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같은 A급의 황제’ 쿠엔틴 타란티노도 [라이온 킹]을 막지 못했다. 개봉 2주 차에 접어든 디즈니 [라이온 킹]이 북미와 해외 극장가를 호령하며 왕 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이번 주중으로 [어벤져스: 엔드게임], [캡틴 마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그리고 [알라딘]에 이어 올해 다섯 번째 ‘10억 달러 영화’가 될 것이 확실시되는데, 다섯 작품 모두 직간접적으로 디즈니의 터치를 받았다는 점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감독 커리어 사상 최고 개봉 성적을 거두며 기분 좋게 2위로 데뷔했으며, 개봉 6주차에 든 [토이 스토리 4]는 ‘빌리언 달러 클럽’ 가입을 위해 마지막 힘을 다했던 7월 마지막 주말이었다. 다가오는 주말에는 2년 만에 스핀오프로 돌아온 [분노의 질주: 홉스&쇼]가 [라이온 킹]의 왕좌에 도전한다. 4,200개 상영관에서 약 8,900만 달러의 개봉 성적을 거두며 1위로 데뷔할 것이라 예상되는 가운데, [라이온 킹]이 얼마나 성적 방어를 잘 해낼 수 있을지가 다음 주말 박스오피스의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7월 4주차 상위권/전체 박스오피스 성적: $154,230,864/$157,470,818]

 

 

2019년 7월 4주차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1. 라이온 킹 (The Lion King) ( – )

로튼토마토: 53% / 88%
메타스코어: 55
상영관 수: 4,725
주말수익: $76,621,553 (-60.0%)
북미누적: $351,873,087
전세계누적: $968,538,607
제작비: $260,000,000
상영기간: 2주 (10일)

 

예상된 결과였다. 지난주 입이 떡 벌어지는 개봉 성적과 함께 북미 극장가를 호령했던 [라이온 킹]이 또다시 1위에 앉았다. 역대 최다 상영관에서 데뷔했던 만큼 필연적으로 2주차 주말 성적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또 예상보다 더 크게 떨어졌음에도 열흘간 ‘북미에서만’ 벌어들인 금액이 무려 3억 5,100만 달러다. 이는 올해 개봉작 중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인데, 개봉한 지 23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2D 애니메이션 흥행 1위, 3D까지 통틀어 4위를 기록 중인 애니메이션 명작의 재탄생이 수많은 북미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모양이다. 해외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라이온 킹]의 전 세계 흥행 성적은 9억 6,800만 달러. 조금만 더 힘냈더라면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4주 만에, [알라딘]은 10주가 걸려서야 달성한 월드와이드 10억 달러를 2주 만에 벌어들일 뻔한 셈이다(현지 30일 기준 10억 돌파). 이미 이룰 만큼 이루었고 돈 벌 일만 남았지만, 다가오는 신작들의 공세를 버티며 10억 달러를 넘어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을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물론 디즈니를 제외한 다른 스튜디오들은 당장의 성적만으로도 만족하겠지만 말이다.

 

 

2.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 New )

로튼토마토: 85% / 73%
메타스코어: 85
상영관 수: 3,659
주말수익: $41,082,018
북미누적: $41,082,018
전세계누적: N/A
제작비: $90,000,000
상영기간: 1주 (3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2위로 데뷔했다. [헤이트풀8] 이후 4년 만의 신작으로, 1969년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왕년의 액션 스타와 스턴트 대역의 이야기를 그린 팩션(fact+fiction) 영화다. 한때 찰스 맨슨의 폴란스키가(家) 살인사건을 그린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쿠엔틴 타란티노의 말에 의하면 해당 사건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1969년 할리우드와 미국의 모습을 그리는 것에 집중한 작품이라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그리고 알 파치노 등 스타급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었는데, 이 때문에 9,000만 달러가 투입되어 타란티노 작품 중 [장고: 분노의 추적자](1억 달러) 이후 가장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으로 남게 됐다.

 

그러나 흥행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주말 사흘간 벌어들인 금액은 4,100만 달러, 타란티노 커리어 사상 최고 오프닝 스코어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아직 해외 개봉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배우들의 티켓 파워도 그렇고 일단 평가도 꽤나 좋은 편이라 이 작품이 타란티노의 최고 흥행작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는 상황이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흥행 성적이 좋다면 열 번째 작품 없이 바로 은퇴할 수도 있다’라 밝힌 바 있는데, 그의 팬이라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적당히(?) 잘 되길 빌어야 할 것 같다. 국내에선 8월 중으로 개봉할 예정이다.

 

 

3.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Spider-Man: Far From Home) ( ↓ 1 )

로튼토마토: 90% / 95%
메타스코어: 69
상영관 수: 3,851 (-564)
주말수익: $12,452,143 (-41.3%)
북미누적: $344,707,413
전세계누적: $1,037,107,413
제작비: $160,000,000
상영기간: 4주 (17일)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 밀려 3위에 앉았다. 4주차 주말까지 북미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3억 4,470만 달러.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3부작 중 [스파이더맨 3]을 넘어서면서 [스파이더맨] 영화 중 북미 흥행 3위에 올랐지만, 매주 크게 떨어지고 있는 주말 성적으로 인해 [스파이더맨 2](3억 7,300만 달러)와 [스파이더맨](4억 300만 달러)을 넘기에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전 세계 흥행 1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스파이더맨] 세계 흥행 1위 자리를 굳건히 했을 뿐만 아니라, 소니 픽쳐스 사상 두 번째 10억 달러 영화로 남게 됐다. 여담이지만 디즈니가 올해에만 세 편의 10억 달러 돌파작([어벤져스: 엔드게임], [캡틴 마블], [알라딘])과 곧 돌파 예정인 [라이온 킹], 그리고 50% 확률로 10억 달러를 넘길 [토이 스토리 4]을 개봉시켰는데, 이건 8년 만에 10억 달러 돌파작을 가지게 된 소니가 이상한 게 아니라 디즈니가 괴물 같은 것이다.

 

 

4. 토이 스토리 4 (Toy Story 4) ( ↓ 1 )

로튼토마토: 98% / 94%
메타스코어: 84
상영관 수: 3,610 (-140)
주말수익: $10,453,633 (-32.8%)
북미누적: $396,210,139
전세계누적: $919,105,081
제작비: $200,000,000
상영기간: 6주 (38일)

 

[토이 스토리 4]가 4위로 7월 마지막 주말을 마무리했다. 주말간 아쉽게 4억 달러 고지를 넘지 못했지만, 이 흐름대로라면 이번 주중 북미 성적 4억 달러 돌파는 물론이고 최종적으로 전작 [토이 스토리 3]의 4억 1,500만 달러도 무난하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 세계 10억 달러 달성은 아직 더 두고 봐야 할 듯한데, 올해 디즈니 개봉작 중 [덤보]를 제외하고 전부 ‘빌리언 달러 클럽’에 입성했거나 그럴 예정인 만큼 디즈니에서 [토이 스토리 4]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10억 달러를 채우려 할 것이라 예상해본다.

 

 

5. 크롤 (Crawl) ( ↓ 1 )

로튼토마토: 83% / 75%
메타스코어: 61
상영관 수: 2,720 (-450)
주말수익: $4,062,256 (-33.4%)
북미누적: $31,525,049
전세계누적: $45,925,049
제작비: $13,500,000
상영기간: 3주 (17일)

 

개봉 3주차에 접어든 R등급 재난 공포영화 [크롤]이 5위로 한 계단 내려왔다. 큰 물에서 놀면서 기본 몇 천만 달러씩 쓸어 담고 있는 윗동네 작품들에 비할 바는 되지 않으나,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소소하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중이다. 현재 북미 누적 성적은 3,150만 달러.

 

 

6. 예스터데이 (Yesterday) ( ↓ 1 )

로튼토마토: 63% / 89%
메타스코어: 56
상영관 수: 2,550 (-112)
주말수익: $3,079,675 (-38.7%)
북미누적: $63,421,225
전세계누적: $109,921,225
제작비: $26,000,000
상영기간: 5주 (31일)

 

조용하게 활약 중인 [예스터데이]가 300만 달러 주말 성적과 함께 6위를 차지했다. 개봉 5주차에 전 세계 1억 달러를 넘기는데 성공했으며, 북미에서도 6,3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상황이다. 역시 음악 영화, 그것도 익히 유명한 뮤지션에게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은 언제나 본전은 뽑는 것 같다. 국내에서는 9월 개봉 예정이다.

 

 

7. 알라딘 (Aladdin) ( – )

로튼토마토: 56% / 94%
메타스코어: 53
상영관 수: 1,798 (-307)
주말수익: $3,039,648 (-25.6%)
북미누적: $346,180,234
전세계누적: $1,010,714,512
제작비: $183,000,000
상영기간: 10주 (66일)

 

7위는 마침내 ‘빌리언 달러 클럽’에 입성한 [알라딘]이다. 디즈니 실사화 프로젝트 중 [미녀와 야수]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후 세 번째, 윌 스미스에게는 최초의 10억 달러 돌파작이라고. 96년작 [인디펜던스 데이](8억 1,700만 달러)가 최고 흥행작이었으니, 장장 23년 만에 커리어 하이를 찍은 셈이다. 개봉 10주차까지의 북미 성적은 3억 4,600만 달러로 최대 3억 5,500만 달러까지는 벌어들이고 흥행 레이스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8. 스투버 (Stuber) ( ↓ 2 )

로튼토마토: 43% / 79%
메타스코어: 42
상영관 수: 2,150 (-900)
주말수익: $1,760,271 (-57.2%)
북미누적: $20,182,260
전세계누적: $27,790,260
제작비: $16,000,000
상영기간: 3주 (17일)

 

데이브 바티스타와 쿠마일 난지아니의 액션 버디무비 [스투버]가 8위로 내려왔다. 3주차 주말 성적은 지난주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76만 달러, 꽤나 치열했던 R등급 상위권 경쟁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합류한 게 큰 타격이 된 모양이다. 올해 유독 이십세기폭스 작품들이 힘을 못 쓰고 있는데, 얼마나 심각하냐 하면 [브레이크스루]와 [스투버]를 제외하곤 전부 북미에서 제작비 반도 회수하지 못한 정도다. [왕이 될 아이]와 [알리타: 배틀 엔젤], [엑스맨: 다크 피닉스]… 탄식이 절로 나온다. 얼마 전 [애드 아스트라]의 어깨가 무겁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마저도 최대 예상 오프닝 스코어가 2,500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하니 정말 걱정부터 앞선다.

 

 

9. 애나벨 집으로 (Annabelle Comes Home) ( ↓ 1 )

로튼토마토: 65% / 70%
메타스코어: 53
상영관 수: 1,287 (-694)
주말수익: $1,553,447 (-40.3%)
북미누적: $69,730,410
전세계누적: $208,230,410
제작비: $30,000,000
상영기간: 5주 (33일)

 

[애나벨 집으로]가 9위로 7월 마지막 주말 박스오피스를 마무리했다. 5주차까지의 북미와 전 세계 극장가에서 벌어들인 금액은 6,970만 달러와 2억 800만 달러. 컨저링 유니버스 내에서 평가로는 최하위권을 달리던 전작 [더 넌] 북미 흥행 2위(1억 1,700만 달러)와 월드와이드 흥행 1위(3억 6,500만 달러)에 앉은 반면, 나름 준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작품이 시리즈 흥행 순위 꼴찌에 앉아있다니… 정말 박스오피스의 세계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10. 더 페어웰 (The Farewell) ( ↑ 2 )

로튼토마토: 100% / 91%
메타스코어: 90
상영관 수: 135 (+100)
주말수익: $1,518,260 (+32.6%)
북미누적: $3,651,250
전세계누적: N/A
제작비: N/A
상영기간: 3주 (17일)

 

올해 선댄스영화제 화제작, [더 페어웰]이 개봉 3주 만에 주말 박스오피스 톱 10에 안착했다. 중국계 미국인 빌리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말기암에 걸린 할머니를 뵈러 중국으로 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오션스8],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아콰피나가 주연을 맡았다. 이 작품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세 가지다. 평단과 관객 반응이 엄청나다는 점, 넷플릭스, 아마존, 그리고 폭스서치라이트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A24가 700만 달러를 질러 배급권을 따냈다는 점, 그리고 첫 주 극장 평균 수익 8만 8,916달러($355,663/4개 상영관)를 거두며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기록(7만 6,601달러)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상영관을 천천히 늘려 나간다면 입소문에 힘 입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A24 입장에서는 [미드소마]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현재 북미 누적 스코어는 365만 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