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이미지: 마블 코믹스

마블 세계의 슈퍼히어로들을 이끄는 지도자인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는 전형적인 바른생활맨이다. 굳건한 책임감과 흔들림 없는 신념, 따뜻한 배려심 등의 수식어로 스티브의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수십 년째 늘 같은 모습이라면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캡틴 아메리카는 그를 상징하는 상징적인 성조기 스타일의 슈트 대신, 몇 차례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적 있다. 그럴 때마다 곧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곤 했지만, 때때로 파격적인 스타일로 변신해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캡틴 아메리카의 색다른 모습을 소개한다.

세모꼴 방패를 든 캡틴 (1941년)

이미지: 마블 코믹스

캡틴 아메리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의 방패가 처음에는 세모꼴이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방패의 뾰족한 모서리는 전투 중에 적을 향해 내려찍기에 적합했으나 이 세모꼴 방패를 금세 내려놓고 우리가 잘 아는 둥근 형태의 방패로 바꿔야 했다. 세모꼴 방패가 MLJ 출판사에서 나오던 쉴드라는 이름의 히어로와 디자인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MLJ가 디자인 표절로 고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자 그림작가 잭 커비는 기존의 방패를 포기하고 새로운 형태로 디자인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우린 방패를 부메랑처럼 사용하는 멋진 액션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레드 스컬이 된 캡틴 (1969년)

이미지: 마블 코믹스

캡틴은 최악의 적인 레드 스컬과 서로의 몸을 바꾼 적도 있다. 이 기막힌 사건은 당연히 레드 스컬의 짓이었다. 캡틴이 자발적으로 그런 짓을 할 리는 없으니 말이다.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코스믹 큐브라는 엄청난 아이템 덕분에 가능했던 일인데, 국제적 범죄자의 얼굴을 하게 된 캡틴은 경찰, FBI, 쉴드는 물론 어벤저스의 동료 히어로들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는 동안에 레드 스컬은 캡틴의 얼굴로 이상한 짓들을 하고 다니면서 그를 죽이려 했다. 이때 캡틴은 팔콘의 도움을 받았고, 이후 둘은 평생의 친구가 되었다.

늑대캡틴 (1992년)

이미지: 마블 코믹스

캡틴이 늑대인간이 된 일화는 유명하다.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는 능력을 가진 우주비행사 존 제임슨은 한때 스티브의 개인 조종사로 활동했는데, 그의 아버지는 스파이더맨을 지독히도 괴롭히던 데일리 뷰글의 편집장 J. 조나 제임슨이다. 어느 날, 존과 울버린, 울프스베인, 웨어울프 바이 나이트 등 늑대나 야수의 외모와 능력을 가진 인물들이 비슷한 시기에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알고 보니 이들은 드레드문드라는 마법사에게 납치된 거였고, 마법사는 한 마을의 주민 전체를 늑대인간으로 변신시켜 군대로 거느리고 있었다.

이미지: 마블 코믹스(팔콘도 캡틴 아메리카로 활동하던 당시 늑대인간이 된 적이 있다)

존을 찾아 나선 캡틴은 드레드문드의 조종을 받고 있는 울버린과 치열하게 싸우다가 쓰러지는 바람에 늑대인간의 혈청을 주입받으면서 늑대인간으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체내에 흐르는 슈퍼 솔저 혈청 덕분에 온전히 자신의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는 다시 울버린과 맞붙어 제압한 뒤 늑대인간의 우두머리마저 때려눕히면서 ‘가장 강한 늑대’가 되었고, 늑대인간 군대를 통솔했다. 이후 캡틴과 울버린 등은 함께 드레드문드를 물리치고, 해독제를 맞아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캡울프’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모습은 2015년에 캡틴 아메리카로 활동하던 팔콘에 의해 오마주되었다.

중세기사가 된 캡틴 (1998년)

이미지: 마블 코믹스

캡틴 아메리카는 ‘요먼 아메리카’라는 기사가 된 적도 있다. 세계 곳곳에서 괴상한 현상들이 일어나자 캡틴은 모든 전•현직 어벤저스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헐크를 제외한 모든 어벤저스가 총출동했다. 전 세계적인 기현상은 아서왕의 이복누나인 모건 르페이의 짓으로, 사악한 흑마법으로 세계를 아서왕의 시대처럼 변화시키면서 발생한 것. 캡틴을 비롯한 모든 어벤저스 멤버들은 이전의 기억을 잃은 채 모건 르페이의 부하가 되어 살아갔는데, 다행히도 캡틴은 강한 의지 덕에 마법을 이겨내 다른 히어로들의 기억을 되찾아 주었다. 어벤저스는 모건 르페이에 대항하여 세상을 원상 복구했다.

그런가 하면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야만인의 모습으로 변한 적도 있다. 1985년의 언캐니 엑스맨 시리즈에서 사악한 마법사가 뉴욕시를 선사시대처럼 탈바꿈했고, 어벤저스와 엑스맨, 스파이더맨 등은 기억을 잃은 채 미개한 생활을 했다. 캡틴은 이 와중에도 방패를 들고 싸웠다.

대왕거미가 된 캡틴 (2011년)

이미지: 마블 코믹스(스파이더 킹이 된 캡틴과 싸우는 에이전트 베놈)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인 애나 소리아는 캡틴과 데이트했던 사이로, 정부의 실험에 참여해서 곤충 인간 비슷하게 변해 정신이 이상해지고 말았다. 스파이더 퀸이 된 소리아는 새로운 전염병을 퍼뜨려서 뉴욕의 인구 전체를 거미인간으로 변이 시켰는데, 모든 사람들이 스파이더맨으로 변해버렸다가 점점 거대한 거미 괴물로 진화하면서 스파이더 퀸에게 복종하는 생물이 되었다. 캡틴 역시 거대한 스파이더 킹으로 변했지만, 늘 그렇듯이 치료제가 개발된 덕분에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미지: 마블 코믹스(슈퍼 솔저 혈청이 소진되어 노인이 된 캡틴 아메리카)


이 외에도 회춘해서 소년으로 돌아간 적도 있고 본래의 나이답게 노인이 된 적도 있다. 심지어 여장을 한 적도 있는데, 설사 모습이 달라진다 해도 정의롭고 헌신적인 역할을 계속하는 한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라는 공식을 놓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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