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던 [인랑]이 사람들의 기대 속에 마침내 공개됐다. 명작 애니메이션으로 불리는 애니메이션을 실사화에 도전해 한국의 정서에 맞게 분단 현실을 녹여낸 작품이다. 매번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며 일명 ‘장르 도장 깨기’를 해왔던 김지운 감독은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최민호, 한예리 등 초호화 캐스팅만으로도 시작이 좋아 보인다. 지난 20일(금) 언론시사회에서 최초로 공개된 [인랑]은 근미래라는 설정을 효과적인 살린 비주얼과 원작에 대한 오마주와 재해석이 성공적인 시도로 느껴졌다. 시사회 후 기자 간담회에서 오갔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인랑’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김지운) 일본의 걸작 애니메이션들을 실사화하는데 항상 실패한 경우가 더 많잖아요. 한국을 배경으로 실사화했을 때 어떤 것들을 만들어야 될까, 어떤 것들을 구현해야 되는 것인가 등 이런 고민들을 많이 했어요. 특기대의 신체적인 조건들이 있으니까, 신체적으로, 비주얼적으로 완벽한 피사체가 필요해서, 모으다 보니까 정말 이런 그림 같은 얼굴들을 캐스팅하게 됐어요. 퇴근해서도 리마인드 시킬 수 있게 해서 각자의 캐릭터에서 잠시라도 긴장을 놓지 않게 하려고 했었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한방을 보여준 배우 최민호와의 작업은 어땠나요?
(김지운) 이제 아이돌과 연기자의 구분이 없잖아요. 그런 와중에서도 연기 욕심이 많고 연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최민호씨인 것 같아요. 연기 디렉션을 할 때도 더 세심하게 더 친절하게 했던 것 같아요. 상처받고 ‘다시 연기 안 할 거야’라는 얘기 들으면 안 되니까(웃음) 최민호씨가 가지고 있던 열정과 재능의 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랑’에 출연한 소감
(최민호) 촬영하면서 감독님이 정말 디테일하고 세밀하게 연기를 주문해 주셨고, 그 완벽함을 보여 드리기 위해서 현장에서 감독님 말씀을 철저히 잘 들으면서 임했더니 좋은 씬이 나온 것 같아서 거의 100% 감독님께서 다 만들어 주신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드립니다.

 

 

대사와 표현이 크지 않은 ‘임중경’을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뭐였나요?
(강동원) 이런 표현을 잘하지 않는 캐릭터들을 연기할 때 굉장히 연기자로서는 답답하거나 욕심이 날 때가 있는데, 그런 걸 많이 내려놓으려고 했습니다. 어쨌든 제가 극을 끌고 나가는 느낌이 있으니까 그래서 묵묵히 해 나가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엔딩을 어떤 의도로 구성했나요?
(김지운) [인랑]은 제가 원작에 대한 오마주와 새로운 해석이 같이 공존하는 영화라고 생각이 듭니다. 전개도 원작과 비슷하게 가는데, 조금씩 새로운 캐릭터들이 들어오고 스토리가 강화되면서 조금씩 결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거예요. 저는 원작을 보면서 어떠한 모호한 세계라든가, 어둡고 무거운 세계관들 이런 것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것을 실사 영화로 했을 때는 대중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저의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원작에서 나오는 중요한 모티브 중에 하나가 권력 기간들의 암투 같은 것인데, 통일 이슈로 갖고 들어갔을 때 권력기관들의 암투를 좀 더 명작에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근현대사를 관통하면서 가지고 왔던 상처들, 트라우마들, 아픔들. 이런 것들을 영화 안에 구상하면서 집어넣으면서 이들을 과연 구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이런 문제를 고민하게 됐었습니다.

무거운 강화복을 입고 액션씬을 찍을 때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정우성) 사실 보이는 강화복을 통해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강렬하게 해야 되고 파워풀 해야 되고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는 그걸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몸을 더 희생할 수밖에 없는 액션 촬영이었던 것 같아요.

 

 

맨몸 액션 장면을 촬영할 때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한예리) 사실 최민호씨가 쫓아오는 장면을 찍은 건 여름이고, 액션을 찍은 건 겨울이에요. 액션 찍으면서 서로 다치지 않게 하려고 주의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나요. 최민호씨 같은 경우도 영화에서 첫 액션이고 게다가 상대가 저여서 되게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저 대신 나오시는 스턴트 배우님이랑 할 때는 너무 잘하더라고요.

(최민호) 깜짝 놀랐던 게 선배님을 드는 장면이 있는데, 선배님이 너무 가벼워서… 깃털을 드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구나!라는 얘기를 했었어요(웃음)

 

 

복잡하고 어려운 캐릭터의 감정선을 어떻게 끌고 갔는지 궁금합니다
(한효주) 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아픔의 깊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얼마만큼 인지 상상하면서 매 씬마다 감독님과 굉장히 많이 상의하면서 열심히 찍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영화를 보고 나서도 그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의 부담감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악역 아닌 악역을 맡았는데요. 지하수로 장면을 촬영할 때 고생했을 것 같습니다
(김무열) 악역 아닌 악역이라고 말씀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리고요. 다들 너무 멋있고, 고생하셔서 제가 총 빵빵거리는 건 어디 견줄 바가 못되더라고요. 저는 한국 사람들이 총을 들고 총싸움을 하면 그렇게 어색함이 항상 있었거든요. 그래도 오늘 보면서 총을 쏘는 사람들의 모습이 거부감 없이 멋있게 보였던 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올드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신파 멜로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지운) 변하지 않는 근본적인 주제들이 있잖아요. 인류애, 휴머니즘, 사랑, 이런 것들은 우리가 로보트가 되지 않는 한, 계속 가져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신파적인 사랑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이 영화의 진짜 주제, 진짜 무의식의 주제를 말씀드린다면 집단과 개인의 관계, 거기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하려고 했어요.

 

 

남자 선배들과 작업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최민호) 정우성 선배님께서 처음부터 너무 편하게 잘 대해 주시고 밥 먹는 자리에도 불러서 같이 먹자고 해 주셔서 그때부터 더 한결 편해진 느낌이 있었어요. 강동원 선배님과 찍을 때, 저는 가끔 가끔씩 현장에 나왔지만 매일 촬영을 하시다 보니까 지치지 않으실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전혀 지친 기색이 없으시고 오히려 저한테 잘해보자 잘하자는 말씀을 해주셔서 오히려 열정에 더 많이 배울 수 있겠구나 생각을 하면서 촬영을 하고. 김무열 선배님이랑 찍을 때는 모니터 앞이랑 카메라 앞에서의 변화에 대해 많이 놀랐던 것 같아요. 카메라 앞에서는 웃으면서 괜찮아요?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하시다가 갑자기 카메라 앞에서는 한상우의 역할에 몰입하여서, 정말 그 캐릭터가 되신 것을 보고 솔직히 집에 가면서 무서웠거든요(웃음)

 

 

근미래 배경이지만 현실적인 느낌이 많은데, 공간 구성 때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김지운) 저희는 강화복만 제작하는데도 거기 돈을 다 썼어요. SF라고 자신 있게 얘기를 했는데 그런 미래 상황을 얘기할 수 있는 돈이 없었어요. 오히려 더 현실 징후를 더 극단적으로, 과장적으로 수위를 끌어올리면 그거에 대해서 오히려 SF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정신적인 박진감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강화복이 무거운데 직접 연기를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강동원) 강화복 만드신 분한테, 너무 무겁지 않냐 할리우드 배우들이 진짜 이런 걸 입고 연기를 하냐 그랬더니. 돈을 좀 더 쓰면 가볍게 할 수 있다고 그러는 거예요(웃음) 정말 진지하게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 우리는 제작비가 미국처럼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까 열심히 몸으로 때워야겠다고 생각을 했었고요.

 

 

동화 ‘빨간 망토와 늑대’가 계속 등장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지운) 그 장면이 사실은 동화 속의 모티브는 둘의 관계를 암시하는 거잖아요. 그 장면이 둘이 가장 로맨틱한 순간에 그리고 감정적으로 충만해져 있을 때 그 얘기를 하게 되죠. 다시 그 얘기를 했을 때 이 두 사람한테 주는 감정의 환기들, 동요들. 이런 것들을 자극하기 위해서 다시 한번 얘기를 했던 거였고요. 요즘에 가장 제가 경계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남자의 성장을 위해서 여성 캐릭터의 도움을 받는 서사. 이런 부분들을 많이 경계를 하고 있었고 그런 견지에 안에서 계속 동등한 생각, 동등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그런 것들을 계속 강조했던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인사
(김지운) 새로운 한국형 블록버스터 액션 대작을 만들려고 했고 좋은 외화들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