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시작해서 ‘게임’으로 끝난 한 주였다.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왕좌의 게임]이 전 세계 영화/드라마 팬들을 대형 스크린과 브라운관 앞으로 집합시키고 있다. 두 작품이 오랜 시간 큰 사랑을 받았던 이야기의 종지부를 찍는 작품들인 만큼, 화제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외에도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다양하고 재미난 소식들이 지난주 할리우드에서 쏟아져 나왔다. [엔드게임] 스포일러에 대처하는 학교 교사들의 경고부터 폭행 자작극을 벌였던 저시 스몰렛을 비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까지, 이번 주 ‘할리우드 말말말’에서 살펴보자.

 

“[엔드게임] 스포일러 하면 학생 절반 F 주겠다”

– 미국 학교 교사 –

 

전 세계가 기다리던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했다. [인피니티 워]의 충격적인 결말 이후 팬들은 11년 동안 이어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인피니티 사가’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일 년 넘도록 기다려왔고, 개봉 이후에는 영화를 망칠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두 교실에 게시된 ‘스포일러 경고’가 인터넷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학생이 아닌 교사들이 직접 경고문을 작성한 것이 포인트다. 한 교실의 화이트보드에는 “경고. [어벤져스: 엔드게임] 스포일러가 단 한번이라도 들린다면, 내 수업을 듣는 학생의 절반(공정하게 동전 던지기로 정함)이 낙제할 것이다. 재미있는 농담이랍시고 거짓말할 생각도 하지 말 길”이라 적혀 있고, 다른 학급의 문에는 동생이 출장을 간 관계로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교사가 “차라리 타노스가 널 먼지로 만들어준 게 낫겠다 싶을 정도의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라며 엄중(?)한 경고문을 붙였다. 물론 두 경고문의 말대로 영화 스포일러를 했다고 낙제를 당하거나 처벌을 당하기엔 어렵겠지만, ‘어려워 보이는 선생님도 우리와 같은 열성 팬일 수 있다’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출처: Comicbook.com

 

 

“슈퍼 히어로물에 더 많은 ‘다양성’이 필요하다”

– 브리 라슨 –

 

현재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화 프랜차이즈를 꼽자면 단연 MCU일 것이다. 흥행도 흥행이지만, 프랜차이즈에 인종이나 동성애, 난민, 여성 인권 등의 사회적 이슈를 녹여내면서 다양성과 포괄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어느 영화 프랜차이즈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MCU지만, [캡틴 마블]의 브리 라슨은 이러한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한 브리 라슨은 “누군가를 대표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또 앞장설 수 있어서 기쁘다.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선보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를 깨우칠 수 있도록 정상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뒤이어 주인공이 정형화된 슈퍼 히어로물만 보고 자랐다는 진행자의 말에 “LGBTQ 영웅이 없을 이유는 없다. 누구는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고, 누구는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슈퍼 히어로물에 다양성을 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라며 MCU가 앞으로도 ‘다양성 추구’에 박차를 가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출처: Variety

 

 

“당신들 이야기는 맨날 했으니, 이제는 우리 얘기 좀 해도 될까?”

– 크리스틴 스튜어트 –

 

예술계에 다양성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단 브리 라슨만이 아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이전부터 이러한 이슈에 목소리를 높였던 배우 중 한 명인데, 몇 년 전 자신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했던 그녀는 특히 ‘퀴어 이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익히 잘 알려졌다. 지난 몇 년 간 다양한 작품에서 퀴어 캐릭터를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최근 현재 할리우드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좋아졌다”라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실 굉장히 이상한 현상이다. 결코 일반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 종사자 중 상당수가 LGBTQ 성향을 가지고 있다”라며 말문을 연 그녀는 “그러나 이들이 창작활동을 하면서 대중적인 이미지와 상업성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성향을 감추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당연한 방식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우리는 ‘이제는 우리 이야기를 해도 될까? 그동안 당신(이성애자)들 이야기는 많이 했고, 또 기가 막히게 잘 해왔으니까’라는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다”라며 자신의 솔직한 심경을 내비쳤다.

 

출처: indieWire

 

 

“[반지의 제왕] 드라마 예산, 처음엔 미친 소리인 줄 알았다”

– 일라이저 우드 –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삼부작은 2억 8,100만 달러를 들여 전 세계 극장가에서 29억 2,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성공적인 프랜차이즈다. 당시 이 정도 스케일이라면 ‘대규모 블록버스터’라는 소리를 들었지만(물론 지금도 적은 금액은 아니다), 현재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기획 중인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비하면 세 발의 피다. TV 시리즈에 투입된 금액은 자그마치 10억 달러,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금액이다. 아마존의 공격적인 투자에 놀란 것은 비단 [반지의 제왕] 팬들뿐만이 아니다. ‘프로도 배긴스’ 일라이저 우드도 소식을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미친 소리인 줄 알았다”라며 말문을 연 그는 “2001년이었다면 이러한 막대한 금액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시에는 톨킨 재단에서 판권에 어떠한 값어치가 있는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반지의 제왕’에 어떤 힘이 있는지, 얼마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라며 영화의 엄청난 성공이 드라마의 큰 제작비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예상했다. 뒤이어 “드라마 시리즈가 어떻게 나올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지만, 대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출처: indieWire

 

 

“저시 스몰렛은 삼류 배우, 그의 거짓말은 국가적 망신이다”

– 도널드 트럼프 –

 

미국에서도 연예계 스캔들이 정치계 스캔들로 번지면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엠파이어]의 저시 스몰렛은 지난 1월 29일 새벽, 낯선 행인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밝혀 할리우드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가 극중 게이 캐릭터로 등장하고, 대중에게 커밍아웃한 데다가 용의자들이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도널드 트럼프 캠페인 구호)를 외쳤다는 저시 스몰렛의 진술에 혐오범죄로 무게가 실렸지만, 이는 배우로서 위기감을 느꼈던 그가 벌인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스몰렛은 곧바로 16건의 중범죄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오바마 전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수사권이 이관되고 공소가 취하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정치권까지 확산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선거 유세 현장에서 “MAGA 국가라는 말은 생전 처음 듣는다. 삼류 배우가 그런 말을 내뱉는 사람들에게 폭행당했다고 밝히기 전까지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저시 스몰렛의 말은 모두 거짓으로 탄로났다. 그의 거짓말은 국가적 망신이다”라며 저시 스몰렛을 맹비난하면서 공소 취하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질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출처: Var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