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아카데미가 사회자 없이, 그리고 모든 부문의 시상을 생방송으로 중계한다고 발표해 화제가 된 가운데, 할리우드에서는 또 어떤 이야깃거리들이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을까? [아쿠아맨]의 바다 세계에 대한 ‘바다 전문 감독’ 제임스 카메론의 한마디부터 미 해군에게 밉보인 톰 크루즈의 이야기까지, 자칫 놓칠 뻔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이번 주 ‘할리우드 말말말’에서 살펴보자.

 

 

“[아쿠아맨]의 바다는 현실성 없어, [아바타 2]가 훨씬 현실적일 것”

– 제임스 카메론 –

 

작년 말 시작된 [아쿠아맨]의 ‘물맨 붐’은 굉장했다. 영화의 성공 요인으로 많은 것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미지의 영역인 심해를 표현한 제임스 완의 상상력과 이를 뒷받침한 컴퓨터 그래픽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그렇다면 자타공인 ‘바다 전문 감독’ 제임스 카메론은 [아쿠아맨]의 바다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어비스]와 [타이타닉], 그리고 내년 개봉을 앞둔 [아바타 2]의 주배경이 바다일 정도로 ‘바다’에 큰 관심과 애정을 쏟았던 그는 “[아쿠아맨]이 주는 영화적 즐거움은 굉장하다. 내가 절대로 만들 수 없는, 꿈같은 상상력을 지닌 사람만이 탄생시킬 수 있는 작품”이라며 제임스 완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뒤이어 “나는 바다를 묘사할 때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하려 노력한다. 그렇기에 [아쿠아맨]을 즐길 수는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공감하기는 힘들었다.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아쿠아맨]은 바다를 이해하고, 탐험하고, 또 보호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아바타] 속편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바다 아래서 진행될 예정인데, [아쿠아맨]과는 굉장히 다르게 현실적일 것”이라며 자신의 확고한 철학과 ‘바다 전문가’다운 자신감을 내비치는 여유로움도 보여주었다.

 

출처: Entertainment Weekly

 

 

“많이 노력했지만 한계에 다다랐다. 더 이상 난 배트맨 아니야”

– 벤 애플렉 –

 

벤 애플렉의 배트맨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하차 루머만 무성했던 그가 맷 리브스 연출의 [더 배트맨]뿐 아니라 DCEU에서도 물러난다고 발표한 것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저스티스 리그]이 각본 문제로 혹평을 면치 못하면서 가려졌지만, 만화책을 찢고 나온 듯한 비주얼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역대 최고의 뱃신’이라고도 불렸던 그의 하차에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드러낸 상황. 이에 그동안 말을 아꼈던 벤 애플렉이 하차 사유를 밝혀 화제가 됐다. 최근 [지미 키멜 라이브]에 출연한 그는 “실력 있는 각본가와 함께 [배트맨] 단독 영화를 만들어보려 심혈을 기울였지만, 좋은 스토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 벽을 넘지 못하자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굉장한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상황이고, 이에 대해 몹시 기쁘다”라며 한계에 부딪혔다고 토로했다. 뒤이어 배트맨의 명대사 “내가 배트맨이다(I’m Batman)”을 패러디해 “나는 배트맨이 아니다(I’m not Batman)” 라며 지난 몇 년 간 동고동락한 캐릭터에게 안녕을 고했다.

 

출처: indieWire

 

 

“폴 토마스 앤더슨과 일 더 못할지도, 우린 ‘사이 안 좋은 부부’ 같은 관계”

– 로버트 엘스윗 –

 

연출자(director)와 촬영 감독(cinematographer)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연출자의 의도를 촬영 감독이 온전히 파악할수록 영화의 완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이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드니 빌뇌브와 로저 디킨스, 대런 아로노프스키와 매튜 리바티크, 그리고 박찬욱과 정정훈이 대표적이다. [데어 윌 비 블러드], [매그놀리아] 등을 함께 한 폴 토마스 앤더슨과 로버트 엘스윗도 할리우드에서 내로라하는 ‘감독-촬영 감독 콤비’, 그러나 애석하게도 둘의 팀플레이를 또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엘스윗이 “이제는 폴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지 잘 모르겠다. 사이 안 좋은 부부 정도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족스럽지 못하다”라며 앤더슨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밝힌 것. 뒤이어 “폴과 함께 새 작품을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전적으로 그에게 달려있는데, 아마 하지 않을 것 같다. [인히어런트 바이스] 촬영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폴과 나 사이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둘 다 성숙치 못하게 행동할 때가 있었다”라며 둘의 관계가 사실상 끝났다고 암시했다.

 

출처: indieWire

 

 

“[캡틴 마블] 프레스 투어, 더 많은 여성이 참여할 수 있길”

– 브리 라슨 –

 

[캡틴 마블] 개봉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MCU 사상 최강의 히어로이자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의 독보적인 활약이 예고된 인물의 탄생 기원을 다룬 작품, 그리고 마블 스튜디오 최초의 ‘여성 단독 영화’라는 사실에 제작 발표 당시부터 [캡틴 마블]을 향한 관심은 대단했다. 그리고 영화와 함께 화제의 중심에 섰던 브리 라슨이 “각종 언론 행사에 더 많은 여성들이 참여하길 바란다”라며 또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1년 전부터 프레스 투어에 참석한 기자나 비평가가 누구인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당수가 백인 남성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백인 남성을 저격(?)한 것이 아님을 강조한 그녀는 뒤이어 “[캡틴 마블]을 포함해 추후 내가 참여하는 모든 언론, 홍보 활동에 ‘다양성’과 ‘포용’이 강조되도록 신경 쓸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동등한 기회를 얻지 못한 기분이 든다. 관계자들과 종종 이야기해봤지만, 각자 저마다의 핑계를 댈 뿐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라며 성별뿐 아니라 인종, 장애 유무를 떠나 ‘다양성’이 존중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Marie Claire

 

 

“톰 크루즈, 아무도 너한테 관심 없었거든?”

– USS 시어도어 루즈벨트함 선원 일동 –

 

국내에서 ‘톰형’으로 유명한 톰 크루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히트작에 출연한 세계적인 할리우드 스타지만, 북미에서는 여러 이유로 비호감 이미지가 강한 배우 중 한 명이다. 애석하게도 이러한 여론을 굳힐 만한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는데, 바로 미군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이다. 최근 [탑 건: 매버릭] 촬영을 위해 USS 시어도어 루즈벨트(이하 TR)함에 오른 그가 오만한 태도로 일관했고, 이에 한 선원이 SNS에 솔직한 심경을 밝히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는 “톰 크루즈는 감히 ‘우리’ 배에서 자신에게 말도 걸지 말고 쳐다보지도 말라고 했다. 이봐 톰 크루즈 양반, 솔직히 말하자면 우린 그저 아무 탈 없이 하루가 지나가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우리 중 누구도 딱히 당신이나 멍청한 영화에 관심이 없다. 제발 TR함을 떠나길 바란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고, 줄지어 수많은 TR함 선원들이 경험담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 과거 “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 나간 군인만큼이나 어렵다”라는 발언으로 미군과 자국민의 심기를 건드렸던 톰 크루즈이기에, 이번 일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출처: Scientology Money 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