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 주 개봉작 리뷰

캣츠(Cats) – 내용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비주얼, 강아지 1승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에디터 원희: ★☆ T. S. 엘리엇의 시를 기반으로 만든 동명 뮤지컬을 대형 스크린으로 담아낸 뮤지컬 영화. 젤리클 고양이들이 1년에 한 번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기 위해 모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와 춤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데, 노래는 대체로 흥겹고 배우들이 고양이의 움직임을 많이 연구했다는 게 연기를 통해 절로 느껴진다. 그러나 비주얼이 장점을 전혀 받쳐주지 못한다. 등장인물들의 몸은 고양이인데, 얼굴과 손발은 고양이의 특징이 전혀 없는 보통 사람이라는 데서 오는 괴리감이 엄청나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생물이 인간의 얼굴과 손발을 갖고 있으며, 특히 여성의 신체를 두드러지게 만들어 더욱 괴이하다. 충격적인 비주얼 때문에 영화 내용에 집중하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 CG 작업이 늦어져 개봉 이후로도 새롭게 보강 중이라고 하는데, 공포 영화급으로 기괴한 비주얼을 살려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일 듯하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Forbidden Dream) –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ft. 세종 & 장영실)
이미지: 롯데엔터테인먼트

에디터 영준: ★★★★ 인간 ‘이도’와 ‘장영실’의 우애가 빛나는 작품. 세종이 탄 안여가 부러진 큰 사건 이후, 제작에 가담한 장영실의 기록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실제 역사에 허진호 감독 특유의 감성과 상상력이 더해졌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다. 단순히 왕과 신하의 관계가 아닌, 서로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벗’으로 풀어낸 시선이 대담하면서도 흥미롭다. 자칫 ‘가벼운 인터넷 소설’처럼 여겨질 수 있는 소재에서 무게감과 여운을 느낄 수 있었던 데에는 배우의 힘이 크다. 출연진 모두 뛰어난 존재감을 발휘했지만, 역시 한석규, 최민식 배우의 케미스트리와 카리스마가 극 전체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다. 특히 두 배우의 감정 연기에서 ‘로맨스 영화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섬세함과 애틋함이 돋보여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사용한 유머나 살짝 늘어지는 전개는 과감히 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개봉 전 역사 왜곡에 대한 우려도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영화적 재미를 위해 ‘팩션’이라는 장르를 활용했을 뿐 큰 줄기는 실제 역사를 따르고 있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와일드라이프(Wildlife) – 해체를 겪고 나서야 희망을 본 가족의 이야기
이미지: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그린나래미디어㈜

에디터 혜란: ★★★☆ 1960년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 이사 온 세 가족이 아버지의 실직 이후 해체되는 과정을 10대 소년 ‘조’의 시각에서 바라본 영화. 마치 완벽한 그림이 점차 색이 바래고, 형태가 옅어지고, 결국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걸 목격한 것처럼 안타깝고 슬프다. 아이의 슬픔과 쓸쓸한 풍경이 교차하는 순간,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부모의 심정을 짐작하며 두려워하는 아이의 눈빛, 갈등을 마주하지 못해서 숨거나 도망치는 모든 행동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너진다. 프레임 하나하나를 감정으로 채색한 듯한 촬영이나 제이크 질렌할, 캐리 멀리건 등 배우들의 연기도 빼어나지만 영화를 ‘수작’으로 만든 건 원작에 자신의 해석과 감성을 유려하게 덧칠한 각본과 연출의 공이 크다. 연기 잘하는 배우 폴 다노는 이제 영화 잘 만드는 감독 폴 다노가 되었다.

고흐, 영원의 문에서(At Eternity’s Gate) –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낸 내면의 기록
이미지: 찬란, (주)팝엔터테인먼트

에디터 현정: ★★★ 생전 단 한 작품밖에 팔지 못한 비운의 예술가 반 고흐의 삶이 다시 스크린으로 부활했다. 반 고흐에 대한 경외심에서 시작한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기존의 전기 영화와 차별화를 두고 생의 마지막 시기를 다루기 위해 예술가의 감성을 불러낸다. 이미 알고 있는 드라마틱한 생애를 재현하기보다 반 고흐의 내면에 집중하고, 그의 시선을 투영해 인물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 고흐의 불안한 내면을 탐험하는 것 같은 핸드헬드 기법이 빈번해 경우에 따라 어지러움을 유발하고 몰입을 저해할 수 있지만, 생전 그의 시선에서 자연을 보는 것처럼 자연의 빛을 선명하게 담아낸 영상미는 경이롭고, 재능을 인정받지 못한 예술가의 고통스럽고 고독한 심리에 바짝 다가선 윌렘 대포의 연기는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