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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소설을 영화로 ‘잘’ 만드는 방법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북미에서 가장 성공한 작가는 누구냐는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는 스티븐 킹이다. 실제로 그는 영화나 TV 시리즈로 재탄생한 소설을 가장 많이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영상화된 작품 수가 셀 수 없이 많기에 훌륭한 각색을 거치며 ‘명작’이라 불리는 작품도 다수 존재하는 반면, 대중과 평단에게 외면받은 작품도 상당하다.

안드레스 무시에티의 [그것]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가장 흥행한 R등급 공포 영화로 기록될 정도로 평단과 관객의 큰 사랑을 받았다. 스티븐 킹 소설 원작의 [제럴드의 게임]으로 호평받았던 마이크 플래내건의 신작 [닥터 슬립]은 이제 막 대중의 평가를 받기 시작했지만, 일단 평단과 원작자 킹은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과연 둘은 원작을 어떻게 다루고 해석했기에 성공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해답은 두 사람의 인터뷰에 담겨있다.

1. 캐릭터를 가볍게 여기지 말 것

플래너건: 스티븐 킹 작품 중 대부분은 ‘불신에서 오는 서스펜스’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킹은 살인 세탁기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다. 그가 캐릭터에 쏟은 애정에 집중하지 않으면, 정말 황당무계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스티븐 킹의 작품을 각색하는 이들은 종종 ‘캐릭터’보다 ‘장르’를 우선순위에 두는 실수를 저지른다. “공포 영화니까 무서운 장면을 잘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이 앞서 캐릭터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는 것이다. 이해는 되지만, 해서는 안 될 선택이다.

대부분의 동시대 작가들이 넘보지 못할 스티븐 킹만의 장점은 바로 그가 캐릭터를 다룰 때 따뜻하고 공감하는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런 인물의 내면에서 자란 공포심은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보는 이들도 시험에 빠지게 한다.

이미지: Paramount Pictures

무시에티: 스티븐 킹은 인간의 심리를 다루고 이용하는 것을 상당히 즐기는 작가다. 예를 들면 소설 『애완동물 공동묘지』에서 게이지가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그가 인기 많고 유능한 대학생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다루는 데 한 장(章)을 통째로 할애한다.

문제는 게이지가 실제로는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모든 게 거짓이라는 점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책을 읽다가 “맙소사! 도대체 왜 이런 짓을!”이라며 절망할 것이다. 이러한 독자의 심리가 어린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비통해하는 이들의 마음과 일맥상통한다는 점만 보더라도 스티븐 킹이 인간 심리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 톤의 변화에 유의할 것

이미지: Warner Bros.

플래너건: 나는 항상 원작의 전체적인 톤부터 파악하려 노력한다. 그래야만 곁가지처럼 뻗어나간 가볍거나 우스꽝스러운, 혹은 다른 톤의 소재를 탐구하기 수월하다.

무시에티는 [그것]을 연출하는 동안 이 과정을 정말 멋지게 해냈다. 반면 2003년작 [드림캐쳐]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 할 수 있다. 로렌스 캐스단 감독, 모건 프리먼과 데미안 루이스 등 대단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 모였음에도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다. 영화는 소설만큼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스티븐 킹은 소설을 쓸 당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수백 페이지의 여유가 있었지만, 영화는 시간과 예산 등 명확한 제약이 있다.

무시에티: 스티븐 킹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을 참고하며 스토리텔링 능력을 키워나갔다. 전혀 다른 톤을 뒤죽박죽 섞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러나 성질이 다른 소재를 하나의 작품으로 조화롭게 완성하는 과정은 스스로 깨우칠 수밖에 없다.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섞을지가 관건이다.

3. 원작을 존중할 것

이미지: 더 픽쳐스

무시에티: 애정이 느껴지는 영화가 좋은 작품이다. 예를 들어 [쇼생크 탈출]은 원작을 정말 사랑하고 존중한 프랭크 다라본트가 연출했다. 초기 스티븐 킹 영화는 뛰어난 연출가들이 이끌었다. 1976년작 [캐리]는 브라이언 드 팔마가, 83년작 [크리스틴]은 존 카펜터가 연출했다. [샤이닝]은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이다. 지금까지 거론되는 ‘명작’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고, 확고한 비전을 가졌던 이들이 탄생시켰다.

그러나 이후 킹의 소설이 큰 인기를 끌고 여러 권이 나오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작품들을 영화로 제작하고자 했다. “스티븐 킹 소설 판권 샀어. 어서 영화 하나 후딱 만들어버리자”라는 식이었다.

플래너건: 초창기와 지금의 분위기는 다르다. 당시는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영화니까 틀림없이 잘 될 거야!”하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고,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모습을 보며 자라면 원작을 보호하고자 하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당시 스티븐 킹의 작품을 대했던 이들의 태도와 이를 보고 자란 나와 같은 사람들의 태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4. 그러나 원작에 지나치게 충실하지는 말 것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무시에티: 이야기를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은 완성된 글을 뚜렷한 특징을 지닌 다른 언어로 재해석하는 것과 같다. 소설은 영화감독이 원하는 긴장감을 항상 유지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 연출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하고, 영화의 긴장감을 상승시키는 데 불필요한 요소를 제외시켜야 한다. [그것: 두 번째 이야기]에서 페니와이즈가 ‘광대의 집’의 유리벽에 머리를 여러 차례 들이받는 장면은 소설에 없다. 원작에는 그 장면의 긴장감을 극대화할 만한 요소가 없었기 때문에 새로이 삽입한 것이다.

소설 『그것』은 환상적인 전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독자가 완전히 몰입하려는 찰나에 마이크의 해설이 툭 튀어나오거나, 시대적 배경이 1958년으로 되돌아가면서 본래 흐름이 아닌 각 캐릭터의 이야기에 주목하게 만드는 형식이다. 활자로 읽을 때에는 상당히 멋진 전개지만, 영화가 소설의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면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플래너건: [닥터 슬립]을 제작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오버룩 호텔이었다. 소설과 달리 큐브릭의 [샤이닝]에서 오버룩 호텔은 불에 타서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스티븐 킹은 소설 『닥터 슬립』은 큐브릭의 영화 결말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소설에서 오버룩 호텔은 대니의 환상에 몇 차례 등장할 뿐, 실제 장소는 등장하지 않는다). 스티븐 킹의 팬인 동시에 큐브릭의 [샤이닝]에 엄청난 영향을 받은 사람으로서, 극과 극의 두 작품을 조화롭게 융합하는 작업은 몹시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오버룩 호텔이나 캐릭터를 다룬 ‘시각적 요소’는 큐브릭의 것을 따랐고, 캐릭터의 성격과 같은 ‘서사적 요소’는 킹의 정신을 계승하려 노력했다.

[샤이닝]이 원작에 대한 ‘좋은 각색’은 아닐지언정, 이 작품이 영화적으로는 명작이며 공포 영화에 대한 한 세대의 인식을 정립한 영화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스티븐 킹에게 “대니 토렌스와 오버룩 호텔의 세계에 다시 찾아가야 한다면, 세상이 이미 알고 있는 언어로 풀어내야 할 것 같다. 좋건 싫건, 그 언어는 큐브릭의 언어다”라고 이야기했다.

킹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스탠리 큐브릭의 언어와 세계에 뛰어들기 싫다고 말이다. 그러나 설득 끝에 그는 “당신이 제시한 조건(서사는 소설을 따를 것)을 확실히 지킬 수 있다면, 큐브릭의 방식으로 연출해도 좋다”라고 답변했다. 만약 킹이 승낙하지 않았다면, [닥터 슬립] 연출을 포기했을 것이다. 그를 실망시키고 뜻에 반하는 작품에 참여한다고 해서 내게 득 될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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