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UPI 코리아, (주)이수C&E

 

가을이 오고 있음을 슬슬 체감하기 시작한 일주일이었다. 9월의 시작을 알린 이번 주에도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북미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두 작품이 단연 눈에 들어온다. ‘저예산 공포 영화의 명가’ 블룸하우스에서 최초로 선보인 잔혹한 복수 액션극 [업그레이드]와 바다 위에서 최악의 허리케인을 마주했던 연인의 실화를 그린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짜릿함을 선사할 [업그레이드]와 진한 여운을 안겨줄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중 어느 영화를 볼지 고민이라면, 테일러콘텐츠 에디터들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이미지: UPI 코리아

 

에디터 겨울달: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힙한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SF 액션. 인간의 육체와 정신,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는 많았고, [업그레이드]도 그런 면에선 특별히 새롭거나 작품성이 뛰어나지는 않다. 하지만 영화는 완성도나 재미 면에서 여러모로 기대 이상이었다. ‘인공지능이 조종하는 육체’의 맨손 액션은 정교하고 빠른 움직임과 “무서워! 징그러워!” 소리 지르는 듯한 표정이 맞물려 짜릿함과 웃음 모두를 선사한다.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근미래에서 보기 드문 아날로그 인간과 첨단 인공지능의 투닥거림도 잔재미가 있다. 반전과 이를 한 번 더 비트는 결말도 인상적이다. 부담 없이 볼 만한데, 예상한 것 외에 다양한 매력도 품고 있는 영화. 두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에디터 Amy: 자칫하면 식상할 수 있는 소재를 신선한 구도로 풀어냈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아날로그 인간과 인공지능 두뇌의 결합을 보여주는데, 마치 1인칭 액션 게임을 보는 듯한 액션과 연출로 신선함을 안겨준다. 영화 속에서 전혀 싸움에 소질이 없었던 ‘그레이’가 신체의 통제를 인공지능 두뇌 ‘스템’과 공유하며 순식간에 체술의 달인이 된다. 깔끔하고 박력 넘치는 액션을 보여주면서도 반대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로건 마샬 그린의 얼굴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지만, 곧이어 등장하는 피 튀기는 잔인함에 몇 번이고 굳어버렸다. 잔인한 장면이 꽤나 갑작스럽게 여러 번 등장하니 주의할 것. 평범하지 않은 결말도 굉장히 인상적이다. 부인 ‘멜라니’ 역의 사용 방식이 아쉬웠지만 화면에 몰입해서 꽤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디스토피아의 시작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에디터 Jacinta: 5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영리하게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하는 미래상을 그려내며 흥미로운 호흡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영화. 아내를 잃은 남자의 뻔한 복수극은 몸과 마음이 분리된 액션 시퀀스로 독특한 긴장을 조성한다. 블룸하우스 작품이 아니랄까 때때로 잔혹한 장면이 훅하고 치고 들어오지만, 그레이와 스템의 긴장 관계에서 오는 기발한 유머가 경쾌한 리듬감으로 영화를 이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팝콘무비로 제 역할을 충실히 한다.

 

 

이미지: (주)이수C&E

 

에디터 Jacinta: 쉐일린 우들리의 뛰어난 연기가 실화라고 해도 단조로운 플롯을 꽉 채우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의 위력을 사실적으로 포착한 영상이 시선을 붙든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재난과 로맨스를 교차하는 전개는 감정이입을 다소 방해할 때도 있지만, 영화를 감상하기에 무리가 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이 영화를 재난영화로 기대한다면 볼거리는 다소 빈약할 수 있고(인내도 필요하다), 또 감동적인 로맨스로 기대했다 해도 두 연인의 행복했던 시절의 비중은 약하다. 그보단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여성이 강한 의지와 연인에 대한 사랑으로 절박함을 이겨내는 생존 드라마에 가깝다.

 

에디터 띵양: 숱하게 들어온 “사랑은 위대하다”라는 말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게 한 영화. 생사가 오가는 극한의 위기상황에서도 서로를 믿고 의지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영화적 상상이 아니라 실화라는 사실에 더욱 가슴이 뭉클해진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일반적인 구도가 아닌, 위기를 먼저 보여준 이후에 달달한 로맨스와 처절한 생존을 오가는 연출법도 제법 신선했다. 다소 잔잔한 전개와 현실적인 생존을 향한 고군분투는 ‘로맨스’를 기대하고 간 관객들에게는 불호의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영화를 휘어잡는 쉐일린 우들리와 샘 클래플린의 존재감은 이러한 아쉬움을 지워내기에 충분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기에 클릭 몇 번으로 결말을 알 수 있으나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는 인터넷 검색 없이 먼저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알고 봐도 괜찮다. 영화가 그린 사랑의 위대함은 결말 파악 유무에 관계없이 진한 여운과 감동을 안겨줄 테니 말이다.

 

에디터 Amy: 포스터만 보고서 단순한 로맨스 영화인 줄만 알고 보러 간다면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실존 인물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힘으로 고난을 극복해 나가는 것을 보여주며 로맨스보다는 재난 영화에 가깝다. 주인공 ‘태미’는 허리케인으로 인해 망망대해를 표류하게 되면서, 큰 부상을 입은 ‘리처드’를 대신해 부서진 배를 고치고 식량을 구하며 육지를 향해 직접 배를 몬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에서 힘을 얻으며 강인하게 난관을 극복하는 ‘태미’의 모습은 경외심마저 느껴졌으며,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반전은 눈물을 자아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남긴 여운이 가득한 영화였으나, 재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심해나 폭풍우의 모습에 공포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주의가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