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주차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코로나19 여파를 가까스로 버티고 있던 북미 박스오피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 비상사태 선언과 함께 무너지고 말았다. 톱10을 차지한 작품 모두 지난주대비 주말 성적이 최소 60%는 줄었고, 이로 인해 11주차 주말 상위권 성적은 1995년 이후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은 11주차 신작 [블러드샷]과 [아이 스틸 빌리브], [더 헌트]의 공세를 견뎌내며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지만, 주말 성적이 약 73% 감소해 웃을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다음달 10일, 즉 앞으로 3주 동안은 북미 극장가에 신작이 없는 만큼 박스오피스 순위에도 큰 변동은 없을 예정이다(확대상영 기준).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수 있기를 바란다.  [11주차 상위권/전체 성적: $49,580,363/$53,674,341]

1.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Onward) ( – )

로튼토마토: 평단 87% / 관객 95%
메타스코어: 61
상영관 수: 4,310
주말수익: $10,601,952 (-72.9%)
북미누적: $60,360,639
전세계누적: $101,986,913
제작비: $100,000,000 – $200,000,000
상영기간: 2주 (10일)

영화 제목과는 달리 ‘기적’은 없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ᆞ픽사 신작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이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지만, 제작/배급사 입장에선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설 테다. 픽사 작품 중 최하 수준의 오프닝을 지난주 거둔 데 이어, 2주차에는 주말 성적이 72.9%나 줄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간다면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이 [굿 다이노]를 넘어 역대 픽사 최악의 월드와이드 성적을 기록한 작품이자 최초의 북미 1억 달러 달성 실패작으로 남을지도 모르는 일이다(2009년 북미 재개봉한 토이 스토리 3D판 제외). 4월 10일까지 신작이 아예 없어 적어도 3주 동안은 1위를 확보한 상황이나,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1등이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현재 북미와 전 세계 누적 성적은 6,036만 달러와 1억 198만 달러.

2. 블러드샷 (Bloodshot) ( NEW )

로튼토마토: 평단 31% / 관객 78%
메타스코어: 43
상영관 수: 2,861
주말수익: $9,176,695
북미누적: $9,176,695
전세계누적: $23,747,074
제작비: $45,000,000
상영기간: 1주 (3일)

빈 디젤 주연 [블러드샷]이 근소한 차이로 [아이 스틸 빌리브]를 앞지르며 2위로 데뷔했다. 임무수행 중 순직한 해병이 모종의 대기업의 도움으로 초인적인 능력과 함께 부활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으로, 발리언트 코믹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다. 스파이더맨 판권과 [쥬만지], [나쁜 녀석들] 등 리부트/리메이크 시리즈 외에는 마땅히 경쟁력을 갖춘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없던 소니 픽쳐스에서 ‘발리언트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성할 계획이라 알려졌는데, 그 첫 단추를 꿴 작품이 바로 [블러드샷]이다. 첫 주말 성적 917만 달러를 두고 박스오피스 모조에서 ‘당초 예상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이라 평한 만큼 소니에서도 큰 기대를 건 작품은 아니었던 듯한데, 혹시나 있을지 몰랐던 희망조차 코로나19 여파로 사라지고 말았다. 평소라면 북미 흥행이 다소 저조할지라도 빈 디젤의 세계적인 인기를 고려해 해외 성적에 눈을 돌렸겠으나, 중국과 유럽 등에서 극장 폐쇄를 결정해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전 세계 누적 성적은 2,374만 달러.

3. 아이 스틸 빌리브 (I Still Believe) ( NEW )

로튼토마토: 평단 40% / 관객 98%
메타스코어: 37
상영관 수: 3,2
주말수익: $9,103,614
북미누적: $9,103,614
전세계누적: $9,113,655
제작비: $12,000,000
상영기간: 1주 (3일)

라이온스게이트 신작 기독교 영화 [아이 스틸 빌리브]가 첫 주말 성적 910만 달러와 함께 3위에 앉았다. 기독교 영화 [아이 캔 온리 이매진]의 어윈 형제가 연출한 작품으로, CCM 가수 제레미 캠프가 난소암에 걸린 연인과 함께한 4개월 간의 결혼생활과 사별 이후 신앙으로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여느 종교 영화와 마찬가지로 타깃 관객층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아쉽게도 코로나19 여파로 장기 흥행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할 듯하다. 여담이지만 전작 [아이 캔 온리 이매진]은 북미에서 제작비 12배 가까운 8,3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역대 기독교 영화 흥행 3위를 차지하고 있다.

4. 인비저블맨 (The Invisible Man) ( ▼ 2 )

로튼토마토: 평단 91% / 관객 88%
메타스코어: 71
상영관 수: 3,636 (+26)
주말수익: $5,890,805 (-61.1%)
북미누적: $64,310,490
전세계누적: $122,310,490
제작비: $7,000,000
상영기간: 3주 (17일)

개봉 3주차에 들어선 [인비저블맨]이 4위로 내려왔다. 주말 성적은 전주대비 약 61% 감소했는데, 평소라면 ‘많이 줄었네’라고 말할 법한 수치지만 다른 작품들이 60% 중후반대에서 많게는 70% 이상의 성적 드롭을 겪은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선방한 편이라 할 수 있다(톱10 중 최저치). 현재 북미와 전 세계 누적 성적은 각각 6,330만 달러와 1억 2,230만 달러, 이미 손익분기점은 한참 넘었으나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만큼 유니버설 픽쳐스 입장에선 조금은 아쉬울 것도 같다.

5. 더 헌트 (The Hunt) ( NEW )

로튼토마토: 평단 54% / 관객 66%
메타스코어: 50
상영관 수: 3,028
주말수익: $5,304,455
북미누적: $5,304,455
전세계누적: $6,004,455
제작비: $14,000,000
상영기간: 1주 (3일)

유니버설 픽쳐스 & 블룸하우스 신작 [더 헌트]가 5위로 데뷔했다.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상류층 엘리트들이 즐기는 ‘사냥 게임’의 표적으로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작품으로,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라는 자극적인 캐치프레이즈로 홍보를 펼치는 중이다. 본래 [더 헌트]는 작년 9월 개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8월 초 미국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약 80명이 사상자를 낸 총기난사 사건이 연이어 발생, 유니버설 측에서 개봉할 시기가 아니라며 개봉을 미루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작품을 두고 “미국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기 위해 만든 영화”, “할리우드야 말로 진정한 인종차별주의자”라며 대놓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유니버설의 자극적인 홍보문구는 관객에게 통했을까? 애석하게도 그렇지는 않다. 영화가 사흘간 벌어들인 금액은 530만 달러, 코로나19의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관객과 평단의 평가를 보면 바이러스를 떠나 완성도 자체가 썩 좋지는 않은 모양이다.

6. 수퍼 소닉 (Sonic the Hedgehog) ( ▼ 2 )

로튼토마토: 평단 64% / 관객 93%
메타스코어: 47
상영관 수: 3,041 (-676)
주말수익: $2,522,584 (-67.3%)
북미누적: $145,753,912
전세계누적: $306,453,912
제작비: $85,000,000

상영기간: 5주 (31일)[수퍼 소닉]이 게임 원작 영화의 북미 흥행사를 새로 쓰며 6위에 앉았다. 본래대로라면 이번 주말 [콰이어트 플레이스 2]와 바통터치를 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콰이어트 플레이스 2]가 개봉을 무기한 연기해 파라마운트에서 당분간은 이 작품 흥행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5주차까지의 북미와 전 세계 누적 성적은 각각 1억 4,575만 달러와 3억 645만 달러.

7. 더 웨이 백 (The Way Back) ( ▼ 4 )

로튼토마토: 평단 82% / 관객 84%
메타스코어: 68
상영관 수: 2,718
주말수익: $2,356,115 (-71.2%)
북미누적: $13,376,988
전세계누적: $14,376,988
제작비: $21,000,000 – $25,000,000
상영기간: 2주 (10일)

벤 애플렉 주연 [더 웨이 백]이 7위로 주말을 마무리했다. 실제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했던 벤 애플렉의 열연은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으나, 시국이 시국인지라 흥행에는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상업 영화 치고는’ 제작비가 적게 들어간 것도 지금 상황에서는 그다지 위안이 되지는 않을 듯하다. 사흘간 235만 달러를 더한 북미 성적은 1,337만 달러.

8. 콜 오브 더 와일드 (The Call of the Wild) ( ▼ 3 )

로튼토마토: 평단 61% / 관객 89%
메타스코어: 47
상영관 수: 3,201 (-713)
주말수익: $2,226,720 (-67.1%)
북미누적: $62,092,631
전세계누적: $107,292,631
제작비: $135,000,000
상영기간: 4주 (24일)

주말 간 222만 달러를 북미 성적표에 더한 [콜 오브 더 와일드]가 8위로 내려왔다. 전 세계 누적 1억 달러를 가까스로 넘는 데 성공했으나, 세계 각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극장과 같은 인구밀집지역의 방문을 자제하거나 시설 폐쇄를 하고 있어 사실상 흥행이 끝났다 봐도 무방하다. 얼마 전 현지에서는 이 작품이 5,000만 달러 적자를 볼 것이라 예상했는데, 현시점에서는 그 이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9. 엠마 (Emma.) ( ▼ 3 )

로튼토마토: 평단 85% / 관객 72%
메타스코어: 71
상영관 수: 1,732 (+167)
주말수익: $1,295,215 (-73%)
북미누적: $9,931,190
전세계누적: $25,031,190
제작비: N/A
상영기간: 4주 (24일)

9위는 지난주 6위에 이름을 올렸던 포커스 피쳐스 신작 [엠마]다. 제인 오스틴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개봉 4주차에 상영관까지 늘리며 전주 흥행세를 이어가려 한 듯하나, 모든 계획이 코로나19로 틀어지고 말았다. 현재 북미 성적은 1,000만 달러를 눈앞에 둔 993만 달러, 전 세계 누적 성적은 2,500만 달러다.

10. 나쁜 녀석들: 포에버 (Bad Boys for Life) ( ▼ 3 )

로튼토마토: 평단 77% / 관객 96%
메타스코어: 59
상영관 수: 1,451 (-708)
주말수익: $1,102,208 (-63.5%)
북미누적: $204,294,609
전세계누적: $418,888,939
제작비: $90,000,000
상영기간: 9주 (59일)

[나쁜 녀석들: 포에버]가 세 계단 내려오며 톱10에서 물러날 채비를 하고 있다. 9주차 주말 간 110만 달러를 더해 북미에서 총 2억 429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이를 포함한 전 세계 누적 성적은 4억 1888만 달러다. [피터 래빗]은 개봉을 연기하고 [블러드샷]이 부진하게 출발한 데 이어, [그레이하운드]까지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나쁜 녀석들: 포에버]가 올 상반기 소니 픽쳐스 최고 흥행작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