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디지털적인 영상은 새로운 영화 언어가 될 수 있을까?

출처: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서치]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후 두 가지 측면에서 화제가 됐다. 하나는 주인공 가족을 한국계 미국인으로 설정한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아시아계 가족이 모두 주연을 맡는 것은 흔치 않은 경우인데, 영화에서도 ‘한국계 가족이 주인공인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서치]는 북미에서 한 주 먼저 개봉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와 함께 다양성과 재현이 항상 문제였던 할리우드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화가 주목받는 다른 이유는 표현 방식이다. [서치]는 마치 컴퓨터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마우스가 움직이고, 키보드로 입력한 글자가 하나씩 입력된다. 유튜브와 뉴스 클립을 보여주고, 생중계 영상을 보며, 페이스북 친구를 검색하고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작성한다. 컴퓨터에 달린 웹캠은 실종된 딸의 ‘디지털 소셜 라이프’를 추적하며 걱정과 후회의 감정에 휩싸인 아버지의 표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모든 요소가 빠른 속도로 레이어되며 화면을 구성하고 영화를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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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와 같은 이른바 ‘컴퓨터 스크린 영화’는 2015년 [언프렌디드: 친구삭제]의 흥행으로 상업영화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보였다. [언프렌디드: 친구삭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창을 띄운 스크린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영화를 제작한 티무르 베트맘베토크 감독은 [원티드] 등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를 연출한 감독이자, 1인칭 시점 영화 [하드코어 헨리] 등 실험적인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예산 1백만 달러의 작은 영화가 전세계 6410만 달러 수익을 올리자, 베트맘베토크는 컴퓨터 스크린이 공포 영화에 주로 사용되는 ‘파운드 푸티지’ 처럼 영화 언어로서 사용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베트맘베토크의 제작사 벨제레브는 ‘스크린라이프’라는 기술을 내놓았다. 베트맘베토크는 스크린라이프를 “영화 전체의 내러티브가 컴퓨터 스크린의 프레임 안에서 진행되는 것”이라 소개한다. 베트맘베토크는 현대인의 삶이 물리 세계와 디지털 세계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스크린라이프가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하는 수많은 가치 판단이 스크린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통 제작 방식으로는 캡처할 수 없는 찰나의 고민과 감정이 오히려 스크린 마우스의 움직임이나 자판 입력 속도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컴퓨터 스크린 영상이 기본 촬영 소스이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예산을 크게 들이지 않고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이점으로 꼽는다. 자본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영화를 만들고 싶은 감독들에게 스크린라이프가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컴퓨터 스크린 영화를 만드는 데 규칙이 있을까? 베트맘베토크는 스크린라이프로 영화를 만드는 데 중요한 메니페스토를 발표했다. 모든 영화가 단일한 와이드 샷으로 촬영돼야 하고, 영상은 항상 컴퓨터 스크린 전체를 보여줘야 하며, 실시간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한 캐릭터의 스크린만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서치]는 베트맘베토크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오히려 [서치]는 영화 속 기존의 영상 언어를 해체하고, 그 각각을 네트워크로 접속하고 컴퓨터 스크린으로 확인 가능한 요소로 대체해 재구성했다. 카메라 무빙으로 스크린의 요소를 취사선택해 보여주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주인공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가며 감정을 쌓아간다. (이 장면은 영화의 공동 작가 세브 오해니언과 USC 영화학교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구성됐다.) 실시간이 아닌 며칠 간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데이빗, 마고, 컴퓨터, 예전 공용 컴퓨터 등 다양한 컴퓨터 화면으로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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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베트맘 베토크의 주장과 달리, 컴퓨터스크린 방식이 모든 영화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는 파운드 푸티지나 [메멘토]의 시간 역순 진행이 모든 영화에 통하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방식에 대한 피로감이 쌓일 것이라 본다. 하지만 컴퓨터 스크린 영화가 할리우드가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했던 테크놀로지 묘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그의 말대로 컴퓨터 스크린 프레임으로 화면 구성이 가능함을 확인한 필름메이커들이 어떻게 사실적이면서도 감정을 건드리는 기술을 그릴 것인가를 더욱 크게 고민할 것이다.

컴퓨터 스크린 영화는 이제야 사람들의 눈에 띄었고, 아직 갈 길은 멀다. 얼마나 효과적인 영상 언어가 될 수 있을지 증명하기 위해 더 많은 테스트도 거쳐야 한다.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오랫동안 쓰일 수 있는 도구로 남기 위해서는 신선함의 유지도 필요하다. 파운드 푸티지처럼 남발되어 ‘그 영화가 그 영화’라는 인상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직접 경험하기 때문에’ 그 맥락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상 언어가 있고, 이것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너무나 매력적이며, 그 미래에 은근한 기대를 품게 한다. [서치]가 영화의 ‘언어’에 대해 어떤 논의를 불러일으킬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