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과 [곡성]의 흥행 이후, 국내에서도 오컬트 장르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물론 이전부터 오컬트 소재의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꾸준히 있었지만,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었기에 화제가 되었던 작품은 예상외로 적다. 소재 때문에 공중파보다는 케이블 채널에서 주로 다뤘던 것도 낮은 화제성에 한몫했다.

최근 오컬트 장르가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그 바탕에는 종교문제, 혐오나 따돌림 같은 현실적인 사회 이슈를 작품에 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근 몇 년 간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국내 오컬트 드라마들을 소개한다.

손 the guest (2018)

이미지: OCN

곳곳에서 기이한 힘에 의해 벌어지는 범죄에 맞선 영매와 사제,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한국형 리얼 엑소시즘’ 드라마. 매 에피소드마다 공포 영화를 방불케 하는 연출과 인물들의 심리묘사, 수사와 오컬트, 스릴러 장르를 잘 버무렸다 호평받으며 OCN 드라마 최초로 주간 드라마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다만 ’15세 이상 시청가’라는 등급에 비해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 이에 최종화는 19세 이상 시청가로 등급을 재조정해 방영하기도 했다. 작년 3월 영화화 소식 이후 몇 개월간 소식이 없어 무산된 게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지만, 8월 경 시나리오 보완 작업 중이라 제작사에서 전했다.

방법 (2020)

이미지: tvN

타인에게 저주를 내릴 수 있는 소녀와 정의감 넘치는 기자가 한 IT 대기업 포레스트의 비밀을 파헤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한국 드라마 최초로 저주의 일환인 ‘방법(謗法)’을 다루며 화제가 된 작품으로, [부산행]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집필했다. 초중반까지는 타사 드라마에 밀려 화제성에 비해 각광받지 못했지만, 해당 작품의 종영과 [방법]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와 맞아떨어지면서 뒤늦게나마 빛을 보는 중이다. 성동일, 정지소, 조민수처럼 최근 영화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던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최근 영화화가 결정되었으며 시즌 2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구해줘 (2017, 2019)

이미지: OCN

사이비 종교를 다룬 OCN의 ‘사이비 스릴러’. 사이비에 휘말린 첫사랑을 구하려는 네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첫 시즌은 웹툰 [세상 밖으로]가 원작이며, 마을에서 벌어진 갈등을 풀어준 외지인이 주민들의 신임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두 번째 시즌은 두 번째 연상호의 장편 애니메이션 [사이비]를 원작으로 한다. 두 시즌 모두 다소 부진하게 출발했는데, 재미있게도 ‘지나치게 현실적이라’ 보기 불편했다는 의견이 제법 있다. 그러나 회가 거듭할수록 배우들의 열연과 몰입도 넘치는 스토리가 상당히 호평받았고, 결과적으로 [구해줘]와 [구해줘 2] 모두 채널을 대표하는 장르 드라마로 남게 됐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이슈로 재조명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시즌 1은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프리스트 (2018)

이미지: OCN

소중한 이들의 일상과 인생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친 의사와 엑소시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메디컬 엑소시즘’ 드라마. 기획 당시 [구해줘]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알려졌으나, 그 대신 [국가대표 2] 김종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큰 인기를 끌었던 [손 the guest] 종영 직후 방영을 시작한 만큼, [프리스트]를 향한 대중의 기대가 상당했다(전자는 수목 드라마, 후자는 토일 드라마). 전통적인 구마뿐 아니라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는 참신한 방식과 긴장감 넘치는 공포 요소는 호평을 받았으나, 부족한 개연성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전개, 무엇보다 천주교와 개신교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 설정 때문에 아쉬움 속에서 종영하고 말았다.

귀신 보는 형사, 처용 (2014, 2015)

이미지: OCN

선천적으로 영혼을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형사 윤처용이 미궁에 빠진 미제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미스터리 수사극. 주인공 이름은 ‘처용설화’에서 따온 것은 맞으나, 역신(疫神)과 교류할 수 있다는 설정만 가져온 것일뿐 인물의 성격이나 설화 자체와는 연관이 없다. 시즌 1은 연출가와 주요배우가 급작스럽게 교체되는 바람에 완성도가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당시 OCN 수사물 중 시청률 2위를 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며, 여기에 힘입어 이듬해 두 번째 시즌까지 방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