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판씨네마>

 

by. 오로라히스 ([email protected])

 

 

앤드류 가필드 (Andrew Garfield) – 스파이더맨은 과거일 뿐! 앞날 창창한 연기파 배우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 그리고 톰 홀랜드. 이 세 남자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는 다들 이미 눈치채셨겠죠? 다름이 아니라 스파이더맨 실사 영화 시리즈에서 주인공 피터 파커, 즉 스파이더맨을 연기한 배우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앤드류는 토비의 뒤를 이어 2대 스파이더맨이 되었고, 비록 시리즈는 두 편의 영화로 아쉽게 작별을 고했지만 끝까지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평단과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는데요. 오늘은 단순히 스파이더맨이 아니라, 2017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인 배우 앤드류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한국 나이로 올해 서른다섯이 되는 앤드류는 미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란, 양국의 국적을 모두 가진 배우입니다. 어머니가 영국인이고, 아버지 쪽 조부모님도 영국인이기에 보통은 앤드류를 영국 배우로 분류하죠. 탁월한 재능으로 주목받는 여타 할리우드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앤드류 또한 아주 어린 나이, 겨우 9살에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데뷔 초에도 다른 배우들처럼 주로 TV 시리즈에서 활약했고요. 영드 [닥터 후]의 팬분들이라면 뽀얗고 앳된 얼굴의 앤드류를 기억하실 거예요.  물론 앤드류는 무자비한 동안인지라, 그때 벌써 스물다섯이었지만 말이죠.

 

 

작은 작품으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것 역시 대성한 배우들의 루트를 닮았습니다. 앤드류는 영화 <보이 A>에서, 14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새로이 세상에 뛰어들어 온갖 상처를 감내하는 소년 ‘잭’을 연기해 단숨에 조명 받습니다. 이 작품으로 무려 영국 아카데미 TV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죠. 이제는 앤드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보이 A>에서의 감성적 내면 연기는, 보는 이들의 숨이 막히게 할 정도로 디테일했어요. 이후 앤드류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에 얼굴을 비추어 특유의 순진하면서도 반항적인 매력을 뽐냈고,  키이라 나이틀리, 캐리 멀리건과 함께한 영화 <네버 렛 미 고>로 새턴 어워즈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발군의 연기력을 할리우드에도 입증해 보였죠.  여기까지의 앤드류 출연작들을 하나도 모르시겠다고요? 앤드류가 본격적으로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게 된 작품은 따로 있습니다. 제목은 들어 보셨을 거예요. 정말로요. 바로 데이빗 핀처 감독의 2011년 아카데미 후보작, <소셜 네트워크>입니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앤드류는, 한창 리즈 시절이던 미모에 믿고 보는 연기력까지 더해져 차세대 스타로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처음으로 골든 글로브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영국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며 시상식 시즌에 멋지게 입성했죠. 뭐, 이 뒤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입니다. 앤드류는 소니가 점찍은 두 번째 스파이더맨으로 승승장구했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지금은 좋은 친구 사이지만, 당시 스파이더맨의 여자친구 그웬을 연기한 배우 엠마 스톤과 실제 커플로 발전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했죠.

 

 

바로 그때가 앤드류 커리어의 정점으로 남을 것이라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건 아마도 앤드류가 지닌 배우로서의 능력과 잠재력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의 말이었을 겁니다. 앤드류는 현재,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언제나처럼 열심히 연기하고 있으니까요. 명배우 마이클 섀넌과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보여준 영화 <라스트 홈>에서, 앤드류는 자신이 그동안 갈고닦은 스킬과 무르익은 천재성을 동시에 폭발시켰습니다. 올해는 이번 달에만 벌써 두 편의 신작 개봉을 앞두고 있죠. 먼저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종교 영화 <사일런스>에서, 앤드류는 종교의 모순에 고뇌하고 신의 침묵에 시험받는 17세기의 예수회 신부를 연기합니다. 또 오랜만에 복귀한 멜 깁슨 감독의 전쟁 영화 <핵소 고지>로는 생애 첫 아카데미 후보 지명을 받았죠. 수상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이는 스파이더맨 의상을 벗은 뒤에도 앤드류가 배우로서 여전히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강력한 방증인 셈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앞으로도 스파이더맨으로 기억되겠지만, 그리고 그중 일부에게는 인생 최초, 최고의 스파이더맨으로 기억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좋은 연기자’로서 더 또렷하고 깊은 족적을 남기고 있는 배우, 앤드류 가필드. 언젠가 아카데미 타고 또 타서 지겨워지는 그날까지! 지금처럼만 성실하게 달려주세요.
그리고 얼마 전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라이언 레이놀즈와 깜짝 키스처럼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이벤트도 가끔 부탁할게요 😀

 

 

이미지: 네이버 영화 & tumbl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