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에 걸쳐 차근차근 흥행 성적을 쌓은 배우가 있는가 하면, 대형 프랜차이즈에 참여하면서 한순간에 할리우드 톱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도 있다. 굳이 “누구의 커리어가 더 낫다”를 따질 필요는 없다. 시간 차이가 있을 뿐, 이들 모두 연기력을 인정받고 대중적인 인기까지 끌며 성공한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멈춘 주말 박스오피스 집계를 대신해 이번 주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흥행배우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아카데미의 선택을 받은 배우들부터 블록버스터 액션 스타까지, 지금까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할리우드 스타로 누가 있는지 살펴보자.

1. 사무엘 L. 잭슨

주연작: $5,655,231,264
조연작: $5,772,206,423‬
총수익: $11,427,437,687
최고 흥행작: [어벤져스: 엔드게임]

질과 양에서 가히 압도적이다. 사무엘 L. 잭슨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스타워즈]라는 인기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펄프 픽션], [타임 투 킬], [장고: 분노의 추적자] 등 130여 편의 작품에서 관객과 평단의 지지를 받았다. 1973년 데뷔 이후 공백기 없이 한 해 평균 2~3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니 정말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온 셈이다. 그가 출연한 작품들의 북미 성적을 전부 합치면 무려 114억 달러, 할리우드 배우 중 유일하게 100억 달러를 넘겼다. 사무엘 L. 잭슨이 은퇴한 이후에도 이 기록은 한동안 깨지지 않을 듯하다.

2.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작: $5,474,166,329
조연작: $622,167,309‬
총수익: $6,096,333,638
최고 흥행작: [어벤져스: 엔드게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북미 흥행 60억 달러는 사실 2000년대부터 쌓은 탑이라 보면 된다. 8-90년대 [회색 도시]나 [채플린]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청춘스타 군단 ‘브랫 팩’ 유망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고질적인 마약 문제로 커리어를 제대로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8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인생을 완전히 뒤바꾼 [아이언맨]을 만났다. 희대의 명대사 “I am Iron Man”으로 MCU의 시작을 연 데 이어 [셜록 홈즈] 프랜차이즈까지 흥행시키며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출연료)이 높은 배우로 거듭났다.

3. 앤디 서키스

주연작: $1,368,465,430
조연작: $4,309,260,090
총수익: $5,677,725,520
최고 흥행작: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골룸, [혹성탈출]의 시저, [스타워즈] 시퀄 삼부작의 스노크까지. 재미있게도 앤디 서키스를 ‘흥행 배우’ 반열에 올린 작품 대부분은 그가 모션 캡처로 연기한 영화들이다. ‘인간’인 율리시스 클로를 연기한 [블랙 팬서]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제외하면, 북미 1억 달러를 넘긴 작품 13편 중 11편에서 앤디 서키스의 실제 얼굴을 조금도 볼 수 없는 셈이다. 최고 흥행작은 2015년작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이며, 총 31편의 영화로 북미 흥행 56억 7,700만 달러를 기록 중이다.

4. 스칼렛 요한슨

주연작: $4,915,744,067
조연작: $482,983,266‬
총수익: $5,398,727,333
최고 흥행작: [어벤져스: 엔드게임]

스칼렛 요한슨을 ‘MCU의 블랙 위도우’라고만 부르는 건 지나친 실례다. MCU가 전 세계적인 인지도 상승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건 부정할 수 없으나, 스칼렛 요한슨은 이미 어린 시절부터 ‘연기파 배우’의 입지를 착실하게 다졌기 때문이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그녀], [결혼 이야기]처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에서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들과 더불어 [정글북]이나 [씽], MCU 시리즈 등 대중적인 작품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50여 편의 필모그래피가 기록한 북미 성적은 약 54억 달러.

5. 톰 행크스

주연작: $5,021,263,837
조연작: $264,160,048‬
총수익: $5,285,423,885
최고 흥행작: [토이 스토리 4]

‘미국의 국민배우’ 톰 행크스가 북미 흥행 52억 8,500만 달러로 5위다. ‘국민배우’ 타이틀이 붙은 만큼 톰 행크스는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한, 즉 범접할 수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흥행 배우라 평가받기도 한다. 매 작품마다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그 안에서 톰 행크스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최고 흥행 시리즈는 맞지만, [포레스트 검프]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 [캐스트 어웨이] 등 제목만 들어도 아는 명작(+흥행작)들도 톰 행크스의 북미 흥행 성적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6. 해리슨 포드

주연작: $4,049,785,757
조연작: $1,201,346,109
총수익: $5,251,131,866
최고 흥행작: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6위는 할리우드 대표 흥행배우 해리슨 포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사무엘 L. 잭슨과 1, 2위를 다툴 정도로 흥행에 있어선 ‘넘사벽’ 급이었는데, 작품 수가 많은 편도 아닌 데다가 사무엘 L. 잭슨이 MCU를 비롯해 최근 벌어들인 금액이 워낙 엄청나 차이가 벌어진 상황이다.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라는 대박 프랜차이즈 외에도 [도망자],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 명령] 등으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북미 흥행 52억 5,000만 달러를 기록 중이다.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까지 하면 더 많겠지만, 각종 데이터베이스 출연진 목록에 없는 것으로 보아(혹은 ‘uncredited’) 우정 출연으로 크레디트에 포함되지 않은 듯하다.

7. 모건 프리먼

주연작: $2,188,841,876
조연작: $2,930,002,037‬
총수익: $5,118,843,913
최고 흥행작: [다크 나이트 라이즈]

주조연 가리지 않고 존재감을 발휘하는 모건 프리먼 역시 할리우드 대표 배우 중 하나다. ‘모건 프리먼이 아니면 누구도 이 캐릭터를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릴 정도다. 1964년부터 지금까지 총 8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북미 흥행 성적은 51억 1,880만 달러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세븐], [쇼생크 탈출] 등 모건 프리먼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은 수도 없이 많지만, 역시나 그를 ‘흥행 배우’ 자리에 올린 건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삼부작이다. 참고로 세 작품이 북미에서 올린 박스오피스 수익은 약 11억 달러.

8. 브래들리 쿠퍼

주연작: $4,286,181,882
조연작: $575,776,874
총수익: $4,861,958,756
최고 흥행작: [어벤져스: 엔드게임]

리스트에 오른 배우들 중 연기 경력이 가장 짧을지 몰라도, 브래들리 쿠퍼의 흥행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유의 자신감 넘치고 코믹한 캐릭터뿐 아니라, [실버라이닝 플레이북]과 [아메리칸 허슬], [아메리칸 스나이퍼] 등에서 보여준 연기력은 그를 할리우드 탑배우 반열에 올리기 충분했다. 앞서 소개한 세 작품으로 3년 연속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는데, 이는 아카데미 역사상 열 번째였다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한 MCU에서도 활약하며 북미 흥행 48억 6,180만 달러를 기록 중이다.

9. 안소니 다니엘스

주연작: $1,135,383,924
조연작: $3,669,343,049‬
총수익: $4,804,726,973
최고 흥행작: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일반 관객들에겐 낯선 이름일지 몰라도, 안소니 다니엘스는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몹시 친숙한 배우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를 제외한 모든 작품에서 C-3PO를 연기한 배우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 솔로]에서도 탁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했으니, 사실상 모든 [스타워즈] 영화에 출연한 ‘역사의 산 증인’인 셈이다. 별다른 작품 활동 없이 11편의 [스타워즈] 영화와 [레고 무비](여기서도 C-3PO를 연기했다)에만 출연했으며, 여기서 북미 흥행 48억 달러를 기록했다.

10. 리암 니슨

주연작: $2,536,216,465
조연작: $2,266,283,700
총수익: $4,802,500,165
최고 흥행작: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북미 흥행 TOP 10’의 대미를 장식한 배우는 리암 니슨이다. 90여 편의 출연작 중 16편이 북미 100만 달러도 채 넘기지 못했지만, [스타워즈]와 [나니아 연대기], [테이큰], [배트맨 비긴즈] 등의 흥행작에 힘입어 북미 흥행 48억 달러를 기록 중이다. [쉰들러 리스트]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몹시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이기도 하다. 최고 흥행작은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지만, 이는 목소리 출연만 한 것이기에 실제 출연한 작품 중 최고 기록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의 4억 7,450만 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