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제70회 칸 영화제

 

약 한 달 반 뒤면 세계 최고의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칸 영화제의 71번째 서막이 열린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는 올해 열릴 영화제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 밝혔고, 그가 선택한 변화는 다름 아닌 ‘전통의 고수’였다.

 

칸 영화제는 이미 세계 3대 영화제 중 가장 보수적인 성향을 띄는 영화제로 익히 알려졌다. 영화의 종주국 프랑스의 해변 도시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는 작품 선정만큼이나 심사위원장과 심사위원 선정, 참석자들의 에티켓에도 까다로운 모습을 보여왔다. 철저하게 전통을 중시하다 보니 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작품들의 작품성은 굉장히 뛰어난 편이며, 세계 최고의 영화제라는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일각에서 “시대에 뒤떨어진다”라는 비난도 있을 정도로 보수적인 행사가 꾀한 변화가 ‘전통의 고수’라니, 이게 무슨 일일까?

 

티에리 프레모가 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내세운 네 개의 키워드는 ‘#MeToo’, ‘넷플릭스 룰’, ‘조조 언론 시사회 폐쇄’, ‘셀카 금지’였다. 현재 사회적인 이슈, 혹은 트렌드와 맞닿아있는 키워드들이 대부분이다.

 

우선 티에리 프레모는 #MeToo 운동을 직접적으로 영화제에서 부각할 생각은 없지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MeToo 운동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대 흐름에 맞추어 작품 선정에 있어 여성 감독들의 영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이며, 영화제 기간 내에 성추행 범죄 등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넷플릭스나 아마존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공개된 작품들을 볼 수 없게 됐다. 제70회 칸 영화제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나 노아 바움백 감독의 [마이어로위츠 이야기]가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으나 큰 반발이 있었다. 영화제 내부에서 넷플릭스 영화가 경쟁 부문에 오른 것에 상당한 불만을 가졌기 때문이다. 티에리는 이들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는 ‘넷플릭스 룰’을 통해 올해부터 극장 개봉을 거치지 않은 작품들은 경쟁 부문을 제외한 비경쟁 부문 등에만 출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칸 영화제의 언론 시사회 시간대 역시 변동되었다. 최근 영화제 관계자들은 아침 시간대에 편성되었던 언론 시사회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왔다. 언론 시사회가 월드 프리미어보다도 일찍 열렸기 때문에, 관객들이 미처 영화를 보기도 전에 인터넷에 영화 리뷰가 올라와 관객들의 기대감을 낮춘다는 이유 때문이다. 티에리 프레모는 “트위터에 올라가는 간단한 글 몇 자로 영화의 기대치를 낮출 수 없다”라며 언론 시사회의 시간대를 월드 프리미어 이후로 미룬 이유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칸 영화제 레드 카펫에서는 더 이상 배우들의 ‘셀카 퍼포먼스’를 볼 수 없을 예정이다. 티에리는 배우들의 셀카를 “행사의 흐름과 취지를 망치는 역겨운 행동”이라고 언급할 만큼 셀카에 적대심을 드러냈다. 그는 셀카 촬영 금지를 배우들의 몫으로 남겨둘 것이지만, 개인적인 사진 촬영으로 행사에 악영향이 있을 경우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시대에 맞춘 변화보다는 역사와 전통성 지키기에 초점을 맞춘 제71회 칸 영화제의 발걸음에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은 티에리 프레모와 버라이어티의 인터뷰 중 일부다.

 

Q: #MeToo 운동이나 타임즈 업 운동을 영화제 중 부각할 예정인가?

 

A: #MeToo 운동을 부각하는 것은 영화제의 소관이 아니다. 우리가 그것을 할 능력과 타당성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낼 것이다.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심사위원들, 그리고 영화제를 이끌 스태프들의 성비를 동등하게 맞추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작년 심사위원이었던 제시카 차스테인이 나에게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작품 선정 작업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설명했다. 와인스타인 사태 이후로 많은 것이 변했다. 전 세계가 눈을 떴고, 이는 좋은 현상이다.

 

 

Q: 작품 선정에 있어서 감독의 성비가 어떻게 될 예정인가?

 

A: 여성 감독들의 작품이 많이 포함될 것이다. 지난 2017년, 전체 선정 작품들 중 23%가 여성 연출가들의 영화였다. 이는 전체적인 평균보다 높은 수치인데, 전체 영화 시장에서 여성 감독들의 작품이 1/10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많은 여성 감독들이 영화 학교, 대학, 촬영장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피아노]를 연출한 제인 캠피온은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유일한 여성 감독이지만, 나는 다른 여성 감독이 그녀의 뒤를 이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Q: 극장 상영을 거친 작품만이 경쟁 부문에 출품할 수 있는 ‘넷플릭스 룰’이 올해에도 적용되는가? 아니면 개정 여부가 있는가?

 

A: ‘넷플릭스 룰’은 작년에 만들어진 규칙이다. 이 자리를 빌어서 확실하게 밝히겠다. 경쟁 부문에 출품하기 위해선 반드시 극장 개봉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나는 작년에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넷플릭스의 수익 구조와 철학을 존중한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영화인들은 경쟁작에 출품하기 위해선 극장 상영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영화인들의 입장이고 넷플릭스 역시 이 입장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칸은 아마존, 넷플릭스, 그리고 애플의 작품들을 존중하며, 이 작품들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환상적인 영화감독들과 작품을 탄생시킨다. 그들 중 칸에서 빛을 발한 감독들도 포함되어 있다. 작년에는 아쉽게도 봉준호와 노아 바움백의 훌륭한 작품이 프랑스에서 개봉하지 못했다. 넷플릭스의 알고리즘 속에서 길을 잃어 영화인들에게 닿지 못한 안타까운 작품들이다.

 

앞으로 넷플릭스 작품들은 ‘비경쟁’, 혹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만 출품할 수 있다. 우리는 최근 파리에서 만나 유익한 대화를 나누었다. 넷플릭스는 칸 영화제에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으며, 우리 역시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

 

 

Q: 월드 프리미어 이전 열렸던 언론 시사회를 없앤 이유는 무엇인가?

 

A: 작년 행사가 끝난 이후, 우리는 영화제에 몇 가지 변화를 주고 싶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시간표 편성이었다. 지난 40년 간 편성 방식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이제는 변화를 줄 시기다. 우리는 월드 프리미어의 의미를 되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갈라 행사와 레드 카펫 행사를 영화제가 가장 활발할 시기에 편성할 예정이다. 언론 시사회는 그 다음날 열릴 것이다. 분명한 것은 비평가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한 것이 아니다. 이 모든 결정의 핵심은 갈라 행사 활성화에 있다. 저널리스트들은 여전히 자신의 리뷰를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게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언론과 SNS는 다르다. 나는 언론을 존중하는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트위터에 게시되는 글 몇 자와 신문에 기재되는 ‘진짜’ 기사가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Q: 레드 카펫 도중 셀카를 찍는 것을 금지했지만, 완벽히 통제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이 정책을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 레드 카펫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을 쫓아낼 예정인가?

 

A: 우리는 경찰이 아니다. 참석자들을 믿고 그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레드 카펫에서 관광객처럼 셀카를 찍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행동이다. 레드 카펫 행사의 취지를 망치고 행사의 템포를 망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사람들은 우리의 결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10년 전까지만 해도 셀카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셀카를 찍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도 아니다. 칸에 오는 이유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지 사진을 찍기 위함이 아니다. 나와 영화제 관계자들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의 명성을 보존하는 것이다.

 

출처: Var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