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공개되는 수많은 영화 중 영화사(史), 혹은 제작/배급사 역사에 남을 만한 작품은 흔치 않다. 좋은 쪽으로나 나쁜 쪽으로나 말이다. 최고 흥행, 최고 적자 등 스튜디오에 유의미한 기록을 남긴 작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 인수된 이십세기폭스까지 포함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최고 흥행작과 최대 실패작들을 소개한다.

(실패작 기준: 흥행 성적 절대값이 아닌 손실액/적자 기준)

1. 월트 디즈니 컴퍼니

최고 흥행작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2015)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로튼토마토: 평단 93% / 관객 86%
메타스코어: 80
북미성적: $936,662,225
전세계성적: $2,068,223,624
제작비: $245,000,000

북미에서 가장 흥행한 디즈니 영화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이후 12년 만의 신작을 향한 북미 관객의 기대는 하늘을 찔렀는데, 영화는 기대에 부응하듯 북미에서만 9억 3,6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작품의 북미 성적은 월트 디즈니 컴퍼니뿐 아니라 역대 북미 상영작 통틀어도 1위다. 전 세계 흥행 성적은 20억 6,800만 달러, 제작비 8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다. 전 세계를 호령한 [어벤져스: 엔드게임]도 이기지 못한 북미 [스타워즈] 팬덤의 힘은 대체…

최대 실패작 – 론 레인저 (2013)

이미지: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로튼토마토: 평단 31% / 관객 51%
메타스코어: 37
북미성적: $89,302,115
전세계성적: $260,502,115
제작비: $215,000,000

[론 레인저]는 수익적인 측면에선 ‘디즈니 최악의 흑역사’라 봐도 무방하다. [캐리비안의 해적] 고어 버빈스키 감독과 한스 짐머, 제리 브룩하이머, 조니 뎁과 아미 해머로 이루어진 초호화 제작진/출연진 조합에도 불구하고 북미 성적은 고작 8,930만 달러. 제작비가 2억 1,500만 달러임을 감안하면 ‘고작’이란 표현이 과장된 게 아니다. 조니 뎁 캐스팅을 둘러싼 화이트 워싱 논란이나 극중 인디언 묘사가 인종차별적이란 비판 또한 흥행 실패에 악영향을 주고 말았다. 전 세계 성적은 2억 6,000만 달러, 약 1억 6,000만 달러의 적자를 봤다고.

2. 워너브러더스

최고 흥행작 – 다크 나이트 (2008)

이미지: ㈜해리슨앤컴퍼니

로튼토마토: 평단 94% / 관객 94%
메타스코어: 84
북미성적: $535,234,033
전세계성적: $1,005,013,664
제작비: $185,000,000

워너브러더스의 북미 최고 흥행작은 크리스토퍼 놀란이 메가폰을 잡은 2008년작 [다크 나이트]다. 슈퍼히어로 영화임에도 오락성뿐 아니라 작품성과 메시지까지 겸비해 ‘최고의 슈퍼히어로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작품의 북미 성적은 5억 3,520만 달러. 이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개인통산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전 세계 스코어는 10억 8,400만 달러이며, [다크 나이트]에 이어 삼부작을 완성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 또한 북미 성적 4억 4,800만 달러로 워너브러더스 북미 흥행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대 실패작 – 킹 아서: 제왕의 검 (2017)

이미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로튼토마토: 평단 31% / 관객 69%
메타스코어: 41
북미성적: $39,175,066
전세계성적: $148,675,066
제작비: $175,000,000

‘아서왕 전설’을 가이 리치 특유의 스타일로 풀어낸 [킹 아서: 제왕의 검]은 ‘왕’이란 칭호에 걸맞지 않게 참담한 성적을 기록했다. 순제작비만 1억 7,500만 들어간 이 작품의 북미 성적은 3,900만 달러, 가이 리치의 자랑인 ‘화려한 영상(얼굴)미’는 여지없이 빛나지만 부실한 스토리와 산만한 전개가 모든 장점을 상쇄한다는 혹평을 들었다. 전 세계 극장가에서 벌어들인 금액은 1억 4,860만 달러, 최종적으로 약 1억 5,300만 달러의 적자를 보면서 ‘6편짜리 시리즈물’ 계획이 무산됐다.

3. 유니버설 픽쳐스

최고 흥행작 – 쥬라기 월드 (2015)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로튼토마토: 평단 70% / 관객 78%
메타스코어: 59
북미성적: $652,270,625
전세계성적: $1,670,400,637
제작비: $150,000,000

유니버설 픽쳐스의 북미 흥행 역사를 새로이 쓴 작품은 [쥬라기 월드]다. 14년 만에 공개된 [쥬라기 공원] 신작을 언급할 때 항상 나오는 표현은 “흥행할 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다. 개봉 주말 스코어 1억 달러라는 당시 관계자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영화는 사흘간 2억 88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어벤져스]의 역대 첫 주말 흥행 기록까지 넘는 기염을 토했다. 첫 주의 기세를 몰아 6억 5,220만 달러로 북미 흥행을 마무리했으며, 해외 극장가에서 10억 달러 이상을 추가로 더한 월드와이드 스코어 16억 7,000만 달러로 새로운 삼부작의 시작을 알렸다.

최대 실패작 – 모털 엔진 (2018)

이미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코리아(유)

로튼토마토: 평단 26% / 관객 49%
메타스코어: 44
북미성적: $15,951,040
전세계성적: $83,672,673
제작비: $100,000,000

[모털 엔진] 또한 [쥬라기 월드]와 마찬가지로 유니버설 픽쳐스의 북미 흥행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안 좋은 ‘획’인 게 문제지만 말이다. 필립 러브의 『견인 도시 연대기』가 원작인 영화는 북미 누적 1,590만 달러, 전 세계 최종 8,360만 달러로 순 제작비 1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참담한 성적과 함께 박스오피스에서 물러났다. 빼어난 영상미와 그래픽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소설 원작 영화의 고질병인 ‘방대한 내용을 러닝타임에 제대로 담지 못하는’ 문제가 드러나면서 개연성에 구멍이 생긴 게 완성도를 해쳤다고. 총 1억 7,480만 달러의 적자를 유니버설 픽쳐스에 안겨주었다.

4. 소니 픽쳐스

최고 흥행작 – 쥬만지: 새로운 세계 (2017)

이미지: 소니 픽쳐스

로튼토마토: 평단 76% / 관객 87%
메타스코어: 58
북미성적: $404,540,171
전세계성적: $962,102,237
제작비: $90,000,000

소니 픽쳐스의 북미 최고 흥행작은 [쥬만지: 새로운 세계]다. 이 작품은 앞서 소개한 [쥬라기 월드]보다 한술 더 떠서 흥행 자체를 기대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전작 [쥬만지]와의 괴리감이 크다는 의견도 많았고, 무엇보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1위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쥬만지: 새로운 세계]는 2위로 데뷔 후 ‘괜찮은 오락 영화’라는 평과 함께 2주차에 1위를 탈환, 입소문이 퍼지며 북미 4억 450만 달러와 전 세계 9억 6,210만 달러로 기분 좋게 흥행을 마무리했다. 15년간 소니 픽쳐스의 북미 흥행 1위를 지킨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을 넘어선 것은 덤이다.

최대 실패작 – 에브리씽 유브 갓 하우 두 유 노우 (2010)

이미지: Columbia Pictures

로튼토마토: 평단 32% / 관객 25%
메타스코어: 46
북미성적: $30,212,620
전세계성적: $48,668,907
제작비: $120,000,000

리즈 위더스푼과 폴 러드, 오웬 윌슨, 잭 니콜슨, 그리고 음악 감독에 한스 짐머까지. 제임스 L. 브룩스의 2010년작 로맨틱 코미디 [에브리씽 유브 갓 하우 두 유 노우]는 이렇게만 보면 실패하기 힘든 작품 같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결과는 좋지 못했다. 1억 2,000만 달러가 투입된 영화는 데뷔 주말 박스오피스 8위로 데뷔해 760만 달러를 벌어들인 데 그쳤고, “배우들의 케미는 좋았으나 각본과 연출이 모든 걸 망쳤다”는 혹평과 함께 북미 3,000만 달러와 전 세계 4,800만 달러로 최종 흥행을 마무리했다. 손실액은 약 1억 500만 달러.

5. 파라마운트

최고 흥행작 – 타이타닉 (1997)

이미지: 씨네힐

로튼토마토: 평단 89% / 관객 69%
메타스코어: 75
북미성적: $659,363,944
전세계성적: $2,187,463,944
제작비: $200,000,000

23년째 파라마운트 최고 흥행작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품은 바로 [타이타닉]이다. 사실 [타이타닉]의 첫출발은 조금 불안했다. 제작비 2억 달러짜리 영화의 개봉 주말 성적이 2,800만 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주차부턴 성적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라 제작비도 회수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많았지만, [타이타닉]은 15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는 진풍경을 선보이며 북미 영화 역사상 최초로 6억 달러를 돌파한 작품으로 남게 됐다. 흔히 말하는 ‘슬리퍼 히트’인 셈이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성적은 21억 8,740만 달러.

최대 실패작 –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2019)

이미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로튼토마토: 평단 70% / 관객 82%
메타스코어: 54
북미성적: $62,253,077
전세계성적: $261,119,292
제작비: $185,000,000

지난해 개봉한 [터미네이트: 다크 페이트]가 1억 2,000만 달러 이상의 적자를 보며 파라마운트 최악의 흥행 실패작으로 남게 됐다. [터미네이터] 1, 2편의 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직접 “진정한 속편”이라 밝히고, 사라 코너 역의 린다 해밀턴과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복귀한다는 소식에 많은 팬들이 기대를 표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와 함께 개봉 주말 2,8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이후 꾸준히 60% 이상의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결국 북미 1억 달러도 넘기지 못한 채 북미 흥행을 마무리했고, 전 세계 2억 6,100만 달러라는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말았다.

6. 이십세기폭스

최고 흥행작 – 아바타 (2009)

이미지: (주)해리슨컴퍼니

로튼토마토: 평단 82% / 관객 82%
메타스코어: 83
북미성적: $760,507,625
전세계성적: $2,790,439,000
제작비: $237,000,000

‘최고 흥행’을 논할 때 이 작품이 빠지면 섭섭하다. [아바타]가 11년째 이십세기폭스의 북미 흥행 1위작 자리를 지키고 있다. 블록버스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 작품은 첫 주말에 7,700만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2억 3,700만 달러라는 높은 제작비를 생각하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아바타]는 개봉 7주차까지 평균 드롭률 -16.5%라는 엄청난 뒷심을 발휘하며 북미 흥행 7억 6,050만 달러를 달성,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북미 흥행 1위 자리에 앉았다. 전 세계 최종 27억 9,040만 달러 또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전까지 전 세계 최고 흥행 기록이었다.

최대 실패작 – 엑스맨: 다크 피닉스 (2019)

이미지: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로튼토마토: 평단 23% / 관객 64%
메타스코어: 43
북미성적: $65,845,974
전세계성적: $252,442,974
제작비: $200,000,000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20년 가까이 이어졌던 [엑스맨]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유의미한 영화다. 아니, 영화’였어야’ 했다. 몇 차례 개봉 연기와 재촬영 이슈로 출발부터 불안했던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프랜차이즈 최악의 오프닝 스코어인 3,280만 달러로 2위 데뷔했다. 영화를 본 이들 모두 각종 설정 붕괴와 진부한 전개, 개연성 부족을 크게 비난했고, 관객의 분노는 성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결국 북미 6,580만 달러, 전 세계 2억 5,200만 달러로 흥행을 마무리한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1억 달러 가까운 적자를 이십세기폭스에 안겨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