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cinta

 

 

영화제 진출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곤 한다. 유명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거나 혹은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면,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신뢰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해가 갈수록 제작/배급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명한 영화제일수록 개봉 전 작품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터가 되고 있다. 과거 예술영화에 집중했던 영화제들은 점차 대중적인 영화에도 손을 내밀거나 완성도 높은 할리우드 영화를 소개하며, 영화제를 즐기는 관객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그래서일까, 주요 영화제 기간이 다가오면 올해는 또 어떤 화제작이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일지 기대하게 된다. 올 하반기 개봉작 중 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되는 영화를 살펴봤다.

 

 

 

베니스 영화제(8월 29일~9월 8일)

 

베를린, 칸 영화제와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영화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베니스영화제는 화려함보다 내실을 추구하며 작품성 있는 예술영화를 발굴해왔다. 최근에는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는 영미권 영화제를 의식해 상업영화에도 관심을 비추며 변화를 보이고 있다. 내달 개막을 앞두고 어떤 작품들이 첫 선을 보일지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역대 최강 라인업을 공식 발표했다. 특히 올해 베니스영화제는 올봄 칸영화제가 퇴짜를 놓은 넷플릭스 작품을 포함시켜 오손 웰스 미공개 유작 [바람의 저편]을 큰 스크린으로 볼 수 있게 됐다.

 

 

퍼스트 맨(First Man)

 

이미지: UPI 코리아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차기작이 2년 만에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지난 2016년 개막작으로 선정된 [라라랜드]에 이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착륙한 닐 암스트롱의 여정을 그린 [퍼스트 맨]이 개막작 및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베니스영화제는 2013년 [그래비티] 이후 5년 만에 SF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는데, 아폴로 11호 달 착륙 기념일 하루 전(7월 19일)에 공식 발표해 더욱 뜻깊은 순간을 연출했다. 라이언 고슬링이 닐 암스트롱으로 분해 셔젤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춰 역사적인 순간을 재연했고, [더 크라운]으로 부상한 클레어 포이가 닐 암스트롱의 아내 자넷 암스트롱 역을 맡았다. 그 밖에도 제이슨 클락, 카일 챈들러 등 연기파 배우들이 주요 배역에 캐스팅됐으며, [스포트라이트]와 [더 포스트]를 쓴 조시 싱어가 각본을 맡아 기대감을 높인다.

 

 

스타 탄생(A Star Is Born)

 

이미지: 워너 브러더스

 

지난 4월 시네마콘에서 첫 트레일러가 공개된 후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스타 탄생]이 베니스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첫 선을 보인다. 브래들리 쿠퍼의 연출 데뷔작이자 레이디 가가의 첫 영화 주연작으로, 1937년작 윌리엄 A. 웰먼의 [스타 탄생]을 세 번째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한물간 가수를 연기한 브래들리 쿠퍼는 레이디 가가의 제안에 따라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보컬 코치를 두고 노래 연습에 매진하기도 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8월 31일 공개될 예정이며, 2019년 아카데미 후보로 점쳐지는 영화가 어떤 감흥을 안겨줄지 기대된다.

 

 

더 페이버릿(The Favourite)

 

이미지: Fox Searchlight Pictures

 

매 작품마다 독특하면서도 기괴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어느새 차기작이 궁금한 감독 대열에 올라섰다. 얼마 전 뉴욕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데 이어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이 공식 발표됐다. 존 가이의 전기 소설을 원작으로 한 [더 페이버릿]은 그동안 선보였던 작품과 달리 18세기 영국의 앤 여왕 시대를 다룬 역사극이다. 올리비아 콜먼이 병약하고 변덕스러운 앤 여왕을 맡았으며, 레이첼 와이즈와 엠마 스톤이 여왕의 총애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레이디 사라와 시녀 에비게일로 출연했다.

 

 

서스페리아(Suspiria)

 

이미지: Amazon Studios

 

욕망 3부작을 완성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차기작은 호러 영화다. 이탈리아 호러 영화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의 1977년작 [서스페리아]의 리메이크를 선택했다. 틸다 스윈튼, 다코타 존슨, 클로이 모레츠, 미아 고스와 오리지널 영화 출연 배우 제시카 하퍼가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에 모였다. 미국인 유학생이 독일의 유명 발레학교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가 어떻게 재창조될지 기대를 모은다. 베니스영화제 라인업 발표 전부터 거론됐던 [서스페리아]는 경쟁부문 진출이 공식 확정돼 자크 오디아드, 알폰소 쿠아론, 요르고스 란티모스, 올리비에 아싸야스, 라즐로 네메스, 코엔 형제 등 쟁쟁한 감독들과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토론토영화제(9월 6일~9월 16일)

 

해외 영화를 유심히 살펴보는 팬이라면, 매년 9월 찾아오는 토론토영화제(TIFF)를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북미의 칸’이라 불리며 할리우드 경쟁작들이 앞다투어 공개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점차 아카데미 시상식 전초전으로 여길 정도로 중요한 작품의 반응을 미리 볼 수 있어 영화제 기간 영화계와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올해 토론토영화제에는 이창동 감독이 예술적인 가치가 높은 작품을 소개하는 경쟁 부문인 ‘플랫폼’ 심사위원으로 위촉됐으며, 칸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버닝]은 [어느 가족]과 함께 초청됐다.

 

 

뷰티풀 보이(Beautiful Boy)

 

이미지: Amazon Studios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뷰티풀 보이]는 출연 배우만으로도 기대를 높이는 작품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티모시 샬라메와 믿고 보는 배우로 거듭난 스티브 카렐이 부자지간으로 호흡을 맞췄다. 데이빗 셰프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동명 회고록을 원작으로, 약물 중독에 빠진 아들과 그를 구하고자 애쓰는 부모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티모시 샬라메가 수 년째 약물 중독에 시달리는 닉 셰프를, 스티브 카렐이 아들을 회복시키려고 분투하는 아버지를 연기했다. 벌써부터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 거론되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뜨겁다. 토론토영화제에서 9월 7일 공개되며, 국내에서는 더쿱에서 배급할 예정이다.

 

 

위도우즈(Widows)

 

이미지: 이십세기 폭스

 

스티브 맥퀸 감독의 신작 [위도우즈]가 토론토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다. [위도우즈]는 혼란에 빠진 시카고를 배경으로 네 명의 여성이 무장 강도 도중 목숨을 잃은 남편을 대신해 범죄를 이어받는 내용을 그린 스릴러 영화다. 스티브 맥퀸 감독과 [나를 찾아줘]의 작가 길리언 플린이 1983년 방영된 동명 드라마를 각색하는 작업을 함께 했다. 바이올라 데이비스, 엘리자베스 데비키, 미셸 로드리게스를 비롯해 리암 니슨, 콜린 파렐, 다니엘 칼루야 등 쟁쟁한 출연진도 영화를 더욱 궁금하게 한다.

 

 

벤 이즈 백(Ben is Back)

 

이미지: LD Entertainment, Lionsgate, Roadside Attractions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신성 루카스 헤지스와 관록의 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은 영화다. 예고도 없이 고향에 돌아온 청년과 아들을 반기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았다. 루카스 헤지스가 언제나 말썽을 일으키는 매력적인 청년 벤을, 줄리아 로버츠가 아들이 위기에 처했음을 눈치채는 어머니 홀리 역을 맡았다. 2016년 드라마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로 에미상을 수상한 코트니 V. 밴스와 [레이드 버드]의 캐서린 뉴튼이 각각 계부와 동생으로 출연했고, 루카스 헤지스의 아버지 피터 헤지스가 2012년작 [디 오브 라이프 오브 티모시 그린] 이후 모처럼 연출을 맡았다. [벤 이즈 백]은 토론토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오는 12월 [메리 퀸 오브 스콧]과 박스오피스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If Beale Street Could Talk)

 

이미지: 안나푸르나 픽처스

 

희곡을 각색한 영화 [문라이트]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배리 젠킨스 감독이 이번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작가 제임스 볼드윈 소설의 영화화에 도전했다. 제임스 볼드윈은 [산에 올라 외치라], [또 하나의 나라] 등 여러 작품에서 종교, 인종차별, 동성애를 과감하게 드러내며, 특히 흑인 인권운동에 앞장섰던 작가다. 영화는 1974년 출간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할렘가 여성이 아이를 돌보며 인종차별에 맞서 연인의 무죄를 입증하고자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아냈다. 신예 배우 키키 레인과 스테판 제임스가 젊은 연인을 연기했으며 디에고 루나, 에드 스크레인, 데이브 프랭코 등이 출연했다.

 

 

하이 라이프(High Life)

 

이미지: Thunderbird Releasing

 

중년 여성의 솔직한 자아성찰 연애담을 그린 [렛 더 선샤인 인]을 선보였던 클레어 드니 감독의 신작은 SF를 소재로 한 첫 영어 대사 영화다. 토론토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는 [하이 라이프]는 범죄자 그룹이 대체 에너지를 찾기 위한 우주 미션을 수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클레어 드니 감독은 2002년부터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을 주인공으로 염두했으나, 2014년 그가 타개하면서 로버트 패틴슨으로 교체되었다. 미아 고스가 로버트 패틴슨이 맡은 몬테라는 인물을 변화시키는 윌로우 역을 맡았으며, 줄리엣 비노쉬와 안드레 벤자민이 출연해 무게감을 높인다. 정식 개봉일은 미정이며, 토론토영화제 이후 스페인에서 열리는 산세바스티안영화제에서 초청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