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북미 박스오피스가 말 그대로 ‘올 스톱’ 상태다. 현지 극장 프랜차이즈들이 전국 상영관을 폐쇄해 상영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Box Office Mojo, The-Numbers 등의 박스오피스 전문 매체와 대형 스튜디오에서 성적 집계가 무의미하다고 판단, 일시적으로 집계 및 발표를 중단한다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북미 박스오피스의 흥미로운 기록들을 살펴볼까 한다. 두 번째 주제는 ‘2주차 성적’에 관련된 기록이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2주차 드랍률’은 흥행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여러가지 고려사항이 있지만, 대개 북미에서 2주차 성적 감소치가 40%대면 선방했다고 여기고 60%를 넘어가면 흥행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60%는 우습게 넘긴, 이른바 ‘2주차 통곡의 벽’을 넘지 못하며 흥행에 참패한 작품들은 무엇이었을까?
(Box Office Mojo 주말 박스오피스 기준, 2000년 이후 개봉작, 손익분기 달성 실패작)

1. 아우토반 (-88.5%)

개봉주말: $1,512,824
둘째주말: $173,620 (-88.5%)
북미누적: $2,280,004
전세계누적: $6,817,535
제작비: $21,500,000

2017년작 [아우토반]은 북미 박스오피스 집계 이례로 가장 큰 2주차 하락치를 보인 작품이다. 여자친구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위험한 범죄에 가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며, 니콜라스 홀트와 펠리시티 존스가 주연을 맡았다. 아우토반을 시원하게 달리는 자동차 추격전만큼은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두 주연뿐 아니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 안소니 홉킨스와 벤 킹슬리조차 살리지 못한 일차원적인 캐릭터와 뻔한 스토리에 관객과 평단 모두 혹평을 아끼지 않았다. 개봉 당시에도 13위로 데뷔하더니 결국 2주차 주말 성적이 무려 88.5% 감소, 30위까지 떨어지며 곧바로 북미 흥행을 마감했다. 제작비 2,150만 달러로 북미 228만 달러, 해외에서도 고작 45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2. 제인 갓 어 건 (-83.5%)

개봉주말: $835,572
둘째주말: $137,523 (-83.5%)
북미누적: $1,513,793
전세계누적: $3,067,531
제작비: $25,000,000

나탈리 포트만 주연 [제인 갓 어 건]은 제작 과정부터 험난했던 작품이다. 린 램지 감독은 제작진과의 불화로 떠났고, 남자 주인공(댄 프로스트 & 존 비숍) 역에 마이클 패스벤더, 주드 로, 브래들리 쿠퍼가 캐스팅됐지만 일정 문제 등으로 모조리 하차, 심지어 제작진 교체까지 몇 차례 있었다. 어찌 보면 잘 되는 게 기적인 작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흔치 않은 ‘여성 주연 서부극’이라는 의의와 나탈리 포트만의 열연은 잦은 ‘물갈이’로 방향성을 잃은 영화 완성도에 묻히고 말았고, 박스오피스 최고 순위 17위(최하 93위), 북미 누적 150만 달러로 4주 만에 흥행을 마무리했다. 국내에서는 북미 흥행 실패로 VOD 시장으로 직행했다.

3. 내가 잠들기 전에 (-82%)

개봉주말: $1,843,347
둘째주말: $331,708 (-82%)
북미누적: $3,242,457
전세계누적: $17,669,776
제작비: $22,000,000

베스트셀러 원작, 니콜 키드먼과 콜린 퍼스 주연, 여기에 제작자로 리들리 스콧까지. 2014년작 미스터리 스릴러 [내가 잠들기 전에]은 겉으로는 든든한 흥행 보증수표를 갖춘 듯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결과는 그러지 못했다. 매일 기억을 잃는 주인공과 그의 곁을 지키는 두 남자의 이야기는 초반부까지는 흥미롭지만, 뒤로 갈수록 뻔한 전개에 ‘배우들이 아깝다’라는 혹평을 듣고 만 것이다. 개봉 주말 184만 달러라는 초라한 성적과 함께 일찌감치 관객의 시선 밖으로 밀려난 영화는 상영 2주차에 주말 성적이 82% 감소, 결국 북미 누적 324만 달러로 3주차에 북미 상영을 마감했다.

4. 갱스터 러버 (-81.9%)

개봉주말: $3,753,518
둘째주말: $678,640 (-81.9%)
북미누적: $6,087,542
전세계누적: $7,266,209
제작비: $75,600,000

[갱스터 러버]는 ‘최악의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 ‘최악의 영화’를 꼽을 때 어김없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조직폭력배와 냉혹한 암살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갱스터 러버]는 [여인의 향기]를 연출했던 감독의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처참한 평가(로튼토마토 평단 6% 관객 13%, IMDb 평점 2.5)와 흥행 성적을 거두고 말았다. 제작비 5,400만 달러에 전 세계 누적 성적이 726만 달러니, 말 다 했다. 이 작품의 실패로 인해 ‘베니퍼’ 커플이라 불렸던 벤 애플렉과 제니퍼 로페즈가 이별하게 됐다는 소문까지 돌았고, 마틴 브레스트는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메가폰을 잡지 않고 있다.

5. 레플리카 (-81.5%)

개봉주말: $2,375,325
둘째주말: $439,371 (-81.5%)
북미누적: $4,046,429
전세계누적: $9,330,075
제작비: $30,000,000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SF 스릴러. 사고로 가족을 잃은 생명 공학자가 ‘인간 복제’ 기술로 이들을 되살리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영화는 개봉 주말 간 2,329개 상영관에서 237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는데, 이는 ‘최악의 개봉성적(상영관 2000개+ 기준)’ 상위권에 들만큼 저조한 금액이다. 참고로 앞서 소개한 [아우토반]과 곧 소개될 작품이 각각 7위와 4위다. 전주대비 성적이 81.5% 감소한 2주차 주말 이후 40~70위권대를 전전하다가 북미 누적 400만 달러로 박스오피스에서 퇴장했다. 다행스럽게도(?) 키아누 리브스는 [레플리카] 이후 [우리 사이 어쩌면]과 [존 윅 3: 파라벨룸], [토이 스토리 4]까지 연달아 흥행하면서 ‘키아누상스(키아누+르네상스)’ 시대를 열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6. 플레이모빌: 더 무비 (-78.1%)

개봉주말: $656,530
둘째주말: $143,735 (-78.1%)
북미누적: $1,115,008
전세계누적: $16,349,303
제작비: $40,000,000

동명 완구 브랜드의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 장난감 세계로 빨려 들어간 남매의 모험을 그린다. 다니엘 래드클리프, 안야 테일러 조이, 아담 램버트 등의 톱스타들이 목소리 연기자로 참여했지만, 이들의 명성(?)에 비해 영화에 대한 관심은 극히 적었다. [레플리카]에서 설명한 것처럼 [플레이모빌: 더 무비]는 2300개가 넘는 상영관에서 고작 65만 달러를 벌어들여 ‘최악의 개봉성적을 거둔 영화 4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얻었고, 설상가상 2주차 성적도 78% 이상 떨어지면서 반등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7. 모털 엔진 (-76.8%)

개봉주말: $7,559,850
둘째주말: $1,751,605 (-76.8%)
북미누적: $15,951,040
전세계누적: $83,672,673
제작비: $100,000,000

움직이는 거대 도시 런던에 맞선 저항 세력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 2018년작 [모털 엔진]은 [반지의 제왕] 피터 잭슨 제작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 스팀 펑크’라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작품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1억 달러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는 개봉 주말 고작 75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만족해야 했고, 2주차에도 성적이 77% 가까이 떨어졌다. 빼어난 영상미와 컴퓨터 그래픽은 꽤나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소설 원작 영화가 흔히 겪는 ‘원작의 방대한 내용을 러닝타임 내에 제대로 담지 못하는’ 문제가 드러나면서 개연성에 큰 구멍이 생긴 것이 완성도를 해쳤다고.

8. 네메시스 (-76.2%)

개봉주말: $18,513,305
둘째주말: $4,415,081 (-76.2%)
북미누적: $43,254,409
전세계누적: $67,336,470
제작비: $60,000,000

[스타 트렉: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 이른바 ‘TNG’를 기반으로 한 영화 중 마지막 작품. 시리즈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2002년작 [네메시스]는 ‘트레키’들에게 아픈 손가락으로 평가받는다. 평가는 1989년작 [스타 트렉 5: 최후의 미개척지]와 더불어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데다가, 지금까지 공개된 [스타 트렉] 영화 중 북미와 전 세계 통틀어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둔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아쉬운 게 흥행 실패에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하긴 했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영 2주차에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이 개봉하는 바람에 반등의 여지가 없어 더욱 처참한 성적을 거두었다는 의견도 있다.

9. 킨: 더 비기닝 (-73.5%)

개봉주말: $3,035,618
둘째주말: $804,401 (-73.5%)
북미누적: $5,718,096
전세계누적: $10,313,019
제작비: $30,000,000

우연히 다른 차원의 무기를 얻은 소년이 갓 출소한 형 때문에 두 세계로부터 추적을 당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SF 액션 영화. 그러나 ‘더 비기닝’이라는 제목과 달리 [킨: 더 비기닝]의 속편을 보게 될 일은 없을 듯하다. 영화는 가장 주목받는 시기라 할 수 있는 첫 주말에 톱10 진입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제작비 1/10 수준인 3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시작부터 삐끗한 셈이다. 영화를 본 관객과 평론가들은 “차라리 드라마 에피소드 중 하나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스토리 등에 아쉬움을 토로했고, 이후 2주차에도 별다른 반전 없이 74% 가까이 성적이 떨어지면서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10. 엑스맨: 다크 피닉스 (-71.5%)

개봉주말: $32,828,348
둘째주말: $9,354,868 (-71.5%)
북미누적: $65,845,974
전세계누적: $252,442,974
제작비: $200,000,000

20년 가까이 이어졌던 이십세기폭스 [엑스맨]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한 영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진 그레이가 폭주해 ‘다크 피닉스’로 변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스타 트렉] 팬덤과 마찬가지로 [엑스맨] 팬들도 이 작품이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랐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몇 차례 개봉 연기와 재촬영 이슈로 출발부터 불안했던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프랜차이즈 최악의 오프닝과 함께 2위로 데뷔했다. 영화를 본 이들 모두 각종 설정 붕괴와 전형적인 플롯, 개연성 부족을 크게 비난했고 관객의 분노는 2주차 흥행 성적(전주대비 -71.5%)에 그대로 반영됐다. 결국 북미 6,580만 달러, 전 세계 2억 5,200만 달러로 흥행을 마무리, 1억 달러 가까운 적자를 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