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메소드 연기의 신이라 불리던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팬텀 스레드]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3회 수상에 빛나는 그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몰입하고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자신을 학대하다시피 한 것으로 유명하다.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오랜 기간 휠체어 타기, 원주민처럼 생활하기, 샤워 안 하기 등의 수많은 일화들은 그가 얼마나 지독한 완벽주의자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매번 혼신을 다한 연기를 펼쳤던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모습을 앞으로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여전히 할리우드에는 완벽한 몰입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위험도 감수할 준비가 된 메소드 배우들이 존재한다. 연기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내던졌던 배우들을 소개한다.

 

 

자레드 레토 – 노숙 & 모의 마약 투여, [레퀴엠]

이미지: (주)미로비젼

 

이전 조커들과 마찬가지로, 자레드 레토가 조커 역에 몰입하기 위해 펼쳤던 기행들도 몹시 유명하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촬영 당시 죽은 돼지나 살아있는 쥐, 성인용품 등을 선물해 출연진들을 힘들게 했던 그는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레퀴엠]에서 다른 출연진들이 아닌 본인을 힘들게 하면서 배역에 몰입했다 한다. 자레드 레토는 [레퀴엠] 속 마약 중독자 해리에 몰입하기 위해 실제로 뉴욕 길거리에서 몇 주간 노숙생활을 했는데, 마약 중독자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을 연구하고 마약의 위험성을 눈 앞에서 지켜보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자레드 레토는 스스로 마약 중독자로 보이고 실제 중독자들과 어울리기 위해 주사기에 물을 채운 뒤 자신의 팔뚝에 꽂아 투여했다고 했으니,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보였던 행동들은 애들 장난쯤으로 여겨진다.

 

 

제이미 도넌 – 스토킹, [더 폴]

이미지: BBC

 

제이미 도넌 하면 [50가지 그림자] 시리즈의 크리스천 그레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은밀한 성적 취향을 가진 로맨틱한 대부호는 여성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으나, 제이미가 브라운관에서 연기한 캐릭터는 매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행동들을 저지른 악몽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는 영국의 범죄 드라마 [더 폴]에서 피해자를 조용히 쫓아 살해하는 방식을 애용하는 연쇄 살인마 폴 스펙터로 등장한다. 제이미 도너는 폴 스펙터에 몰입하기 위해 큰 문제가 될 뻔한 행동을 했다고 밝혔는데, 바로 스토킹이었다. 기차에서 내린 한 여성을 몰래 쫓아가던 제이미 도넌은 몇 블록 채 가지 않아 “내가 뭐하는 짓이지”라는 생각에 바로 쫓아가는 것을 그만두었다고 밝혔다. 아무리 연기를 위해서였고 얼마 못가 스토킹을 그만뒀다고는 하지만, 하마터면 한 사람의 인생에 큰 공포감을 심어준 행동을 한 것은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에밀 허쉬 – 시체 부검 참관 & 영안실 방문, [제인 도]

이미지: 오퍼스픽쳐스

 

에밀 허쉬는 비평가들에게 호평받았던 [제인 도]에서 아버지와 함께 정체불명의 시신을 부검할 검시관 오스틴으로 등장한다. 그는 검시관이라는 직업을 이해하고 오스틴이라는 인물에게 몰입하기 위해 영안실을 방문해 수백구가 넘는 시체를 마주하고, 몇 차례 부검을 직접 참관했다고 한다. 에밀은 한 인터뷰에서 “부검은 내 예상보다 훨씬 끔찍한 절차로 진행되었다. 지켜보면서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검시관들이 시체를 다루는 태도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들은 신속하고 무덤덤하게 시체를 해부하고 부검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일일이 누군가의 죽음에 슬퍼한다면 스스로 미쳐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는 영화 촬영에 많은 도움이 된 경험이었다”라고 밝혔다.

 

 

스콧 글렌 – 실제 고문 음성 테이프 청취 & 연쇄살인범 교육, [양들의 침묵]

이미지: (주)평주

 

[양들의 침묵]은 영화 역사상 가장 악랄한 악역 두 명을 탄생시킨 작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니발 렉터(안소니 홉킨스 분)와 버팔로 빌(테드 레빈)만을 기억할 수도 있겠으나, [양들의 침묵]의 언성 히어로는 FBI 요원 잭 크로포드를 연기한 스콧 글렌이다. 그는 극중 분량이 다소 적을지언정 연기를 위해 투자한 노력은 엄청났는데, 버지니아 콴티코에 있는 FBI 훈련기관을 방문해 연쇄살인범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당시 현직 FBI 요원이었던 존 더글라스는 한 술 더 떠서 스콧에게 여성들이 고문을 당하는 실제 음성이 녹음된 테이프를 들려주었다. 스콧 글렌은 이후 오랜 기간 악몽을 꾸었으며, 콴티코에서의 경험이 사형 제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바꾸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벤 포스터 – 마약 투여, [챔피언 프로그램]

이미지: 판씨네마(주)

 

한때 ‘인간 승리의 표본’이었던 랜스 암스트롱의 삶은 암(Cancer), 챔피언쉽(Championship), 그리고 부정행위(Cheating)의 앞글자를 딴 ‘3C’라고 흔히들 표현한다. 암 투병 이후 투르 드 프랑스를 7회 제패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준 그였지만, 약물 사용을 사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챔피언 프로그램]에서 랜스 암스트롱을 연기했던 벤 포스터 역시 캐릭터 몰입을 위해 남몰래 약물을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언급한 자레드 레토보다 더한 경우다. 물론 벤 포스터는 의사의 처방을 받고 약물을 사용했지만 몸과 정신이 온전치 못했던 것은 분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약물 투여를 감행하며 혼신의 연기를 펼친 그의 뒷 마무리는 다소 아쉬웠다. 한 인터뷰에서 “약물 투여 이후 몸과 정신이 온전치 못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엄청난 자극제가 되어주었다.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한번 사용하고 싶다”라고 말해 논란이 되었기 때문이다.

 

 

제이슨 클락 – 물고문, [제로 다크 서티]

이미지: SBS 콘텐츠허브

 

실제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이었던 넵튠 스피어 작전을 여과 없이 담은 [제로 다크 서티]는 악명 높은 고문 장면으로 유명하다. 이 장면들을 두고 일각에서는 “반인륜적이고 옳지 못한 행동을 미화하고 정당화했다”라고 비난을 받았을 정도다. 극중 댄은 특히나 국방 보안을 빌미로 입에 담지도 못할 끔찍한 고문들을 행한 인물이다. 댄을 연기한 제이슨 클락은 고문을 당하는 사람이 아닌 하는 사람으로 영화에 등장했지만, 상대 배우의 고통을 자신도 느끼기 위해 물고문당하는 것을 자처했다고 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내가 체험한 물고문에는 끝이 존재했다. 서핑을 하다가 큰 파도에 휩쓸린 기분이었다. 강제로 물을 먹었고, 두려움에 휩싸였다. 진짜 물고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내가 그 당시 느꼈던 공포감은 진짜였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애드리언 브로디 – 사회와의 단절 & 식음 전폐, [피아니스트]

출처: 조이앤컨텐츠그룹

 

로만 폴란스키의 행적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가 연출한 [피아니스트]가 당대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영화를 돋보이게 했던 것은 단연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으로 분한 애드리언 브로디의 가슴 미어질 듯한 연기력이었다. 애드리언은 연기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자신이 사는 세상과의 고립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차와 아파트를 모두 처분하고 여자친구를 비롯한 친구들과의 교류를 단절하기 위해 유럽으로 향했다. 달랑 가방 두 개와 키보드 하나를 들고 유럽에 도착한 애드리언은 기아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 식음까지도 전폐했는데, 2미터에 달하는 그가 58kg이었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촬영 이후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던 애드리언은 “우울증 정도가 아니라 애도(哀悼)였다. 영화를 위해 내가 겪었던 일들과 그 이후에 따라온 부작용이 나를 고통스럽게 했다”라고 밝히며 영화 촬영 이후 15년 이상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