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왕겜’이 필요해!

아마존 오리지널 시리즈 전략 변화

by. 겨울달

 

<이미지: Amazon Studio>

아마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일주일 동안 아마존은 오리지널 시리즈의 캔슬 및 신작 제작 소식으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 캔슬된 시리즈는 1920년대 미국 사교계 인사이자 작가인 젤다 피츠제럴드의 삶을 그린 <Z: 모든 것의 시작>과 1930년대 할리우드 영화 산업을 다룬 <라스트 타이쿤>이다. 두 시리즈의 제작 취소 결정은 다소 놀랄 만한 일이었다. <Z>는 시즌 2 제작을 확정했다가 엎어버린 경우이며, <더 라스트 타이쿤>은 아마존 제작 드라마 중 제작비가 최상위권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제작 확정된 신작 중에서도 눈에 띄는 작품이 있다. 하나는 세스 로건이 제작하는 제목 미정의 시리즈로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지만, 시즌 1 전체 제작을 주문할 것을 고려 중이라고 전해진다. 다른 하나는 왕가위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는 드라마 <통 워즈>로 1930년대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중국인들의 북미 이민 역사를 그린 작품이다. 두 작품 모두 헌신적인 장르 팬들, 또는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목적임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 드라마 판에서 신작 주문과 제작 취소가 비일비재하다 보니, 이번 결정 또한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변화는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의 요구, 바로 아마존 만의 ‘왕좌의 게임’을 만들라는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며 이뤄진 것이다. 아마존 스튜디오 사장 로이 프라이스는 최근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아마존 스튜디오의 목표를 ‘전 세계적 변화를 만들 만한 대작’을 제작하는 것이라 밝혔다. 아마존 비디오의 서비스 지역이 늘어나면서 미국 너머의 이용자를 끌어들여야 할 필요성이 생겼고, 그 돌파구가 될 것이 ‘세계적으로 먹힐 만한 작품’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미지: HBO>

아마존의 방향 변화는 그동안 기업이 모은 데이터 분석 결과와 선임 경영진의 공감대 형성에 따른 것이다. 로이 프라이스는 상당 기간 동안 모은 데이터에서 대작의 영향력을 집중 분석했고,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대작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는 아마존 오리지널 시리즈 중 <맨 인 더 하이 캐슬>, <그랜드 투어>, <더 틱>이 세계적으로 어필할 만한 드라마라고 언급하면서도, HBO <왕좌의 게임>처럼 ‘강력한 한 방’이 될 만한 시리즈를 찾고 있다고도 말했다. 결국 아마존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화를 끌어내며 구독자 증가로 이어질 만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다.

이 조치는 최근 경쟁사인 넷플릭스와 훌루가 시청자들의 큰 반향을 일으킬 작품들을 내놓으며 영향력을 발휘한 것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넷플릭스는 작년 <기묘한 이야기>로 화제를 일으킨 데 이어 올해 초 <루머의 루머의 루머>로 격렬한 반응을 얻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에 비해 규모가 작은 훌루는 올해 <핸드메이즈 테일>로 여성 인권에 대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논의를 촉발했다. 반면 아마존은 몇 년 전, <트랜스페어런트>로 트랜스젠더 이슈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일으키는 데 성공했지만, 최근에는 이렇게 ‘영향력’을 끼칠 만한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앞으로 아마존은 유명 영화감독 및 베테랑 TV 제작자들과 함께 하는 신작을 속속 발표할 계획이다. <길모어 걸스> 에이미 셔먼-팔라디노, <매드맨>의 매튜 와이너, <로스트>의 칼튼 큐스의 신작 제작이 한창 진행 중이고, <워킹데드> 원작자 로버트 커크만과 계약을 맺기도 했다.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 데이빗 O. 러셀 감독은 로버트 드니로와 줄리안 무어가 출연하는 TV 시리즈 제작을 추진하고 있고, <더 랍스터>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드라이브> 니콜라스 윈딩 레픈, <문라이트> 베리 젠킨스 등도 아마존과 드라마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이미지: Amazon Studio>

온갖 재능 있는 창작자들을 끌어들인 아마존. 이를 바탕으로 제프 베조스가 세운 새로운 목표는 굉장히 명확해 보이지만 현실은 그의 기대만큼 녹록하지 않다. 버라이어티는 미국의 창작자 커뮤니티에서 최근 몇 년간 아마존과 일을 하기 굉장히 까다로워졌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이 인용한 익명의 프로듀서는 “<Z>시즌 2 제작 결정 번복 사태 같은 본사의 일방적 뒤집기가 결코 좋은 징조는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다른 오리지널 시리즈 <골리앗>의 제작자가 주연배우 빌리 밥 손튼과의 갈등 끝에 하차한 것도 아마존의 위기 관리 방식을 보여주는 일화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로이 프라이스는 이에 대해 다른 방송사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이며, 시리즈의 미래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도 더 많은 것이 남아있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아마존의 변화를 거듭 예고했다. 이들의 방향 전환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