류를 이어갈 작품이 될 듯하다. 위장 경찰이 된 범죄 조직원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에도 출연진들의 열연과 이야기의 밀도, 감정이 스며든 액션까지 잘 버무려 시간순삭급 재미를 건넨다. 이를 반영하듯 [마이 네임]은 10월 23일 현재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 세계 5위에 오르며(10/24 기준)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11월에는 [마이 네임]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여 호평을 받은 또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이 공개된다. 제작 단계부터 주목을 받은 [지옥] 또한 [마이 네임]의 바통을 이어받고, 신작이 나올수록 신뢰감이 더해지는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불패 신화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마이 네임]의 선전을 보니 앞으로 공개될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전 세계 시청자의 반응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