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tvN

이름 석 자와 사진, 소지품만으로도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를 내릴 수 있는 소녀가 있다. 소녀는 정의감 넘치는 기자와 함께 한 IT 대기업 회장의 비밀을 파헤치려 한다. 이들의 사연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tvN 드라마 [방법]의 이야기다.

그동안 우리가 접했던 대중매체 속 무당과 굿은 ‘퇴치’나 ‘탐구’의 목적이 다소 강했다. 영적인 존재의 힘을 빌려 악한 존재를 퇴치하거나 원한을 달래고, 풀리지 않던 사건의 실마리를 찾거나 앞날을 내다보는 용도였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방법]이 다루는 ‘오컬트’는 사뭇 다르다. 무당이 있고 굿판도 벌어지지만 주된 목적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기 위함이다. 방법사(謗法師)가 저주를 행하면 상대는 몸이 고통스럽게 뒤틀려 죽거나, 이를 막아내고 역으로 피해를 입히는 ‘역살(逆煞)’로 대응하는 식이다. 두 사람이 ‘살’과 ‘역살’을 주고받는 장면은 [곡성]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기도 했으나 본격적으로 방법(謗法), 즉 저주를 주제로 한 작품은 [방법]이 최초다.

이미지: tvN

[방법] 은 ‘저주’라는 초자연적인 소재를 사회적 이슈와 연관 지었다는 데서 흥미를 유발한다. 연상호 감독은 드라마 기획의도에서 현대사회를 ‘클릭 한 번으로 증오심을 표출할 수 있는 시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따돌림, 욕설, 혐오로 인해 많은 사람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심지어 삶조차 포기하는 시대’라 묘사했다. 오늘날 일어나는 끔찍한 일들 중 상당수가 여기서 비롯되니, 결코 틀린 말은 아니다. 극중 IT 기업 포레스트가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타인을 향한 분노와 혐오를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이것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샤머니즘이라는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매혹적일 수밖에.

[방법]을 이끄는 캐릭터 중 특히 주인공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소진(정지소)은 세상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캐릭터이고, 악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은 ‘나쁜 마음’이라는 믿음을 가진 인물이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안티 히어로’ 캐릭터는 [데드풀], [나쁜 녀석들] 등의 작품에서 자주 접해왔다. 그러나 성인 남성이 주인공인 앞선 작품들과 달리, 10대 소녀가 이런 캐릭터성을 지녔다는 것은 낯설면서도 상당한 의미와 매력을 지닌 요소다.

물론 캐릭터가 아무리 매력적이라 한들, 이를 소화할 배우의 역량이 부족하면 허사다. 그러나 [방법]의 출연진은 ‘믿고 보는’ 배우들로 구성됐는데, 모두 최근 들어 영화판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다는 게 인상적이다. [기생충] 정지소 뿐 아니라 선한 인상 속에 절대악을 숨긴 진종현 회장 역의 성동일, 많은 게 베일에 감춰진 무당 진경 역의 조민수 등의 주요 캐릭터와 배우까지 일차원적이지 않고 다채로운 면모를 선보이면서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에 활력을 한껏 불어넣는다. 조민수가 8분 간의 롱테이크로 선보인 ‘굿 장면’은 가히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으니, 궁금하다면 위 영상에서 확인해보자.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인상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를 대본이 받쳐주지 못한다는 인상이 종종 들 때가 있고, 긴장감의 완급조절이 원만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전개가 늘어진다고 평가받는 5회 『아산동 애기도사』와 6회 『주식회사 진경』에서 이러한 단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극중 등장하는 몇몇 가벼운 캐릭터와 유머도 분위기 전환을 위한 요소였겠지만, 도리어 전체적인 톤을 흐리는 악수가 된 듯하다.

이미지: tvN

작은 아쉬움이 있음에도 [방법]은 여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초반에는 강력한 경쟁작이 있어 빛을 제대로 발하지 못했지만, 중반부를 넘어선 현재는 서서히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는 중이다(8회 기준 수도권 5.5%,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제공). 과학 기술이 지배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무속인을 통해 위안을 얻고 길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살고 있기에, 어색한 듯 자연스러운 ‘현대사회와 무속신앙의 혼합’이 시청자들에게 통한 것은 아닐까? 영화화도 확정된 만큼, 연상호 감독의 독창적인 ‘초자연 유니버스’를 앞으로도 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